전동 트리머 부착 면도는 기본 원하는 수염스타일 연출 가능

"수염을 빡빡 깎지 말고 적당히 기르세요." 미용실이나 스타일리스트의 제안이 아니다. 남성들이 수염을 깎아야 먹고 사는 면도기 회사들의 제안이다. 수염을 완전히 깎는 것보다 기르는 것이 더 멋있고 섹시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이면서.

최근 호주에서의 한 설문조사는 '여성은 수염 기른 남성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고 결론지었다. 16~34세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의 여성들은 수염 기른 남성이 좀 더 섹시하게 보이며 실제로 섹스 횟수도 잦을 것이라고 답했다.

남성들 역시 수염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응답 여성보다 더 많은 68%의 남성이 수염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고 여성에게 좀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여성들이 수염 기른 남성에게서 더 큰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면도기 회사들을 긴장시킬 만한 이 조사의 주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면도기 회사다. 바로 에너자이저 코리아㈜의 세계적인 면도기 브랜드 쉬크(Schick).

원래 수염을 기르면서 모양새를 다듬는 데 쓰이는 전통 도구는 가위다. 거울 앞에 서서 가위를 쥔 각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털을 다듬는 모습은 영화에도 가끔 나온다. 시간도 제법 걸리고 무엇보다 어느 정도의 기술을 요한다.

쿼트로 티타늄
하지만 그런 가위의 역할을 이젠 면도기가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원래의 기능인 털을 깎아 버리는 것 말고도 다듬는 기능까지 수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쉬크가 선보인 '수염 다듬는 면도기' 쉬크 트리머 덕분이다.

이 면도기는 면도기 역사상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주목을 받는다. 면도와 스타일링을 동시에 한다는 이유 때문. 수백, 수천 년 간 지속돼 온, 빨리 간단하게 얼굴의 털을 밀어 버리기 위한 것이 면도기의 목적이라는 진리와 상충된다.

면도기로 트리밍과 스타일링이 가능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일종의 '바리깡'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동 트리머를 새롭게 부착해 정밀한 면도는 물론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손쉽게 수염을 스타일링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트리머 이외에는 면도기가 걸어온 기술진화의 오랜 흐름에서 벗어나지도 않는다. 처음 하나로 출발한 면도날은 2개, 3개를 거쳐 계속 늘어나더니만 이 면도기 역시 무려 4개의 날이 장착됐다. 4중 면도날에는 첨단 티타늄 코팅까지 더해져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질감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면도날을 5개까지로 늘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예상 밖의, 아니 예상대로 트리머 등장 이후 시장 반응도 센세이셔널하다. 습식 면도기 시장에서 최초로 수염 스타일링이 가능한 전동 트리머로 면도기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호평과 함께 출시 이후 125%의 높은 판매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남성 면도기 시장 점유율 1위인 질레트와의 간격을 좁혀가고 있다.

전동트리머
그렇지만 단 하나 아쉬움, 한국 남자들 중 털이 많은 남자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다. 적어도 호주 남자들 보다는 적어 보인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