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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형 못에서 용이 날아오르다

[테마여행] 대야산 용추골
조령-희양산-장성봉을 거친 백두대간이 속리산에 이르기 전에 빚은 명산이 대야산(大野山)이다.

해발 931m의 대야산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경계를 이루면서 깎아지른 암봉과 기암괴석, 울창한 수풀로 덮인 아름다운 산악미를 자랑한다. 속리산 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된 대야산은 골마다 물이 풍부해 대하산(大河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야산이 품은 계곡 가운데 첫손 꼽히는 선경은 용추골이다. 계곡 초입부터 무당소, 가마소, 말씹소 등이 눈길을 끌지만 그것들은 서곡에 불과하다. 주차장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용추의 절묘한 자태를 보면 누구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왕건으로 분한 최수종이 도선대사로부터 도를 깨우치기 위해 좌선했던 바로 그곳이다.

문경8경의 하나인 대야산 용추는 가물었을 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암수 한 쌍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윗용추와 아랫용추로 이루어졌다. 거대한 화강암반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하트형으로 패인 못이 윗용추이며, 이곳에 잠시 머물던 물이 매끈한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넓고 둥근 아랫용추를 빚는다.

달빛 아래 술잔 기울이기 좋다는 월영대

  • 대야산 용추의 피서객
대부분의 피서객들은 용추 일원에 몰려 있고 상류 쪽으로는 인적이 뜸하다. 그러나 용추 위쪽으로도 맑고 시원한 계류와 이름 모를 못, 쏠(작은 폭포라는 뜻의 순우리말)들이 이어진다. 특히 용추에서 이삼십 분 거리에 있는 월영대는 용추골 제2의 비경으로 꼽힐 만큼 개성적이어서 놓치면 후회한다.

휘영청 달뜨는 밤이면 계곡과 바위에 달그림자가 드리워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해서 월영대(月影臺). 이름만 들어도 그림이 눈에 선하다. 월영대는 비스듬히 놓인 웅장한 암반을 타고 굴러 내리는 와폭과 손끝이 시리도록 차디찬 옥계수가 이어져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희미한 달빛 아래서 다정한 벗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에 그만이라는 술상바위도 있다.

술잔을 기울일 벗이 없더라도 바위에 걸터앉아 있노라면 세상사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듯하다. 한데 이토록 기막힌 비경 지대에 대하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 외에는 왜 아무도 없는 걸까?

월영대에서 오른쪽 피아골 사이로 난 어두컴컴한 숲길을 1시간 남짓 오르면 대야산 정상이다. 대야산에서 백두대간을 타고 40분쯤 남하하면 밀재에 이르고, 다래골 코스로1시간쯤 내려오면 월영대로 되돌아온다. 월영대-다래골-밀재-대야산-피아골을 잇는 역코스도 물론 상관없다.

9곡마다 비경 아로새겨진 문경 선유동

  • 월영대
용추골의 물은 문경 선유동으로 흘러간다. 충복 쪽에 있는 괴산 선유동과 구별하기 위해 문경 선유동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괴산 선유동 계곡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 계곡을 내선유동으로 표기해 놓았다.

퇴계 이황은 괴산 선유동의 절묘한 경관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무르며 9곡의 이름을 지었고, 신라 말기의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도 문경 선유동에서 풍류를 즐기며 아홉 절경을 꼽아 선유구곡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문경8경의 하나로 꼽히는 문경 선유동은 칼로 두부를 자른 듯 반듯한 바위와 온갖 형태의 기암괴석, 아름드리 노송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비경을 펼친다. 길이 1.8km의 계곡을 따라 구곡(九曲)이 이어지는데 가장 하류에 제1곡, 최상류에 제9곡이 자리한다.

선유구곡의 제1곡은 아름다운 안개가 드리우는 누대라는 옥하대(玉霞臺)이고, 제2곡은 신령한 뗏목 모양의 바위라는 영사석(靈槎石)이다. 물이 깊지 않아 뗏목을 띄울 수는 없지만 옛 선인들의 상상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어서 활기차게 흐르는 맑은 웅덩이라는 뜻의 제3곡 활청담(活淸潭), 더럽혀진 마음을 씻어낸다는 제4곡 세심대(洗心臺), 여울목을 본다는 제5곡 관란담(觀瀾潭), 몸과 마음을 맑게 씻는다는 제6곡 탁청대(濯淸臺) 등이 펼쳐진다.

  • 소문난식당
제7곡부터 제9곡까지는 한 곳에 모여 있는데다 차량으로도 접근하기 쉬워 피서객들이 많은 편이다. 노래하며 돌아온다는 뜻의 제7곡 영귀암(詠歸巖)과 제8곡 난생뢰(鸞笙瀨)는 신선의 세계를 나타낸다. 난생은 선계에서 연주되는 대나무 악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만물이 소생하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제9곡 옥석대(玉潟臺)는 '득도자가 남긴 유물'이라는 뜻으로 선인들이 이곳에서 도를 깨우쳤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선유구곡의 하류에는 칠우정, 상류에는 학천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1927년 건립된 칠우정(七愚亭)은 이 고장 출신 우은(愚隱), 우석(愚石) 등 우자 호(號)를 가진 일곱 사람이 세운 정자라 해서 불리는 이름이고, 학천정(鶴泉亭)은 숙종부터 영조까지의 학자인 도암 이재(1680~1746년)를 기리기 위해 1906년 후학들이 세운 정자다. 현재 학천정 일대에서는 MBC 드라마 '김수로'를 촬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 나들목-901번 지방도-마성-가은-922번 지방도를 거치면 문경 선유동 및 대하산 용추 입구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은 문경읍에서 가은으로 가는 버스를 탄 다음 벌바위(완장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탄다.

맛있는 집

문경새재 도립공원 안에 있는 소문난식당(054-572-2255)은 묵조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나리, 버섯 등 아홉 가지 나물과 도토리묵에 들기름을 치고 조밥과 된장찌개를 넣어 비벼 먹는 묵조밥이 일품이고 시원한 동치미와도 잘 어울린다. 도토리묵은 차게 먹어야 제 맛이라 본디 겨울철 음식이지만 여름철에 떨어진 입맛을 돋우기에도 좋다. 근래에는 도토리묵 대신에 청포묵을 넣은 청포묵조밥도 내놓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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