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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사이로

[테마여행] 바람결 타고 내리는 낙엽비 위로 가을 추억이 살포시 내려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추여행을 꿈꾼다면 담양으로 가시라~"

연인이나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할 여행지를 묻는다면 주저 없이 담양을 말한다. 담양은 요즘 여행의 트렌드라는 느릿하게 걷는 즐거움과 때묻지 않은 자연의 청정함이 깃든 웰빙 여행지로 사계절 언제나 아름답고 독특한 정취를 지니고 있으며, 대통밥부터 떡갈비 등 유명한 먹거리들 또한 풍성하다.

더불어 최근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창평읍 사무소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달팽이시장부터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삼지천 돌담, 조선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란 명성을 지닌 소쇄원과 대나무 숲이 장관인 죽녹원 등, 담양만이 지니고 있는 호젓하고, 운치 있는 풍경으로 인해 여행자들의 칭송이 자자한 주목받는 여행지다.

그러나 담양의 새로운 명소가 된, 담양만의 특별한 길 걷기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자랑거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있다. 특히 이즈음이면 차창을 스치는 풍경에 탄성을 울리며 가던 걸음을 멈추고야 마는 담양의 곳곳에 산재해 있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다.

그리고 담양의 많은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중에서도 담양읍 학동교차로부터 시작되어 순창으로 이어지는 옛24번 국도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가장 길고 아름다운 대표적이다.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거리숲 대상을 수상했고,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 자전거 대여점
이렇게 이미 공인된 아름다움을 지닌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눈부신 연초록 여린 새잎을 내미는 봄과 여름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초록의 길, 그리고 만추의 붉으스레한 낙엽비가 ‘후루룩' 날리는 운치 넘치는, 사시사철 근사하고 로맨틱한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낭만적 장소이다. 담양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에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만으로도 담양 여행의 목적지이자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가을이 깊어진 날, '로맨스 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높이 35미터의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가 8.5km나 이어진 길을 걸었다. 청명한 하늘을 가린 아름드리 나무가 터널을 이루었고 알록달록 수를 놓듯 사람들이 물결을 이룬 채 넘실거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갈색 낙엽비가 빛을 내며 쏟아져 내리는데 길섶에 수북이 쌓인 낙엽은 봄꽃마냥 솔솔 고운 향을 밀어낸다.

이따금씩 폭신한 낙엽을 밟으며 걷는 단란한 가족이 날리는 웃음소리가 보는 이들에게도 가을 추억으로 인화된다. 흥건히 쌓인 낙엽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다정한 연인들의 속삭임은 너울대는 나무향을 타고 길을 따라 흐른다.

쭉쭉 하늘로 곧고 높게 뻗은 나무가 정확히 간격을 유지하며 열을 지어 서있는 직선의 길이 동그란 바퀴의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더니 어느 즈음 부드러운 곡선의 길로 살그머니 변신한다. 그래서일까? 메타세콰이아 가로수 곳곳에 마치 길의 터줏대감인 양 자전거 대여점이 당당히 간판을 내걸었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시면 사랑이 영원합니다" 얼마나 따사로운 유혹이고 소박한 상술인가. 미소를 머금게 하는 호객용 광고글을 적당히 외면하고 지나칠 수 있는 가당찮은 만용을 부릴 연인은 없는 듯했다.

한동안 가로수길 자전거 대여점 앞을 맴돌던 가족이 끝내 유혹을 이기지 못했는지 아이를 앞세워 네 바퀴 자전거에 올라타곤 낙엽을 가르며 달린다. 아이는 솜사탕을 오물거리고 젊은 엄마는 연신 해사한 웃음자락을 날린다. 멀어지는 가족들의 뒷자락으로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과 풀풀 날리는 낙엽들이 뒤를 쫓는다. 아름다운 풍경은 아름다운 관계의 사람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중간지점에는 좌판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공중화장실 등 간단한 편의시설이 있다. 특히 고소한 기름 냄새로 출출한 여행자들을 불러들이는 즉석 도너츠 노점을 필두로 연이어진 좌판에서는 갖은 맛난 먹거리들을 즐비하게 늘어놓고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서늘한 가을 바람 속을 걷느라 한기 돋은 가슴을 데워주는 따끈한 국물 맛이 일품인 어묵, 입안을 화끈하게 뱃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매콤한 떡볶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핫도그, 도저히 비켜 갈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인 에스프레소 커피까지, 제대로, 건방지게 음식 난장을 펼쳤다.

커피와 도너츠를 손에 든 한 가족이 나무 사이의 벤치에서 한가함을 즐긴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사이마다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등걸이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어 힘이 부치면 언제든 풀썩 앉아서 쉴 수 있다. 오가는 이들을 곁눈질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다. 누구라도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걷다 보면 3억 년의 전설을 풀어대는 나무의 수런거림과 살포시 날아드는 나무향에 취하며, 때때로 우수수, 난분분 쏟아지는 낙엽비의 장관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는 텁텁한 일상의 무게 대신 평강이 깃든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걸음새로 그 길을 걷고 추억한다.

눈부신 햇살이 가로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자 촘촘히 이어진 나무 그림자가 길게 제 몸을 누이더니 어느새 땅 위에 또 다른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을 열어 놓았다. 두 개의 메타세콰이어 길을 페달을 함께 밟으며 마음결을 맞추는 연인들의 자전거 행렬이 이어진다. 그들의 머리 위에선 여지없이 황금빛 메타세콰이어 낙엽들이 흩날린다.

자전거 행렬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설렁설렁 걷다 보니 아득하기만 했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끝자락에 닿았다. 갑자기 높은 나무 가림막이 사라져 훤하게 열린 하늘 아래 막바지 꽃송이를 피워낸 코스모스 무더기가 바람결 따라 한들거린다. 쉼 없이 후루룩 후루룩 날리는 낙엽비 사이로 만추의 가을이 한량없다. 담양의 가을이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에서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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