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구병리깨끗한 공기ㆍ맑은 물… '아름마을 가꾸기' 충북 대표 마을 선정

구병산 자락에 안긴 구병마을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옛 내속리면)에 속한 구병리는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자랑하는 산마을이다. 2001년 행정자치부의 정책사업인 아름마을 가꾸기 시범사업에서 충청북도 대표 마을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구병아름마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아름'은 '아름답다'는 뜻으로도 쓸 수 있지만 두 팔을 벌려 껴안은 길이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주민공동체'와 '풍요로움' 등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경관이 수려하면서 인심 좋은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으로 범죄 없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가보면 그 말이 참으로 딱 어울리는 마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구병리는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 덕분에 무병장수 마을로도 이름났다. 80~90세는 보통이고 100세 이상 장수하는 분들이 많다. 또한 정감록이 꼽은 십승지지 가운데 하나로 새 삶터를 찾던 난민들이 모여들어 한때는 큰 마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농으로 지금은 아담한 산촌 마을로 변모했다. 구병산 자락에 아늑하게 파묻힌 이 마을은 지형이 소의 자궁과 흡사하다 해서 우복동(牛福洞)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정부승송이라고도 불리는 서원리소나무
아홉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구병산

구병리를 감싸고 있는 구병산(九屛山)은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속리산을 지아비로 모시고 있는 지어미산이라는 재미있는 말도 전해진다. 즉 속리산과 구병산은 부부 사이라는 것이다. 사철 아름다운 구병산은 새하얀 눈꽃으로 뒤덮인 겨울 설경이 특히 일품이다.

구병산은 기암괴석으로 단장된 명산임에 틀림없지만 바로 북쪽에 있는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구병산과 속리산을 잇는 43.9km의 '충북알프스' 구간이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해발 876미터의 구병산 등산은 흔히 25번 국도상의 마로면 적암리나 충북알프스의 기점인 장안면(옛 외속리면) 서원리에서 시작하지만 구병리에서 직접 오르는 길도 있다.

구병리에서 구병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크게 세 코스로 나뉘는데 짧게는 왕복 3시간, 길게는 왕복 5시간쯤 걸린다. 정상에 오르면 속리산을 비롯해 충북알프스와 백두대간의 장엄한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구병산 등산이 버겁다면 1시간 남짓한 생태 탐방로를 거닐어도 좋다.

구병리의 민속주인 송로주
등산이나 산책 외에도 구병리에서는 맨발로 황토와 돌 밟기, 황토찜질 등을 즐길 수 있으며

두부, 메밀묵, 메밀국수, 메밀베개 만들기(이상 연중), 장 담그기(1~4월), 산나물 뜯기(4월), 산딸기 따기(5월), 메주 만들기(11~12월)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또한 2월에는 산신제, 9~10월에는 메밀꽃 축제 등의 행사를 연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서원리소나무도 볼만해

구병리가 자랑하는 민속주로 송로주가 있다. 소나무의 옹이를 생밤처럼 깎아 멥쌀과 누룩을 넣고 맑게 걸러 송절주를 빚은 다음, 다시 소주를 내리면 송로주가 만들어진다.

소나무 특유의 향과 깔끔한 맛이 일품인 송로주는 알코올 도수가 48도로 매우 독하지만 의외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예로부터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동의보감음식법에 따르면 관절염 및 신경통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구병리 입구의 송로주 시음장에서 무료로 한 잔씩 마실 수도 있다.

송로주 외에도 구병리에서는 각 가정마다 12달의 술을 가양주로 빚어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한다. 매달 한 가지 술만을 내놓는 까닭에 그 달을 놓치면 그 술은 다음 해가 되어야 마실 수 있다. 구병리 주민들이 건강한 이유는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자연 음식, 구병산의 정기 이외에도 12달 술을 적당히 마시는 데 있다고 한다.

구병리의 12달 술은 1월 솔방울술, 2월 산사술, 3월 마가목술, 4월 다래술, 5월 칡술, 6월 복분자술, 7월 오미자술, 8월 매실술, 9월 오디술, 10월 대추술, 11월 보리뚝술, 12월 살구술 이다.

구병리로 오가는 도중에 만나는 서원리소나무도 볼 만하다. 1988년 4월 30일 천연기념물 제352호로 지정된 서원리소나무는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나무의 높이는 15미터이며 지상 70cm 높이에서 줄기가 두 개로 갈라져 있다. 서낭나무로 살아남은 나무의 하나로 서원계곡 옆 경작지 가장자리에서 자라고 있다.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송이 곧추 자란데 비하여 밑에서 두 개로 갈라졌기 때문에 암소나무라고도 한다. 정이품송과 내외지간이라는 전설이 전해짐에 따라 정부인소나무라고 일컫기도 한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남이 분기점이나 중부내륙(45번)고속도로 낙동 분기점에서 청원상주(30번)고속도로로 들어선 다음 속리산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보은 방면 25번 국도를 타고 잠시 가면 장내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서원리 방면으로 우회전해 달리다가 삼가 터널을 지나 우회전한다. 이후 구병리 안내판을 따르면 된다.

대중교통은 서울남부터미널, 동서울터미널, 수원, 청주, 대전, 상주, 점촌 등지에서 보은으로 가는 버스를 탄 다음 구병리로 가는 군내버스로 갈아탄다.

맛있는 집

구병리의 식당들은 흑염소전골 및 수육, 토종닭백숙 및 닭볶음탕, 메밀묵, 메밀전, 도토리묵,솔잎손두부, 쑥칼국수, 감자전 등의 토속적인 자연 음식을 낸다. 한결같이 향토색 짙은 별미들이다. 구병산골가든(043-543-2131), 백운산장(043-542-5335), 알프스식당(043-542-5331), 우복동식당(043-542-5351) 등이 있는데 모두 민박도 겸한다.



글·사진=신성순 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