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재킷, 야상 점퍼, 니트 아우터 등 보온성과 스타일 동시 만족

영화 '색, 계'
봄이 왔다? 아직 아니다. 봄이 오기 전 한번 생각해야 할 건 '꽃샘추위'다. 꽃샘추위처럼 매서운 칼바람도 없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이 가장 견고하고 세밀한 바람과 함께 뼛속까지 시린 추위가 달려든다.

겉옷을 얇게 입자니 추위 때문에 낭패고, 두텁게 입자니 이마에 흐르는 비지땀이 신경 쓰인다. 아침, 저녁에는 날씨가 쌀쌀하지만 낮에는 영상의 기온으로 따뜻하기 때문.

이때 간절기용 아우터가 절실하다. 두텁지도 얇지도 않으면서 추위와 칼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에 땀을 씻어줄 수 있는 옷. 대체 그런 옷이 있기나 한 걸까? 간절기를 건강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보낼 수 있는 아이템들은 없는 걸까?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

오드리 헵번, 로버트 테일러, 험프리 보가트, 탕웨이. 이들이 영화 속에서 즐겨 입던 의상을 기억하는가? 공교롭게도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공통점은 '트렌치코트'였다. 안개 낀 뉴욕의 거리를, 모로코의 항만도시 카사블랑카를, 장대비가 내리는 중국 상하이를 가장 멋있게 표현했던 소품도 트렌치코트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애수>에 이어 <카사블랑카>, <색, 계>까지. 트렌치코트의 영향력을 담지 않은 작품이 없다. 그런데 그 영화 속 계절과 날씨도 생각해 보자.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안개가 자욱한 거리가 자주 나온다. 차가운 새벽과 밤을 그리면서도 낮에는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었다. 트렌치코트가 가진 매력을 한껏 살린 작품들이기도 했다.

트렌치코트를 두고 대표 '클래식 룩'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클래식 룩의 기본은 단순하다는 것. 트렌치코트는 단조로운 색상과 디자인으로 심플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스산한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비와 안개가 빠질 수 없는 영국이 트렌치코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7세조차도 트렌치코트를 무척 사랑했다. 트렌치코트의 매력인 실용성과 세련미 때문이었다.

1888년 영국 햄프셔 지방에서 포목점을 하던 토마스 버버리가 기능성 신소재인 '개버딘'이라는 원단을 개발했다. 개버딘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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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탁이 간편하고 활동성에 유연해 누구든지 착용할 수 있는 소재였다. 비가 자주 오고 습한 영국에선 안성맞춤인 제품이었다. 에드워드 7세도 품질이 우수하고 실용성이 뛰어난 개버딘 코트를 입을 때마다 "버버리를 가져오라"며 오늘날의 명품 버버리를 탄생케 했을 정도다.

그 이후로 한 세기 이상 트렌치코트는 간절기의 필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실크, 캐시미어, 데님 소재로 재탄생하는가 하면 레이스, 러플, 셔링 등이 가미된 트렌치코트로 진화했다. 여성들이 사랑하는 간절기 제품이 된 셈.

스타일리스트 오현선씨는 "일교차가 큰 간절기에는 트렌치코트가 제격"이라며 "실용성과 함께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도 뽐낼 수 있다. 스카프를 둘러 보온성과 세련미를 표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트렌치코트와 더불어 여성들의 간절기 아이템으로는 레더 재킷, 야상 점퍼, 니트 아우터 등이 있다. 최근에는 '레이디 라이크 룩'의 유행과 함께 야상 점퍼에서 보온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할 수도 있다. 플라워 프린트 등과 같이 여성스러운 레이디 라이크 무드의 원피스와 워커 부츠를 야상 점퍼와 매치하는 것. 과감한 트렌디 룩으로 실용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오씨는 "레더 재킷이나 밀리터리 야상 점퍼 등은 남성적인 분위기가 특징이지만, 몸에 피트한 디자인과 네이비, 블루, 옐로 등의 색상을 선택해 부드러우면서도 여성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AT
블레이저, 블루종을 입을 때

남자들에게도 봄은 온다. 하지만 풍성한 점퍼만 고집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뒤통수가 따가울 수 있다. 계절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감각 남'으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찬바람만 의식한 채 여전히 커다란 점퍼만을 고집하고 있다면 과감히 벗어버리는 게 현명하다.

보온성을 위한다면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으면서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대신 아우터에 신경을 더 쓰면 실용성과 패션 감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남성들을 위한 간절기 아이템은 '블레이저(blazer)'와 '블루종(blouson)'이다. 블레이저는 '불꽃처럼 타오르다'의 뜻을 가진 재킷. 일명 스포츠 재킷으로 불리는데 보통 화려한 색채나 굵은 줄무늬를 가진 저지, 플라노, 개버딘, 코듀로이, 서커 등의 소재로 만든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보트 선수들이 진홍빛 상의를 입은 것에서 비롯된 명칭이기도 하다. 금속제 단추도 특징.

블레이저는 심플하면서도 클래식한 아이템이다. 간절기인 요즘에는 고급스러운 질감의 헤링본 소재의 블레이저가 제 격이다. 블레이저는 편안하게 몸을 감싸고 움직임이 좋아 활동적인 남성들에게 좋은 제품이다.

블레이저만으로 추위가 부담스럽다면 그 안에 카디건으로 댄디한 스타일을 낼 수도 있다. 니트 베스트나 카디건 등을 블레이저 안에 유용하게 입으면 일교차가 큰 날씨에 찬 공기를 막는 효과도 있다. 깔끔한 레이어링이 건강까지 챙기는 역할을 한다.

허리 부분을 볼록하게 한 블라우스나 엉덩이까지 오는 점퍼형 상의인 블루종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갖춰 입을 필요가 없다는 데서 캐주얼한 복장과도 잘 어울린다. 니트나 셔츠 위에 부담 없이 걸칠 수 있으며, 데님이나 면바지 등과도 매치가 가능하다.

가죽, 울, 스웨이드, 나일론 소재의 블루종들이 출시돼 간편하게 즐기면서도 바람막이가 확실한 의복으로 인기가 높다.

도움말 : 의류브랜드
참고자료: <에디터T의 스타일 사전>(삼성출판사), <스타일북 2>(시공사)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