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형 백신으로 예방, C형은 치료제밖에 없어

간염으로 인한 황달
축구선수 차두리가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고 코믹하게 노래하는 광고는 재미있다. 하지만, 피로와 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내용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우리 몸속의 독소를 해독하고 정제하는 역할을 하는 간은 피로가 누적되면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세포가 파괴되며 간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의 뛰어난 재생능력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굳이 과다한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더라도 간에는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바로 간염 바이러스성 감염이다. 이것은 간암 발병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기존에 국내 발생 환자의 가장 큰 몫을 차지했던 B형 간염 환자 수는 차츰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에 비해, 후진국형 간염으로 여겨졌던 A형 간염과 증상 없는 C형 간염이 늘어나 우리 간의 건강을 새롭게 위협하고 있다.

자각증상이 없어 일명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을 위협하는 간염바이러스는 A, B, C, D형, E형, G형이 있지만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A, B, C형 간염이다. 이들의 증상과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전염력 높은 A형 간염

피로감은 간 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다
개그맨 박명수의 발병으로 한때 많은 화제가 되었던 A형 간염은 사실 웃고 넘길 만큼 간단한 질환은 아니다. 질병관리 본부가 집계한 지난 3년간의 발생통계에 따르면 봄철인 3월부터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해 여름철에 최고조에 이르고 이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날이 풀리는 봄철에는 야외활동이나 여행 등 행락객이 늘어나면서 A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와의 접촉 빈도 또한 증가한다. 이로 인해 과거'유행성간염'이라 불릴 정도로 전염력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다른 간염과 다르게 수인성 질환인 A형 간염은 주로 감염자의 대변에 의해 오염된 물이나 음식, 조개류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발열과 전신피로감, 근육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이후 소변 색깔이 진해지면서 눈 흰자위가 노랗게 황달을 띠기도 한다.

보통 개인위생관리가 허술한 후진국에서 발병한다지만 최근 몇 년 새 발병환자가 늘어난 이 역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으로 인해 몸 안에 항체를 형성할 기회가 줄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지목하기도 한다.

A형 간염 백신 예방 접종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20~30대 청장년층이 감염되는데, A형 간염 백신 접종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 번 접종한 후에 6~12개월 후 추가 접종을 하면 95% 이상 항체가 생겨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식사 전이나 음식 조리 전, 화장실 이용 후,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 물은 끓여 먹는 게 중요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죽기 때문이다.

한국인 대표 간 질환 B형 간염

'한국인의 대표 간 질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B형 간염은 국가적인 백신사업과 다양한 캠페인에 힘입어 유병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년 후에는 그 유병률이 1%까지 떨어질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예측된다.

B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 시 B형 간염 바이러스(HBV)를 가지고 있는 산모에서 신생아로 수직감염 되는 사례가 빈번한데, 적절한 예방조치를 통해 대부분 전염을 막을 수 있으며 모유수유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식사하거나 대화나 포옹 등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될 위험이 없다.

그러나 A형 간염과 다르게 대표적인 만성 간질환이며,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간경변증과 간암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해마다 2만여 명이 간암을 비롯한 간 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 원인의 50~70%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만성 B형 간염이다.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대한 간 학회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의 경우라도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씩 간 효소 수치 검사, 바이러스 활성화 수치검사, 간 초음파 검사 등 필수 3가지 검사의 정기검진에 임할 것을 강조한다.

다행인 것은 B형 간염도 A형 간염과 같이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총 3회 접종하며 나이에 관계없이 항원, 항체가 없는 이들의 필수 예방 접종 대상이다.

증상없는 C형 간염

다소 생소한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함께 간경화,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대표적인 만성 간질환이다. 그러나 앞선 A형 간염, 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더욱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

또 초기에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로감이나 우측 상복부 통증이나 메스꺼움 등이 가끔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약 1%정도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C형 간염은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일종의 전염병이다. C형 간염 질환자의 70%에 이르는 이들이 만성화로 진행돼 20~25년의 기간을 거치며 간 섬유화가 이루어진다. 그 중 5~25%는 간경화로, 1~4%는 간암으로 진행된다.

통계에 따르면 C형 간염 질환자 중 고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음주를 즐기는 고령의 남자, 멸균되지 않는 주사기 사용과 역시 멸균되지 않은 피어싱과 문신 기구, 무분별한 성행위 등이다.

또한 전문의들은 자신이 보균자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 위생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혈액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면도기, 손톱깎이 등을 공동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특별한 예방 백신이 없어 위험요소를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만성간염 중 유일하게 치료제를 통해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