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안데르손 作 'the gatekeeper rested his eyes, and unathorized'
혹한이 맹위를 떨치는 계절에,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출신 작가들의 얼음장같이 차갑고 정연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은 임진년을 여는 첫 전시, 단체전을 통해 보 크리스티안 안데르손 외 9명의 작가들의 페인팅, 비디오, 조각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EORUM SANAI (얼음 사나이)'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얼음 사나이'에서 가져온 것이다. '얼음 사나이'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름도 연고도 없이 얼음 사나이로만 불린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지금 현재 그 곳에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는 사람이다. 하루키는 이러한 존재가 현실 속 여자와 만나 생활해 나가는 과정을 상대방 여자의 시점에서 특유의 시각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표현했다.

전시는 소설 '얼음 사나이'의 주인공인 얼음 사나이를 빌어 현대 미술이 갖는 낭만성을 조명한다. 소설에서 얼음 사나이의 차가운 이미지에 대한 묘사, 주인공들이 여행을 떠난 광활한 남극을 표현한 부분은 이 소설이 갖는 초현실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네덜란드 작가 휘도 판 데어 베르베, 아이슬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그두르 구디욘손의 비디오에서 보이는 눈 덮인 벌판, 드넓은 빙하가 보여주는 광활한 자연의 모습은 그 앞에 홀로 선 인간과 대비되어 더욱 깊이를 알 수 없는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인간의 아름답고 완벽한 신체를 완전무결하고 이상적인 상태에 대한 메타포로 사용한 크리스티안 폰투스 안데르손의 극사실 조각, 바우하우스, 러시아 구축주의에 영향을 받은 스위스 작가 마이 투 페레가 표현하는 기하학적인 구조가 돋보이는 설치와 조각작품은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이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등을 함의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유럽 현대미술상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프리드롬(Prix de Rome)에 2010년 지명된 휘도 판 데어 베르베 등 이번 전시에 참여한 10명의 작가들은 모두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비디오, 페인팅, 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유럽적 감성을 발산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 (월요일 휴관) (041)640-6251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