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 그리고 지관 스님의 인물화가 처음으로 선보인다. 특히 법정 스님의 진영(眞影)은 한국 화단에서 수묵 인물화 분야의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김 화백이 '스님의 사리'를 안료로 사용해 우리 시대의 법정 스님으로 환생하도록 했다. 이 작품은 법정 스님의 전신(傳神)이 올곧게 표현된 것으로 한국 인물화의 걸작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5년 만에 열리는 전시에서는 30여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성철 법정 지관 스님의 인물화는 물론,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에서부터 세밀한 필치가 돋보이는 동물화가 공개된다. 특히 쥐의 수염으로 붓을 만들어 그렸다는 쥐 그림은 전시 관계자가 "쥐가 간밤에 도망갈까 봐 걱정했다"고 말할 정도로 사실적 묘사가 뛰어나다.
이번 전시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소재의 폭이 넓다. 오이팩을 하고 세상을 잊은 듯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중년 여인('하늘에 눕다')의 옆에는, 소용돌이 치는 사막의 '물질'이 포효하고 있다. 작가가 폭우가 쏟아지는 고비사막에서 보았던 순간적인 물의 흐름을 포착한 작품으로, 흐르는 듯 멈춰선 듯 형언하기 힘든 물질이 관람객들에게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웃다'라는 전시 제목은 작가의 힘들었던 작품활동 기간을 응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 화백은 "웃음은 엄청난 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무위화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