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수납공간 다변화 ‘눈길’

삼성 지펠 T9000
지난달 삼성전자에서 900리터 냉장고를 출시한 데 이어 LG전자가 910리터 냉장고를 선보이는 등 냉장고의 대형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010년 3월 LG전자가 801리터짜리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한 이후 2년 4개월 만에 국내 냉장고 최대 용량은 900리터대로 진입했다.

냉장고의 크기만 커진 게 아니다. 냉장ㆍ냉동실의 위치를 조정하는 한편 김치냉장고에만 사용하던 서랍식 수납공간을 도입하는 등 사용편의를 높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달 초 출시된 ''은 냉장실과 냉동실의 사용비율이 8대 2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해 냉장실은 손이 닿기 쉬운 위쪽에, 무거운 음식이 많은 냉동실은 아래쪽으로 구성했다. 도어 형태의 상단 와이드 냉장실과 서랍 형태의 하단 냉동실을 갖춰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T-타입의 내부구조가 만들어진다.

일반 양문형 냉장고 가로 폭의 2배에 달하는 83cm 너비를 갖춰 대형 피자도 간편히 보관할 수 있다. 또 접이식 선반을 채용해 선반을 접으면 높이가 큰 냄비가 식재료를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슬라이딩 선반은 음식을 쉽게 넣었다 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트리플 독립 냉각, 스마트 에코 시스템과 같이 기존 제품에 비해 향상된 냉장ㆍ냉동 기능도 매력적이다.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349만~399만원의 출고가격에도 불구하고 은 출시 1개월여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판매실적을 거뒀다. 이는 2010년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양문형 냉장고 마시모주끼와 비교해도 동일기간 판매실적의 4배가 넘는다.

LG 디오스 V9100
LG전자의 신제품 '디오스 V9100'은 세계 최대 910리터 용량을 자랑하는 4도어 냉장고이다. 특히 이 제품은 910리터 대용량임에도 불구하고 LG만의 4세대 리니어 컴프레서를 탑재, 동급 최저 수준인 월간 전략소비량이 35.8kwh에 불고하다. 이는 700리터대 양문형 냉장고의 평균 소비전략과 비슷한 수준으로, 리터당 소비전략을 비교하면 에너지효율이 약 30% 향상됐다.

디오스 V9100은 '매직 스페이스'라는 독특한 수납공간이 눈길을 끈다. 소형 냉장고의 수납공간에 맞먹는 50리터의 용량을 갖춘 매직 스페이스는 냉장고 문 전체를 열지 않고 자주 먹는 음료나 반찬을 쉽게 꺼낼 수 있어 냉기가 불필요하게 새는 것을 막아준다.

디오스 V9100 또한 위쪽에 냉장실, 아래쪽에 냉동실의 구조를 갖췄는데 창의적인 수납공간의 사용편의를 극대화했다. 여러 개의 양념을 한번에 꺼낼 수 있는 '양념이동박스'를 비롯해 계란, 냉장육 등을 보관하기 편리한 '멀티수납코너', 안쪽에 보관 중인 반찬통을 쉽게 꺼낼 수 있는 '반찬이동선반', 작은 채소도 바로 확인해 꺼낼 수 있는 '알뜰야채실', 손쉽게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이지 아이스 메이커' 등이 바로 그것이다.

910리터로 용량은 커졌지만 기존 양문형 냉장고의 사이즈를 유지해 기존 자리에 설치하기 쉽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강화유리로 마감 처리해 관리가 손쉽다. 블랙, 화이트, 실버 3가지 컬러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출고가격은 359만~439만원이다.

냉장고가 점점 커지는 까닭으로 냉장고 시장의 양극화, 업체들의 마케팅 효과, 그리고 김치냉장고의 영향 등을 꼽을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소용량 냉장고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용량 냉장고 또한 신혼부부와 같은 고정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냉장고 용량=기술'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가전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대결로 이해할 수 있다.

혼수품을 넘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김치냉장고의 영향도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일반 냉장고 판매는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지만 김치냉장고는 서랍형에서 스탠드형으로 탈바꿈하며 양문형 냉장고를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냉장고의 용량을 키워 김치냉장고의 일부 기능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펠 T9000의 경우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참맛 냉동실은 '특실(-1도)로 설정하면 174.5리터라는 적지 않은 공간을 김치 보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박진우기자 jw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