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긷다> 130x193cm, 장지에 먹과 채색, 2012
서울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는 섬세한 필치와 젊은 감각으로 전통 산수의 현대적 재해석을 보여주는 동양화가 김민주의 '어초문답(漁樵問答)'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어락도ㆍ어락원 등의 개인전을 통해 현실 공간 속에 동양의 이상적 자연인 산수를 함께 담아내며 모호한 경계 속에서 즐기는 현실적 유희가 담긴 작품을 발표해온 바 있다. 작가의 4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도 동양화의 전통적 화제인 '어초문답'을 이은 제목이 눈에 띈다.

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란 나무꾼과 어부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옛 선비들은 스스로 나무꾼이나 어부를 자처하였는데 평소에 산과 강호에서 은거하며 자연을 즐기며 고답(高踏)을 추구했던 옛 성현들의 삶을 흠모했음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작가는 전통 회화 속의 어초문답도의 배경을 현대로 이어오며 현대인이 추구하는 이상적 삶과 욕망이 담긴 '신어초문답도'로 새롭게 표현해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물을 긷고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기도 하는 반인반어(半人半魚)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서서히 자연과 동화되고 있다.

작가의 표현방법 역시 눈길을 끈다. 동양화 특유의 담담함이 감성적인 섬세한 필치와 어우러져 편안하게 다가온다.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순지에 담백하게 머금은 녹색 톤의 차분한 색감에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점은 작가의 사유와 상상력에 젊은 작가가 가진 호방함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배경이 되는 산수는 전통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반면, 산수풍경 속의 주인공은 재기 발랄한 몸짓으로 표현돼 그 자유로움이 유쾌하다.

9월 19일~10월 2일 전시. (02)730-1144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