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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접경의 도시에서 '공존'을 배우다

다리 하나 건너면 싱가포르 수많은 사람들과 물자 오고 가
이슬람·불교·힌두교 사원 나란히 간판은 말레이어·영어·중국어
중국·인도·퓨전 음식 입맛 자극 다양한 문화 조화롭게 뒤섞여
  • 옛 말라카 왕국의 흔적이 남은 요새 너머로는 바다 건너 싱가포르가 가깝게 다가서 있다.
말레이시아 최남단 조호르바루는 접경의 도시다. 싱가포르와 맞닿은 땅은 다양한 민족이 토해내는 삶들이 현란하게 뒤엉킨다.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과 물자 속에 아시아의 종교, 언어, 음식들이 나란히 공존한다. 글ㆍ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말레이시아의 전통 관광지에 대한 흠모는 이곳에서 잠시 멈춰도 좋다. 조호르바루에서의 호흡은 한국의 부산 같고 일본의 요코하마 같다. 말레이문화와 외래문화가 빠르고 조화롭게 뒤섞여 있다.

조호르바루는 현지인들에게 'JB'라는 애칭으로 더욱 익숙하다. JB에서 다리 하나 가볍게 건너면 바로 경제대국 싱가포르다. 조호르바루는 패션으로 치면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뒤지지 않고 쇼핑과 나이트라이프로도 흥청거리는 곳이다. 1km 남짓의 둑길을 두고 숱한 사람과 물자가 매일 파도처럼 양국을 들락거린다.

싱가포르로 넘어서는 익숙한 관문

조호르바루에 거주하는 많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낮이면 임금이 높은 싱가포르로 일하러 간다. 또 주말과 밤에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값싼 물건들을 쇼핑하기 위해 조호르바루로 건너오거나 거리의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여흥을 즐긴다.

  • 조호르바루의 힌두사원
국경지대에서만 드러나는 현상은 이 도시의 독특한 볼거리이기도 하다. 여권을 걷어 서류를 작성하는 택시기사, 입국심사를 위해 버스를 탔다 내렸다 반복하는 시민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난데없이 휘발유를 길바닥에 버리는 사람들도 목격된다. 말레이시아의 유가는 싱가포르보다는 훨씬 저렴한 편. 싱가포르 이민국에서는 싱가포르 국적 차량들의 계기판을 체크해 3분의 1이상 연료가 채워져 있으면 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물가가 비싸고 규제가 심한 싱가포르에 비해 조호르바루는 값싸게 놀고 먹기에 좋다. 메를린 타워 옆에는 환전소, 포장마차와 바가 끊임없이 늘어서 있다. 허리띠를 풀고 포장마차 순회를 해도 좋을 정도로 말레이, 중국, 인도, 퓨전음식 등 군침 나올 메뉴가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싱가포르에서 건너온 중국인, 고무 농장 작업을 위해 이주한 인도인과 값싸게 여행을 즐기려는 유럽 관광객들이 뒤섞인다. 중국인들은 도시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

외국인들은 값싼 교통요금 때문에 굳이 싱가포르에서 조호르바루로 건너오기도 한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출발하는 버스요금이나 인근 섬으로 향하는 뱃삯 역시 이곳이 훨씬 저렴하다.

  • 조호르바루의 꽃축제에 참가한 소녀들
다양한 종교, 음식, 언어가 공존하다

웡 아푸크 거리에서 툰 압둘라자크 거리를 지나면 이슬람사원 외에도 불교 사원이나 힌두교 사원을 연이어 만날 수 있다. 거리의 간판도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 영어, 말레이어, 중국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조호르바루에 여러 문화가 혼재돼 있지만 속을 한 꺼풀 들춰보면 이곳이 이슬람을 종교로 하는 말레이시아의 주요 도시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종교에 큰 열의가 없다 하더라도 이슬람의 공식 기도일인 금요일만은 시내 전체가 숙연하다. 패션에 민감한 조호르바루의 젊은 신세대 여인들조차 금요일에는 단정한 복장에 머리에 두동이라는 스카프를 쓰고 다닌다.

금요일 정오의 공식예배시간만 되면 평소 한적했던 이슬람 사원인 아부 바카르 모스크 주변에는 차량들이 몰려들어 때아닌 러시아워를 이룬다.

  • 아부 바카르 모스크
1900년에 완공된 아부 바카르 모스크는 2000명의 신자가 동시에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곳. 코즈웨이가 놓여있는 앞바다를 한가롭게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나이트라이프가 발달돼 있어도 말레이인에 대한 주류 단속은 엄격하다. 즉 타 종교 외국국적자만 술을 먹을 수 있다.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청춘들이 밤늦게 서너 시간 잡담을 나누며 마시는 것은 대부분 술이 아니라 무알콜 음료수다. 노천 음식점이 즐비해도 술 먹고 비틀거리거나 고성 방가하는 행인들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이슬람교 국가임을 확인시켜 주듯 이곳 앰뷸런스는 녹색 크로스마크 대신 이슬람국가의 국기에 새겨져 있는 붉은 초승달 표시를 사용한다.

코즈웨이에서 남서쪽으로 연결되는 이스마일 거리는 산책로와 데이트코스가 이어진다. 밤이면 야시장이 들어서는 이 거리에서 2차 대전 때 요새로 사용됐던 술탄 이브라힘이나 황금색으로 치장한 빅토리아식 술탄왕궁을 걸어서 닿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특산물인 주석잔이나 무늬를 밀납으로 염색한 바틱 천을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바다 건너 싱가포르의 도시군락을 배경으로 고기잡이배들이 낯설면서도 단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 해변 너머 펼쳐진 싱가포르의 마천루
▲ 여행팁

가는 길=한국에서는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 다양한 저가항공사들이 등장해 가는 길이 편리해졌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조호르바루까지는 항공으로 1시간 소요. 싱가포르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40~5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별도의 비자가 필요 없어 조호르바루에서 싱가포르까지 당일치기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 숙소, 음식=조호르바루에서는 푸테리 호텔이 코즈웨이 인근을 둘러보기에 편하다. 하얏트 호텔은 싱가포르와 마주보는 산책로에서 가깝다. 코즈웨이 북단 인근에 식당들이 밀집돼 있다. 툰 압둘라자크 거리와 웡 아푸크거리 사이의 포장마차에서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 메를린 타워 뒷골목의 포장마차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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