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브린쯔 호수 사이에 위치 산악마을로 향하는 관문 역할융프라우 등 3대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장관이뤄요들 축제·호른 연주 등 알프스 배경 '축제의 도시'

하더쿨룸에서 본 융프라우.
열차에 부딪치는 바람이 상큼하다. 베른을 경유한 기차는 알프스의 설산과 호수를 비껴 지난다. 차창 밖 풍경은 희고 푸르고 붉은 단색의 대비가 선명하다. 알프스와 호수에 기댄 인터라켄은 종착역의 도시다. 종착역까지 달린다는 것은 설렘과 연결된다. 끝없을 듯 이어지던 유럽의 열차노선도 이곳에서는 숨을 고른다.

인터라켄은 이름에 담긴 뜻 그대로 '호수사이의 도시'다. 툰 호수와 브린쯔 호수 사이에 위치한 채, 산악마을들로 향하는 오랜 관문 역할을 했다. 도심 골목에 서면 아이거, 융프라우, 묀히 등 베르너 오버란트의 3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스위스 베르너 오버란트의 중심도시인 인터라켄은 알프스의 둥지 같은 곳으로 해발 4000m 급 봉우리에 둘러싸여 가을이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해발 567m인 도시는 인구는 5000명으로 아담하지만 관광객들이 몰려와 늘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중심가인 회에베크 거리는 전 세계 여행자들로 북적이며,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면 노천 바와 각국의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호수와 설산을 배경으로 요들 축제

가을의 인터라켄은 '정중동'의 축제들로 분주하다. 알프스를 뛰어오르는 산악 마라톤과 전통 페스티벌이 줄줄이 이어진다. 마라톤 마니아라면 이곳 산악마을들을 거슬러 오르는 융프라우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라톤 코스중 하나인 융프라우 마라톤은 전 세계 35개국 3500여명이 참가한다. 인터라겐 회에마떼에서 출발해 라우터부룬넨, 벵엔을 거쳐 클라이네샤이덱까지 이르는 코스로 해발 1823m 이상의 높이를 숨가쁘게 뛰어야 한다.

인터라켄 호수풍경.
매년 10월이면 인터라켄은 인터포크 페스티벌로도 단아해진다. 알프스의 도시에서 직접 듣는 요들은 꽤 낭만적이다. 페스티벌때는 요들의 대가, 알프호른 연주자, 깃발 던지기의 달인 등 실력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세모지붕을 스친 바람에는 운율이 실리고, 설산을 감싸는 구름에도 옥구슬 같은 메아리가 어우러진다. 요들을 풍류삼아 알프스를 트레킹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화롭고 아늑하다.

은은한 감동은 산악마을의 풍경으로 달콤하게 전이된다. 요들이 남긴 여운은 새소리, 시냇물 소리가 곁들여져 장엄한 알프스의 오케스트라가 된다. 인터라켄에서 산자락에 들어선 마을까지는 알프스 향취가 가득한 산악열차들이 소통을 한다. 산악열차가 스쳐 지나는 마을들은 대부분 알프스의 청정마을들이다.

옛 알프스 골목에서 전해지는 풍경

동역과 서역을 가로지르는 메인 스트리트만 둘러보고 떠나기에는 인터라켄에는 탐스러운 곳들이 많다. 호수 사이 아레강변을 따라 고즈넉하게 산책을 즐겨도 좋다. 가을이면 골목마다 낙엽을 떨구며 우수에 젖은 향기를 물씬 품어낸다. 서역 뒤편으로 이어지는 옛 인터라켄 거리에서 앙증맞은 가게와 고풍스런 집들을 만나는 것도 따사로운 시간이다.

도심에서는 매달 첫 번째 수요일 장이 선다. 산악마을의 치즈 뿐 아니라 이 일대의 목공예품 등을 만나는 시간이다. 카지노로 변신한 유서 깊은 사교장인 쿠어잘은 정원과 꽃시계가 탐스럽고, 슈 레스토랑에서는 초콜릿의 제조과정도 엿보거나 회레마테 공원으로 내려서는 패러글라이더들의 군무만 감상해도 인터라켄의 하루 해는 아쉽게 지나간다.

깃발로 연출하는 전통놀이.
인터라겐의 부속마을인 빌더스빌은 좀 더 깊은 알프스의 도시 모습을 만들어낸다. 융프라우요흐를 오르는 산악열차들의 분기점이 되는 빌더스빌에서 서쪽 라우터브룬넨과 동쪽 그린델발트로 가는 열차가 나뉘어진다. 야생화로 유명한 쉬니게 플라테를 오르는 산악열차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이곳 빌더스빌은 1,400여전 독일인들이 처음 정착한 곳으로 한때 인터라켄 일대에서 가장 번성한 마을이었다. 전통 가옥인 샬레는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지붕아래에는 1675, 1809 등 건축된 연도를 표기하는 숫자가 적혀 있다.

기차를 타고 스쳐 지나기 쉬운 빌더스빌은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스위스 사람들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더욱 매력 넘친다. 마을 중심에는 이곳사람들이 직접 식수로 이용하는 우물이 있으며 마을길은 미로처럼 꾸불꾸불 이어진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여행메모

▲ 교통=스위스의 관문인 취리히, 제네바나 베른에서 열차를 타면 인터라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린델발트행나 라우터브루넨행 열차를 이용할수 있다.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 구석구석을 즐기고 싶다면 2,3일 동안 산악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VIP 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겨울시즌에는 열차가 스키 리프트 역할을 한다. 최근 파리에서 인터라켄까지 TGV 직통열차가 개통돼 환승 없이도 닿을 수 있게 됐다. 융프라우 철도 한국사무소(www.jungfrau.co.kr)를 통해 레스토랑, 축제 등 다양한 현지 정보와 이동 열차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알프스를 가르는 열차.
▲ 숙소,음식=인터라켄에 다양한 숙소가 마련돼 있다. 인터라켄의 빅토리아 호텔이나 그린델발트의 그랜드 레지나 호텔 등은 외국스타들이 머무는 고급 호텔로 럭셔리 스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근 산악마을 그린델발트의 롯지(오두막)나 라우터브루넨의 샬레풍의 민박집들에 머무는 것도 색다른 휴식의 방법이다. 이 지역 전통 맥주인 루겐 브로이와 화이트 와인, 치즈 퐁듀 등은 꼭 맛 볼 것.


인터라켄 페스티벌의 호른 연주.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