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르누아르·피카소 등 흔적 고풍스런 느낌의 아틀리에들 가득노년의 샤갈 지중해 향취 캔버스에 월드스타 이브 몽탕 이곳서 결혼식
프랑스 꼬뜨다쥐르의 니스, 깐느는 이방인들이 즐겨 찾는 화려한 고장이다. 매년 깐느 일대는 영화제로 도심 전역이 들썩거리기도 한다. 혹 니스, 깐느에서 한적한 예술의 호흡에 취하고 싶다면 꼭 들려볼 곳이 생폴드방스다.
지중해를 에돌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요새처럼 솟아 있는 생폴드방스가 아득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은 첫 인상부터가 바깥세상과의 단절의 이미지가 깊다. 외관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한 가운데에는 교회당이 우뚝 선 외로운 풍경이다.
샤갈이 머물던 '제2의 고향'
성벽 안으로 들어서면 골목길들은 16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중세의 고풍스러운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그랑드 거리와 미로같은 샛길들은 갤러리와 아뜰리에들이 가득하다. 이곳 예술가들의 삶터이자 작업실인 갤러리들은 70여개에 이른다.
마을과 가깝게 닿는 마그 미술관에는 샤갈, 미로, 피카소 등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야외숲에서 오붓하게 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샤갈은 한때 니스에 있던 본인의 미술관을 생폴드방스로 옮기려 했으나 소망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신 자신이 즐겨 찾던 생 끌로드 예배당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노년의 여유를 즐겼다. 마을 입구 반대쪽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샤갈은 이곳에 잠들며 생폴드방스와의 인연을 사후에도 이어갔다. 대가의 무덤은 화려하지 않고 마을처럼 소담스러운 분위기다.
프로방스에 '고흐의 마을' 아를이 있다면, 꼬뜨다쥐르에는 '샤갈의 마을' 생폴드방스가 있는 격이다. 고흐가 프로방스 아를의 따사로운 햇살을 사랑했듯, 샤갈은 생폴드방스에서 여생을 보내며 지중해 꼬뜨다쥐르의 향취를 자유롭게 캔버스에 담았다. 두 곳은 모두 남부 프랑스가 간직한 아름다운 마을들이다.
생폴드방스는 아를에 비하면 소담스럽고 앙증맞다. 니스에서는 버스로 불과 30분 남짓. 고급스러운 숍들과 늘씬한 해변에 지친 여행자들에게는 안식이 되는 예술가의 고장이다. 샤갈, 르느와르, 마네, 마티스, 브라크, 피카소, 모딜리아니… 1900년대 초반 마을을 찾아 몸을 기댔던 예술가들의 면면들이다. 어느 돌담길에 들어서든 지중해의 호젓한 마을을 찾아 그들이 내딛었을 흔적들에 가슴은 먹먹해진다.
화폭에 담긴 오래된 골목들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간판 하나, 문패 하나도 예사로운 것들은 없다. 길가에 내걸린 엽서 한 장과 수공예품들도 큰 도시의 기념품가게에서 흔하게 접하는 것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마을은 훌쩍 둘러보면 1시간이면 족한 아담한 규모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데는 그래서 꽤 오랜 시선과 고민이 필요하다.
샤갈과 미술가들 외에도 생폴드방스는 여러 유명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의 배우인 이브 몽탕 역시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영화배우 디카프리오가 밀월여행으로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행메모
▲ 가는길=생폴드방스까지는 항공편이 닿지 않는다. 파리 등 유럽의 기타 도시들에서 니스까지 이동한 뒤 니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찾아가는게 일반적이다. 버스로는 30여분 소요. 버스는 1시간 단위로 운행한다. 영화제가 개최되는 깐느에서도 승용차로 가까운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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