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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약을 장복하면 큰 병에 걸린다

[김철규 원장의 스마트 한의학(94)] 한약 처방원리 군신좌사
조선시대만 해도 의원이 처방한 한약을 복용할 수 있는 계급은 왕족과 양반 그리고 돈 많은 상인 정도였다. 그만큼 한약이 귀하고 비싸 평민이나 천민은 재대로 한약을 써보지 못해서 민간요법에 의지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산후에 부종을 내릴 목적으로 호박을 달이거나 기운을 북돋울 목적으로 붕어를 달여 먹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본 세종대왕이 우리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한약재에 대해 성미와 효능, 부작용등을 방대하게 조사해서 <향약집성방>이란 책으로 편찬했다. 향약집성방이 한글창제 이전의 저작물이라 한문으로 쓰여 있어 평민과 천민의 접근성이 어려워 혜택을 크게 못봤을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로 동의보감에는 인두나 후두같이 목이 아플 때 쓰는 길경(桔梗)을 '도랏(도라지)'같이 한글로 써 놓았다.

민간에서 내려오는 것들은 대개 한 두 가지 약을 사용한 단방으로 처방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반찬 없이 밥만 먹는 것과, 죽을 때까지 먹는 혈압약과 당뇨약, 몸에 좋은 홍삼, 간에 좋은 헛개나무 열매, 인진쑥, 개똥쑥, 무릎에 좋은 '쇠무릎'인 '우슬', 오가피을 달여서 그걸 일 년 열두 달 먹으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 정말 원하는 결과를 얻을까?

한방 생리에서 오장끼리는 서로 상생(相生), 상극(相剋)해서 인체의 정상 생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궁극의 목적인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한다고 했다. 한 장부가 너무 실(實)해지면 나머지 4개 장부는 다 망가지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한의사가 한약을 처방할 때는 반드시 이들의 조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본초(本草)' 즉 한약의 효능, 성미, 부작용, 독성여부, 사용방법에 대한 최초의 한의학서적은 <신농본초경>이다. 본초(本草)를 사용해 최초로 임상에 대한 이론을 밝힌 것이 장중경(張仲景)의 <상한론(傷寒論)>이다. 명(明)때 방약지(方約之)는 "오랜 옛날에는 1가지 약으로 1가지 병을 치료 하였는데, 한(漢)나라 장중경(張仲景) 때에 와서 여러 가지 약을 섞어서 1가지 병을 치료하였다."라고 했다. 상한론을 보면 실재로 3∼5가지 한약으로 군신좌사(君臣佐使)를 잘 배합해서 탁월한 효과를 본 내용들이 나온다.

<내경>에는 좌(佐)가 없이 군신사(君臣使)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이를 계승해서 '의학입문'이나 '동의보감'에서는 군신좌사(君臣佐使)의 구성을 지향했다. 군약(君藥)은 병을 치료하는 한약이고, 신약(臣藥)은 군약이 잘 기능도록 돕는 한약이며, 좌약(佐藥)은 군약(君藥)의 성질에 반대되는 성질의 한약으로, 군약이 너무 항성하면 몸에 부작용을 가져오는데 이를 사전에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조선시대로 말하면 임금의 잘못을 간언해서 임금이 방탕하거나 광포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사간원 정도로 보면 된다. 사약(使藥)은 신약(臣藥)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한약이다. 만약 모두에 말한 민간약을 일년 내내 장복하면 좌약(佐藥)에 해당되는 견재하는 세력이 없어 약기운이 한 쪽으로 치우쳐 상모(相侮), 상승(相乘)에 이르게 되어 우리 몸을 망치게 된다.

군신좌사의 한약 개수를 서례(序例)에서는 1:2:3:5 혹은 1:3:9(좌+사)로 구성해서 사용하라고 했고, 한약량은 '의학입문'에서 10:(7-8):(5-6):(3-4)로 구성하라고 했다. 홍삼보다 빠른 시간에 기운을 올려주고 피로감을 없애줄 때 쓰는 '보중익기탕'을 보면 황기가 6g으로 군약(君藥)이고, 인삼, 백출, 감초는 4g으로 신약(臣藥)이며, 당귀, 진피는 2g으로 사약(使藥)이고 시호, 승마는 약간 찬 기운으로 1.2g으로 좌약(佐藥)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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