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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133)] 영등포 맛집② 숨어 있는 한·일·중식의 고유한 맛

'교다이야' 일본 우동 넘어선 맛
'아승지' 깔끔·소담한 사찰음식
'창굼터' 맛과 양 검증된 곱창전문
  • 교다이야
영등포는 외국, 외국인들과 인연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영등포도 외국인들과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앞서서 중국인들이 영등포에 거주하면서 여의도를 포함한 영등포 일대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한반도를 점령한 일본인들은 이태원에 있는 군사기지를 여의도 일대로 확대하려고 했다. 이태원은 원래 왜관(倭館)이 있었던 곳이다. 용산 일대를 포함해 이태원은 한때는 일본인들이, 지금은 국제적인 관광지역이 되었다. 영등포도 마찬가지다. 일본인들은 영등포, 여의도를 잇던 작은 땅을 잘라서 여의도를 한강 속의 '섬'으로 만들었다.

흔히 여의도는 마포에 속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의도는 원래 영등포에 연결돼 있었던 곳이다. 영등포는 중국인들, 일본인들 그리고 원래 거주하던 한국인들까지 동양 3국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곳이었다.

묘하게도 영등포의 음식들도 한식, 일식, 중식이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일본식 우동은 젊은이들이 많은 홍대지역 등을 중심으로 유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외래 음식에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본 음식 우동은 유행한다. 홍대지역이 최적지다. 실제 홍대에는 일본 우동집들이 많다. 그러나 홍대 일대의 일본식 우동은 흔히 가맹점으로 표현하는 프랜차이즈 점의 우동일 때가 많다. 규격화된 맛이고 인공조미료 등의 사용이 지나치다. 우동 면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 아승지
'교다이야'는 그런 면에서 수준급의 우동이라고 할 만하다. 외진 곳이다. 영등포구청 역 무렵의 작은 골목 안에 있다. 역시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찾아가기가 불가능하다. '교다이야'를 아는 이들은 '청출어람'이라 말한다. 오너쉐프가 일본에서 우동을 배웠다. 우동 종주국은 물론 일본이다. '교다이야'는 현재 한국에 진출한 일본 우동 전문점들의 우동보다 면발이나 국물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우리 칼국수나 일본 우동은 모두 절삭면(切削麵)이다. 우리 칼국수는 칼로 자르지만 일본 우동은 작은 작두같이 생긴 도구로 자른다. 칼로 자른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일본 우동도 천대받다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누키 우동을 언급하면서 유명해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됐다. '그까짓' 우동을 맛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사누키 지방까지 차를 몰고 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러나 유명해지면서 일본 우동은 망가졌다. 직접 육수를 내는 방식 대신 수프나 시즈닝을 사용하는 집이 늘어났고, 직접 내린 재래식 간장 대신 산분해 간장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체인점들을 중심으로 그런 현상은 심하다. 가장 중요한 면조차도 직접 반죽을 하기보다는 기계에 의존한다.

'교다이야'에는 일본에서도 사라지다시피 한 '제대로 된 사누키 우동'이 있다. 일본에서 우동 공부를 한 후, 한국에 우동을 알린 가게 중 하나인 분당 '야마다야'에서 일했다. '야마다야'를 그만둔 후 '교다이야'를 열었다. 일본 우동도 넘어서고, 한국 '야마다야'에도 뒤지지 않는 그야말로 '청출어람'이었다.

작은 테이블 네다섯 개 정도, 불편하진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그의 공간에서 매일 제대로 된 우동을 만들고 있다.

면, 면 반죽, 삶은 과정, 삶은 후의 냉수처리가 모두 좋다. 직접 멸치를 구하고 매번 육수를 내린다. 일본인들이 우연히 들렀다가 탄복하는 집이다.

  • 창굼터
영등포의 또 다른 재미있는 식당은 '아승지'이다. 왜 이곳에 사찰음식 전문점이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사찰이 있어서 신도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집이었을 터이다. 조금씩 소문이 나고 먼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니 그럭저럭 식당 같은 분위기가 됐다. 조계종의 지호스님이 메뉴 개발을 맡고, 직접 조리한다. 식사시간에는 승복 입은 비구니스님들이 음식을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약 손님 수에 맞춰서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영업시간도 길지 않다. 점심시간 즈음의 3시간 정도다. 미리 전화해보고 가야 된다.

사찰음식이 화려한 모습과 색깔을 지니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다. 시내 가격이 비싼 사찰음식 전문점들을 보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이해된다. 하지만 '아승지'의 사찰음식은 2만 원대 이하다. 몇 가지 음식을 먹고 마무리 식사는 뷔페식이다. 된장이나 청국장, 채소 등을 마음대로 덜어서 먹으면 된다. 좋은 재료를 써서 제대로 만든 음식이니 맛있다.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간이 강하지 않으니 몸에도 부담이 없다. 힐링하는 느낌이 든다. 깔끔하면서 소담한 음식이다. 조미료나 육류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갖가지 나물을 숙채부터 생채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물론 사찰음식치고는 화려하다. 담음새가 화려한 점은 아쉽다.

당산동 전철역 부근은 막힌 길이다. 동네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나가면 바로 한강, 한강 둔치다. 일명 토끼 굴 직전에 '창굼터'가 있다. 옹색하고 찾기 힘든 곳이다. 주인 부부가 한우곱창과 아르헨티나 수입 곱창을 두루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한우곱창으로 정했다. 가격 대비 철저하게 맛과 양을 검증해서 정갈한 곱창을 내놓는다. 곱창전골도 과하게 맵지 않고 술과 밥 모두 어울린다. 소리 소문 없이 조금씩 단골들이 늘어나서 먼 곳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곱창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곱창은 웬만큼 요리하면 맛있는 식재료다. 위생과 요리 방법이 문제다. 좋은 곱창을 구해서 제대로 요리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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