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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142)] 신문로 맛집

‘대통령의 맛집’‘진주비빔밥’ 등 독특한 전문 식당 많아

‘안성또순이집’생태탕 유명

‘신안촌’ 김대중 대통령 단골

‘나무가있는집’두부전문점

‘소문’정통 진주비빔밥 선보여

‘평안도만두집’내공 깊은 큰 만두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

신문로(新門路)는 한자의 뜻 그대로 ‘새문길(새문안길)’이다. 새로 생긴 문의 안쪽에 있는 길이 ‘새문안길’이다. 한양은 4대문, 5궁궐로 이루어진 도시다. 4대문 중 남대문, 동대문, 북대문(숙정문)은 남았고 돈의문(敦義門)으로 불리던 서대문은 없어졌다. 1915년 일제가 돈의문을 철거하고 이제는 ‘서대문로터리’라는 이름만 남았다. 강북삼성병원과 경향신문사 사이쯤에 서대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만 남아 있다. 서대문이 없어지면서 새로 세운 문이 새문이고 길은 ‘새문길’이었다. 일제가 신문로로 바꿨던 것을 또 새로 ‘새문’으로 바꿨다. 현재 광화문사거리에서 서대문로터리까지 연결하는 ‘새문안길’ 좌우측이 행정구역으로 신문로 1, 2동이다.

경희궁을 일제가 허물었고 지금은 경희궁 일부가 복원되고 서울역사박물관이 들어섰다. 인근에 오래된 출판사와 한글회관, 새문안교회 등이 있다. 뒷골목들은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 산책을 하기에도 좋고 최근에는 크고 작은 카페들도 많이 들어섰다.

‘안성또순이집’은 이 지역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30년 이상 운영한 노포다. 경향신문사 아래 좁은 비탈 골목에서 갈치찌개를 내놓다가 광화문 교보문고로 잠시 이사 갔다가 현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옆 골목으로 이사 왔다. 30년 동안 세 번 이사했으나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갈치찌개는 생태탕으로 바뀌었다. 국극(國劇) 배우 출신의 ‘안성또순이’는 할머니가 되었고 이제는 중년의 따님이 운영한다. 식객들이 손꼽는 서울의 생태탕 집이었는데 일본원전사고 이후 대구탕과 한식밥상, 일품요리들도 내놓는다. 여전히 생태탕은 좋다. 원래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맹물에 생태를 끓였는데 단맛을 원하는 손님들 때문에 자연발효 효소 등도 사용한다. 추가메뉴로는 동그랑땡을 권한다. 직접 만든 동그랑땡인데 그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바삭하고 고소하며 속이 촉촉하다. 칼칼한 찌개나 다른 국물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신안촌’의 다른 이름은 ‘대통령의 맛집’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 직전까지 드나들었던 집이다. 민어나 홍어 등 덩치가 큰 생선을 이집에 맡겨두고 ‘날을 잡아서’ 일행들과 호남음식을 맛보았다고 전해진다. 하의, 임자, 비금, 도초 등은 신안군의 섬 이름들이다. ‘신안촌’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고향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30년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버거워할 법도 한데 꿋꿋하다. 홍어도 좋지만 낙지를 잘 만지기로도 유명하다.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이라면 낙지를 추천한다. 가벼운 점심, 저녁정식이 있다. 회를 비롯한 전과 찜 등, 남도의 풍성함을 서울식으로 간소하게 담아냈다. 가짓수도 적지 않지만 하나하나 맛깔스럽다. 남도 음식답게 젓갈을 아주 잘 쓴다.

‘나무가있는집’은 두부전문점이다. 서울 시내에도 두부전문점은 많다. 그러나 잘 만든 두부를 시내중심가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나무가있는집’은 서울의 상징이자 심장이나 다름없는 광화문 인근에서 20년 동안 꾸준히 맛있는 두부를 만들고 있다.

입구는 좁지만 들어서면 2, 3, 4층으로 연결되는 내부는 꽤나 넓다. 칼칼한 두부전골이 아주 좋다. 잘 만든 두부는 잡다한 부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시원한 국물에 좋은 두부면 충분하다. 건강식에 가깝다. 반찬은 간소하지만 정갈하다. 인근 직장인들에게는 소규모 회식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평양과 진주는 조선시대 최대의 도시였다. ‘삼남(三南)의 중심은 진주’라는 표현도 있다. 삼남은 호남, 영남, 충청을 이르는 표현이다. 음식이 발달하지 않았을 리 없다. 묘하게도 진주음식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상 속의 음식이었다. 실체는 있으나 문헌으로도 찾아보기 어렵고, 진주에서조차 제대로 된 진주음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 진주음식은 안동의 국시와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호남만큼은 아니어도 비교적 물산이 풍부했고, 목사가 거주했던 도시라 반가문화가 살아있다. 음식에도 기품이 있다. 영남 우도(右道)의 특징인 실용성과 과하지 않은 사치를 허용하는 음식으로 안동 중심의 영남 좌도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으로 비교되곤 한다.

진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진주비빔밥과 진주냉면이다. 광화문의 ‘소문’은 이 중 진주비빔밥을 선보인다. 반가의 음식이었기에 손이 많이 가서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물을 끓는 물에 데쳐서 꼭 짠 다음 양념으로 조몰락거린다. 육회와 황포묵이 올라간다. ‘소문’의 비빔밥에도 고추장을 사용한다. 원형 진주비빔밥에서 고추장을 사용했는지의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사용했더라도 그리 맵게는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선짓국을 같이 내놓는다. 선짓국 역시 마찬가지다. 진주의 유명 비빔밥집들도 선짓국을 사용하지만 역시 정확한 고증은 없다. ‘소문’의 비빔밥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진주비빔밥이다. 정과(正果)류들도 눈여겨 볼만 하다. 보기에는 간단하나 손이 많이 가는 반가의 음식이다.

‘평안도만두집’은 이제는 많이 사라진 소박하고 든든한 북한음식을 내놓는 집이다. 정확하게는 평안도, 평양 중심의 음식이다. 만두는 북은 크고, 남은 작다. ‘평안도만두집’은 이름답게 북한식 큰 만두를 선보인다. 한 입에 먹기 힘들 정도로 크고, 서울식에 비해 소에 두부와 숙주나물이 많이 들어가 슴슴한 맛을 낸다. 내공이 깊은 음식이다. 만두전골이 인기 있다. 깔끔한 육수에 전과 채소, 고기 등이 고명으로 올라가 푸짐하다. 두툼한 녹두전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소박하지만 깔끔하다. 비오는 날에는 막걸리를 한 잔 기울이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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