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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병원 & 착한 달리기] 의사보다 방송을 더 믿는 환자들

비수술치료가 통하지 않는 질환 많다는 점 유의해야
의학계에서도 힘을 모아 '환자의 병은 TV나 광고가 아니라 의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라는 TV 공익광고라도 해야 될 상황이다. TV만 켜면 차고 넘치는 의료 관련 프로그램들의 과장 광고 때문이다.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유심히 그런 방송물을 보노라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내용들이 종종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척추전방전위증 및 척추관 협착증을 비수술 치료로 낫게 할 수 있다고도 단언한다. 시술 전에 비뚤어져있던 허리 엑스레이를 보여주고, 시술 후엔 이렇게 똑바로 펴졌다며 수술 따위는 필요없다고 만방에 자랑하기도 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 입장에서야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형외과 척추전문의인 필자가 보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솔직히 말해, 시술 전과 후의 사진이 동일 인물인 게 아닌 경우도 여러 번 목격했다. 또한 치료가 된 것이라고 보기엔 힘든 경우들도 제법 있었다고 고백해야 되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걸까? 요즘처럼 척추 질환을 비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광고와 방송이 난무하고 있는 시점에 좀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문의 입장에서 그런 방송을 접하며 아찔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필자만 과민반응을 보이는 걸까?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란 게 큰 문제다. 필자 또한 병원을 찾은 환자들로부터 비수술 치료 문의를 자주 받는다. "방송에서 봤는데요. 전신 마취도 필요 없다던데요. 하루만 입원했다가 바로 퇴원해서 곧장 회사도 나갈 수 있다던데, 그거 가능하죠? 10분이면 끝나는 그거 좀 시술 받으려고 왔네요."

필자는 이런 말을 환자들에게서 들을 때마다 솔직히 당황스럽다. 방송에서 잘못된 정보를 보고 병원을 찾은 환자를 설득하기란 생각보다 무척 고난도의 작업이기 때문. 방송내용과 필자의 진료내용을 비교하면서 저울질 하는 표정을 대하면서 설명을 이어가기란 참으로 고역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자 한다. " 얼핏 들으면 다 맞는 말 같지만 정작 방송에서 선전하는 그런 시술들이 척추질환을 정말로 낫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방송이 정확하게 말해주지는 않더군요. 아니 정확한 설명을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그럴까요? 혹시 그 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셨나요?"

필자는 우선 우리 모두가 상식적으로 판단해야만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레이저나 꼬리뼈내시경 등이 첨단기술일까? 혹시 이런 용어들을 신기술이라고 너도나도 과대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단언컨대 방송에서 선전하는 대부분의 첨단 신기술들은 따지고 보면 결국 주사약을 뿌리고 나오는 정도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그 점을 꼭 알고 넘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척추관 협착증은 딱딱한 뼈가 자라나거나 넓은 인대가 두꺼워져서 신경을 압박해 허리 및 다리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물들을 시술로 약만 뿌려서 넓혀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지긋지긋한 허리통증과 걸으면 곧장 엉치 및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이런 환자들이 병원측의 과대포장된 설명에 현혹되어 병원순례만 하며 허송세월하는 경우를 필자는 자주 목격했다. 그럼에도 그 환자들이 필자의 병원을 찾아와 비수술 치료를 해달라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 또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비수술 치료들은 대략 2달 정도 시행한 뒤 효과가 없으면 더 이상 할 가치가 없다고 보면 된다.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은 1년 넘게 비수술치료를 해도 별다른 차도가 없다. 한마디로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통증을 이기지 못한 환자들은 결국 다른 병원을 찾아 수술을 해달라고 조르곤 한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수술 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수술을 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을 뿐더러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을 만큼 악화된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다.

척추전방전위증 처럼 뼈 자체의 구조가 틀어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들은 구조 자체를 바르게 바꿔주지 않으면 주사 등의 시술로는 효과가 전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매우 단기적인 호전증세 정도 밖에는 경험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터널이 내려앉았는데 터널을 다시 들어올리지도 않고 차량통행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의학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수술을 해야 될 상황이라면 수술을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게 바로 안전하게 수술하는 것. 어떤 병원에서 어떤 의사가 수술을 안전하게 잘 할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시술 또는 특정 수술법만을 의도적으로 고집하는 의사도 한번 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 분야의 전문가인지를 확인해보는 게 가장 좋고, 이미 치료 받은 환자의 소개라면 더더욱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진이 자주 바뀌지 않는 병원 또한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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