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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병원 & 착한 달리기] 경추 척수증과 뇌졸중

이유없이 팔 다리 힘 빠질 땐 경추척수증 의심해야

척추 질환은 문제가 생긴 부위에 대부분 통증이나 동반증상이 나타납니다. 가령 허리에 문제가 생기면 허리가 아프고 목에 문제가 있으면 목이나 그 주변부가 아프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목에 문제가 있는데 목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질환이 있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들이 흔히 혼동하는 병인데요. 이 질환을 앓는 분들은 대개 다리에 힘이 빠져서 걸을 때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게 됩니다. 뇌졸중이나 목디스크로 잘 못 알고 병원을 찾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바로 경추척수증입니다.

지난 봄 필자가 진료한 70대 여자 환자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이 환자는 진료실에 들어올 때부터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렸습니다. 정형외과 병원에 대낮에 술을 마시고 오는 환자를 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겨우내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고 걸을 때도 균형이 잘 안 잡히더라고. 나이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침도 맞고 한약도 먹었죠. 봄에 날씨 풀릴 때 걷기운동 좀 하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걷기운동을 시작했더니 걷기도 힘듭디다. 다리 힘이 더 빠진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네. 아는 사람이 허리가 아프면 다리 힘이 빠질 수도 있다고 해서 이 병원을 찾아왔네요. 오래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소.”

70대 할머니는 자신의 증세가 나이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눈치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 진찰을 시작했습니다. 진찰 결과와 앞서 환자가 언급한 내용을 종합했습니다. 필자의 진료경험으로 미루어 그 환자는 허리 문제가 아니라 목 부위에 이상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목 부위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고, 마침내 ‘경추 척수병증’이라는 문제가 확인되었습니다. ‘걷기가 몹시 불편했는데 알고 보니 목 부위에 병이 있더라’ 라는 경추척수증의 전형적인 케이스였던 것이죠.

경추척수증은 말 그대로 경추(목뼈) 척수(신경)에 병이 생겼다는 뜻인데요. 경추 내부의 큰 신경줄기인 척수가 직접 압박을 당하면서 증상이 일어나는 병입니다. 목디스크나 후종골화인대증 같은 퇴행 변화로 인해 척수가 직접 압박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통증 없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걸을 때 균형문제가 생깁니다.

젓가락질이나 단추 잠그기 같은 미세한 손동작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도 나타납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잘 발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예를 든 70대 여자 환자처럼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처럼 주위에서 누군가 충고를 해주지 않으면 병세가 심해진 상태에서 병원에 오는 경우도 꽤 있는 편입니다.

경추척수증은 일반적인 목디스크나 협착증 같이 비수술 치료는 잘 시행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빠른 처치가 필요한 병입니다. 늦게 발견되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수술 후에도 마비 증상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방법은 환자의 증상, 영상검사 상태, 문제 부위 등을 종합해 결정합니다. 수술의 목적은 압박당하고 있는 경추 척수가 더 이상 압박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척수를 압박하는 구조물을 제거하거나 확장시키는 방법을 쓴다는 것입니다.

경추척수증은 우리들에게 하나의 증상에도 수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팔 다리에 힘이 빠진 느낌이 든다고 다짜고짜 뇌졸중(중풍)을 의심하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유 없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걷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한번쯤은 경추척수증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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