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게 잦은 근막통증증후군 치료 가능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가을이다. 누군가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의 계절이라고 반길테고, 또 다른 이들은 독서의 계절이라며 단풍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가을은 좀 특별한 계절이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따뜻한 봄과 여름에 혹사당한 뼈와 근육들이 가을이 되면 대부분 탈이 나기 때문이다. 아프다며 고쳐달라고 마구 신호를 보내는 계절이 바로 가을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을에 아픈 정형외과 환자들은 봄과 여름을 부지런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름만 대면 누구라도 알만한 프로야구 선수 한 사람이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가까이서 보니 체격이 정말 좋았다. 한 눈에 봐도 운동선수라는 느낌이 왔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모습만 보다가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모습이 좀 낯설었지만 눈매와 표정으로 그 선수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선수가 말했다. “왼쪽 목 뒤가 당기면서 아파요. 고개를 돌리기도 어렵습니다. 물리치료도 받아봤지만 차도가 없네요. MRI를 찍어도 이상이 없는 걸로 나오는데 아프기는 무지 아프네요. 곧 가을 시즌인데 어떡하죠, 선생님? ”

큰 눈망울 속에 포스트시즌을 걱정하는 절박함과 걱정이 가득했다. “일단 그동안 다른 병원에서 찍었던 MRI부터 살펴봅시다.” 필자는 찬찬히 그 선수의 목 MRI를 분석했다. 그런데 몇 번을 다시 봐도 정말로 이상이 하나도 없었다. 한마디로 깨끗했다. 그럼 뭘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이 없으니 좋은 약 처방하고, 비싼 물리치료기계를 이용해 훌륭한 도수치료선생님과 함께 지속적 운동처방을 진행해야만 할까?

그런데 그건 아니다.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근막통증증후군’이다. 근막통증 증후군이란 지속적인 근육수축으로 인해 근육과 근육을 감싸고 있는 결합조직에서 통증유발점 (trigger point)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통증이 생기고 다른 부위로 방사되는 연관통도 생기게 된다.

근막통증증후군은 만성통증의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 디스크나 협착증 수술 후에 남아있는 증상의 원인도 대부분 근막통증 증후군이다. 환자들은 필자의 이러저러한 설명에 “쉽게말해 근육이 뭉친 거니까 약 먹고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하면 되는 거군요~” 라고 되묻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일시적으로는 호전되는 기분이 들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근막통증 증후군의 원인은 통증유발점에 있다. 이 통증유발점을 직접 주사로 자극해서 없애주고 다시 생기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근본치료라고 하겠다. 통증 유발점을 주사로 자극하면 근육의 국소연축 (spasm)이 보이게 되는데 이때 근육이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근육이 튀는 게 눈에 보이게 되고 환자도 직접 느끼게 된다. 환자와 필자가 이 느낌을 같이 공유하게 되고 그 순간 ‘찾았다!’ 라는 기쁨이 밀려온다.

이 프로야구 선수도 통증 유발점 주사 (trigger point injection) 치료를 했다. 역시 통증 유발점이 있었고 근육이 엄청나게 많이 튀었다. 이 치료를 받아본 환자들이라면 이 느낌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사치료를 받고 아프기는 하지만 이전의 불편한 느낌과 통증이 사라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곧장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치료이후에 이전 보다 훨씬 큰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너무도 고맙다. 가슴 뿌듯한 이런 느낌을 필자가 치료한 이 선수에게서도 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포스트시즌에서 홈런도 펑펑 치고 홈런성 타구도 몸을 날려 스파이더맨처럼 잡아내주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기억할 점 한 가지. 운동선수들에게 원인 모를 근육통증이 있다면 근막통증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몸을 계속 움직여야 낫는다는 환상을 버리고, 통증유발점을 찾아 치료하면 된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올 가을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기대해본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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