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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157)] 충청지역 휴게소 맛집들

지역 특산물 활용한 수준급 음식들
금강휴게소, 민물피라미의 '도리뱅뱅정식'
충주휴게소, 민물새우 들어간 '얼큰새뱅이해물순두부'
옥산휴게소, 직접 만든 두부로 '순두부청국장'
인삼랜드휴게소 금산 수삼 쓴 '인삼왕갈비탕'
  • 금강휴게소 '도리뱅뱅정식'
식재료가 턱없이 부족했던 예전 상황을 모르면 음식을 이해하기 힘들다. 밀가루가 1950년대 중반부터 흔해졌다는 사실을 모르니 ‘칼국수의 역사’를 찾는다. 한반도에는 밀이 귀했고 당연히 밀가루도 귀했다. 밀이 있었다 해도 곱게 제분하는 기계가 없었고 기계를 움직일 전기도 귀했다.

소는 조선 시대 내내 금육(禁肉)이었다. 18세기 이전에는 상민(常民)들 중에는 평생 쇠고기 구경도 못해본 사람들이 수두룩했을 것이다. 소는 식용이 아니라 노동력을 공급하는 귀한 농사 도구였다. 돼지는 퍽 귀했다. 곡물이 부족한 판에 곡물을 먹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돼지를 기를 이유는 없다. 결국 산에서 구할 수 있는 야제육(野猪肉)이라는 멧돼지 고기 요리법이 등장하는 식이다.

해안가도 마찬가지. 그물이 시원치 않으니 고기잡이도 해안 가까운 곳의 작은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해안가라면 비린 생선 작은 것이라도 만날 수 있지만 내륙의 식재료 부족은 심각했다. 소, 돼지를 빼고 나면 가축이라고는 개, 닭 정도가 남는다. 바다 생선은 구하더라도 운반이 힘들다. 생선이라고 해봐야 미꾸라지나 피라미, 붕어 등이다.

지금도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내놓는 집에서는 어죽이나 어탕을 더불어 내놓는 경우가 많다. 모두 가난한 내륙 지방의 음식이라는 뜻이다. 닭도 많은 양을 기르기는 힘들다. 민물생선도 크기가 큰 잉어 등은 쉽게 구할 수 없다. 그나마 내륙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닭이나 작은 민물 생선 등이다. 충청도 내륙에서 닭이나 민물 생선 관련 음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유다.

고속도로 휴게소 중 퍽 오래된 금강휴게소의 ‘도리뱅뱅정식’은 내륙지방 충청도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라 할 만하다. 간단한 음식이다. 민물 피라미를 손질하여 접시에 둥글게 장식한 것이다. 음식에 대한 진정성은 놀랍다. 주요 식재료인 피라미는 인근의 주민들이 금강에서 잡은 것들이다. 국산이고 생물 상태다. 가까운 곳에 맑은 하천이 없으면 불가능한 노릇이다. 더하여 이 지역은 오랫동안 민물고기를 만졌고 또 먹었다. 먹고 싶어서 먹었던 음식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어서 먹었던 음식이지만 지금은 휴게소의 주요한 ‘접빈객(接賓客)’ 메뉴가 되었다.

  • 옥산휴게소 '순두부청국장'
1인분 한 접시에 약 40마리 정도의 피라미를 올린다. 작은 피라미를 일일이 손본 다음 찌고 구운 다음 양념을 얹는다. 양념의 붉은 색깔이 더해진 ‘도리뱅뱅정식’이다.

충주휴게소 ‘얼큰새뱅이해물순두부’의 핵심 식재료는 ‘새뱅이’다. 새뱅이는 민물새우를 이르는 충청도 사투리다. ‘털레기탕’은 이제는 거의 사라진 음식이다. 원래 경기도나 충청도 내륙지방의 음식이었다. 민물 잡어를 털어 넣고 여름철에 쉽게 구하는 채소를 대중없이 넣는다.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여 얼큰하게 먹는다. 별다른 조리법도 없이 편하게 해먹는 먹거리다. 재미있는 것은 맛내기 용 식재료다. 민물새우다. 지금은 민물새우를 토하(土蝦)라 하여 귀하게 치지만 예전에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식재료였다. 민물새우는 ‘새뱅이’고 ‘얼큰새뱅이해물순두부’는 해물, 순두부가 들어간 새뱅이 탕을 얼큰하게 끓였다는 뜻이다. 맛내기 용 자연 조미료인 민물새우를 가득 넣고 끓인 탕이 맛없을 리 없다.

마침 인근에 충주호가 있고 물길들이 잦게 뻗어 있다. 새뱅이를 구하기 쉽고 생산 계절에 구한 새뱅이를 얼려두고 사용해도 좋다. 예전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귀해진 민물새우를 이용하여 새로운 음식을 만든 셈이다. 물론 휴게소 인근에는 ‘새뱅이매운탕’을 내놓는 노포들도 있다.

옥산휴게소의 ‘순두부청국장’은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은 엉망”이라는 편견(?)을 깨트린 음식이다. 두부를 만드는 사람들 중에는 “전생에 지은 죄가 커 금생에 두부를 만든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두부 만드는 일은 대단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힘들다. 기계의 힘을 빌면 비교적 쉽지만 수작업으로 두부 만드는 일을 해내는 것은 고단한 노동을 필요로 한다. 보관도 힘드니 작은 식당에 사용되는 두부를 위해서도 매일 만들다시피 해야 한다. 옥산휴게소에서는 이런 고단한 일을 매일 해내고 있다. 대도시 전문점에서도 꺼리는 일을 휴게소 식당의 인원들이 매일 아침 해내고 있는 것이다. 된장이나 청국장도 외부에서 들여오긴 하지만 제대로 만든 수제 전통 식재료다. 미리 정해둔 곳에서 수제, 전통 된장, 청국장을 반입하고 있다. 직접 만든 두부와 수제 전통 된장, 청국장을 결합한 음식이 바로 ‘순두부청국장’이다. 대도시 외식업체들도 대부분 공장에서 생산한 짝퉁 된장, 청국장을 사용하고 물에 담아서 보관하는 공장 대량 생산 두부를 사용한다. 휴게소에서 이런 음식을 만나는 것은 예기치 않았던 즐거움이다.

인삼랜드휴게소의 ‘인삼왕갈비탕’도 퍽 재미있는 음식이다. ‘인삼왕갈비탕’은 인근 금산의 수삼과 쇠고기(갈비)를 결합시킨 음식이다. 대부분의 인삼 관련 음식이 삼계탕이다. ‘인삼왕갈비탕’은 인삼과 쇠고기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발상이 새롭다.

  • 충주휴게소 '얼큰새뱅이해물순두부'
쇠고기를 다루는 주요 포인트는 피 빼기다. 냉동상태로 들여오는 수입산 쇠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주로 피 빼기 문제다. 고기의 피 빼기는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을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펄펄 끓는 물에서 튀기듯이 피를 뺀다. 중간 과정에 고기를 마사지하듯이 주무르기도 하고 날카로운 꼬챙이 등으로 고기, 뼈의 군데군데를 찔러서 고인 핏물을 빼기도 한다. ‘인삼왕갈비탕’은 금산 인삼의 향과 피빼기를 잘한 고기를 결합시킨 음식이다. 적절하게 우려내서 맛을 더한 육수도 수준급이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35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인삼랜드휴게소 '인삼왕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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