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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병원 & 착한 달리기] 하지불안 증후군

MRI도 못 찾아내는 통증, 신경과 검진 필요

이전에 다른 병원에서 검사한 자료들을 잔뜩 들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50대 환자. “다른 병원에서 검사란 검사는 다 했는데 원인을 모른다는군요. 이 자료들 자세히 보시고 정확히 어디가 안 좋은 것인지 좀 알려주세요~” 답답하다는 표정, 불만 가득한 몸짓에서 그동안 다녔던 병원들에 대한 불신이 뿜어져 나왔다. 건넨 자료들을 살폈다. 양측 무릎, 양측 발목, 허리 MRI 등등 허리 아래쪽 검사자료가 총망라되어 있었다. 자료는 그렇다 치고 일단 환자의 증상을 환자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어디가 가장 불편하세요?”

무겁게 입을 여는 환자. “다리가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낮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고 간간이 시큰거리는 정도에요. 그런데 밤만 되면 저리기 시작해서 심할 때는 조이는 느낌도 들어요. 도무지 잠을 깊게 잘 수가 없네요.” 처음엔 오랜 시간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얼마쯤 시일이 경과하자 지금처럼 잠잘 때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신체검진을 시작했다. 허리, 무릎, 발목까지 각 관절을 다 확인했다. 무릎 관절에 약간의 염증 소견을 빼곤 특이할 게 없었다. 다른 병원에서 가져왔다는 MRI 자료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신중한 표정의 필자를 바라보던 그 환자가 입을 열었다. “허리 디스크가 조금 있다기에 주사도 여러 번 맞았네요. 무릎은 추벽이 있어서 약 먹고 안 나으면 수술하자고 합디다. 근데 도무지 병원마다 하는 말이 모두 다르니 어느 병원 말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 헷갈려서 마지막이다 싶은 마음으로 이 병원을 찾아왔네요.”

더 이상 환자를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목소리 볼륨을 높여서 환자에게 말했다. 물론 MRI 소견과 신체 검진 등등을 종합한 결과였다. “지금 상태는 하지불안 증후군이 의심됩니다. 주사 맞으러 관절전문병원 이곳저곳 을 다니시는 것보다는 종합병원 신경과를 찾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몇 주 후에 그 환자가 필자의 병원을 일부러 다시 찾아왔다. 신경과 치료를 잘 받고 있으며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밝은 표정에서 통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이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간혹 이런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MRI 검사를 해도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다리가 저리고 조이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들. 예전에는 이런 경우에 통증을 줄여주는 이런 저런 약을 계속 쓰곤 했다. 주사를 처방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하지불안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점차 알려지는 추세다. 의료정보에 민감한 환자들 중에는 미리 알고 신경과를 찾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질환이라서 의사들도 간혹 각각의 질환에만 신경 쓰다가 하지불안 증후군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불안 증후군의 주 증상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서 쉴 때 이상하게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몸을 움직이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또한 걸을 때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불편한 하지와 관절에 대한 정밀검사를 했지만 특이적인 문제가 없거나, 앞서 설명한 증상들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면 한번쯤 하지불안 증후군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더구나 통증호전 약물에 좋아지지 않을 땐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나 잠 잘 때 매 10~60초마다 다리 또는 팔을 까딱거리거나 심하게 움직이는 ‘주기성 사지운동’이 나타나면 쉽고 분명하게 진단을 할 수도 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하지불안 증후군을 소개하며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한마디. “만약 지금 유명하다는 관절병원을 이곳저곳 다녔는데도 원인 모를 통증 때문에 힘드신 분들은 꼭 신경과를 한번 찾아가 보세요~.” 올 겨울 모든 독자 제위의 관절건강을 기원한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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