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두부'로 여기면 큰코다친다조선 두부 중국보다 한 수 위'황금콩밭' 두부젓국 특별해'백년옥' 순두부 꾸준한 인기'원조할머니두부집' 수제두부 맛

황금콩밭
'두부 콤플렉스'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식이 최고라고 믿는다. 어느 민족이나 자기들만의 음식을 가지고 있지만 식재료나 조리법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한식은 확실히 뛰어난 음식이다. 문제는 두부다. 두부에 대해서는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까짓 두부? 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부에 대해서는 참 관대하다. 늘 그까짓 두부, 라고 생각한다. 그 두부가 그 두부라고 믿는다. 두부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은 생각하지 않는다. 굽거나 된장찌개 등에 넣는 게 모두다.

산나물을 우리처럼 다양하게 먹는 민족은 없다. 식재료의 다양성으로는 중국도 뒤지지 않는 나라이지만 산나물에 대해서는 청맹과니 수준이다. 버섯 몇 종류가 산나물의 모두다. 우리처럼 수십, 수백 가지의 산나물을 다양하게 먹는 경우는 없다. 생나물로도 먹고 묵은 나물로도 먹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장(醬)도 마찬가지. 두장(豆醬)과 어장(魚醬)을 우리처럼 다양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수십, 수백 가지의 두장, 어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의 된장, 간장은 이미 식품공학적으로 양념을 만드는, 식품제조회사의 영역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제대로 된 수제 장류를 만드는 곳은 한정적이다. 우리처럼 웬만한 지역마다 '핸드메이드 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두부는 늘 중국, 일본 등이 앞서 있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조선왕조실록>의 두부 이야기로 늘 위안을 삼았다. 세종16년(1434년) 12월의 기록이다. 중국을 다녀온 사신 박신생이 중국 황제의 편지(칙서)를 조선 조정에 전한다. 이 편지 내용 중에 "두부 잘 만들고 음식 잘 만지는 사람들을 10여 명 보내 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의 두부가 중국보다 한수 위였다는 이야기다.

고려시대 기록에도 좋은 두부 이야기는 나온다.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의 글씨에도 두부는 등장한다. 나이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음식이 두부라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도 언두부, 동두부(凍豆腐)가 등장하고 두부장(豆腐醬)은 아직도 몇몇 사찰 등에서는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우리 두부는 망가졌다. 온 나라가 공장제, 물에 든 두부를 먹는다. 세상의 두부가 모두 그렇다고 믿는다.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수제두부공장은 일본에 비해서 절반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물에 담은 공장제 두부 전성시대다. 두부는 '맛없는 식재료'가 되었다.

백년옥
중국인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는 취두부(臭豆腐)다. 삭힌 두부다. '썩은 두부'라는 표현은 틀렸다. 썩은 두부는 상한 두부, 부패한 두부다. 못 먹는다. 취두부는 삭힌 두부, 발효시킨 두부다. 냄새는 심하다. 처음 취두부를 만나면 대부분 코를 감싸 쥔다. 그러나 썩은, 상한 두부는 아니다. 외국인들이 청국장, 된장, 삭힌 홍어를 만나면 코를 감싸 쥔다. 그렇다고 청국장, 된장, 홍어가 상한 것, 썩은 것은 아니다. 잘 삭힌 것이다. 삭힌 것의 맛이 가장 강하다.

취두부는 중국인들이 두부를 먹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대만, 홍콩을 포함하여 중국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삭힌 두부를 조금씩 떼어먹기도 하고 찌개나 양념구이로도 먹는다. 일상적인 주요 식재료다. 한국인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코를 감싸 쥐면 중국인들은 여유롭게 웃는다. 발효음식은 냄새가 심하다. 배우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 홍어나 냄새가 심한 청국장은 배워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취두부도 마찬가지다.

모두부(毛豆腐)는 표면에 하얀 털이 있는 두부다. 안휘(安徽)의 명물이다. 일명 곰팡이 두부라고도 부른다. 두부를 짧은 시간 발효시키면 두부 표면에 마치 가는 실 같은 하얀 곰팡이가 낀다. 마치 털 같다. 바람이 불면 '털'이 하늘거린다. 기름을 두르고 구워서 다시 찌개에 넣거나 양념을 얹어서 먹는다. 겉모양은 징그럽다. 맛은 더할 나위 없다. 가정에서 먹기도 하지만 시장 통이나 이동식 수레 혹은 자전거 등에서 팔기도 한다.

문사두부(文思豆腐)도 있다. 청나라 때 양주 출신의 문사스님이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회양지방 요리다. 두부를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썰고 표고버섯과 죽순 등 여러 고명도 가늘게 썰어서 만든 국물 있는 두부 요리다. 청나라 건륭제가 강남을 방문했을 때 먹어보고 너무 좋아해서 궁중요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서울의 두부집들 중에도 직접 두부를 만드는 곳들도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은 매일 오전 11시경 수제두부를 낸다. 좋은 두부를 만나려면 점심시간에 가는 것이 좋다. 두부도 밥과 같다. 만든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떨어진다. 두부조림이나 매운 맛의 탕이 있지만 두부젓국을 권한다. 부드러운 두부에 젓갈을 더해서 끓인 것이다. 조선시대 먹었다는 연포탕(軟泡湯)과 흡사하다.

원조할머니두부
서울에서 널리 알려진 두부 집은 서초동 ''이다. 불평도 있지만 오랜 기간 꾸준하게 순두부 등을 내놓고 있다. 주변에 별관이 있고 마치 '두부타운' 같다. 속초에서 미시령터널로 진행하다가 오른쪽에 두부마을 학사평이 있다. ''은 학사평 두부를 내세우고 있다.

구기동에도 두부를 직접 만드는, 수제두부집이 두 곳 있다. '집'이 먼저 생겼고 ''은 후발주자다. ''은 전임 대통령들이 두부를 먹었던 집으로도 유명하다.


옛날민속집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