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한약'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보약' '우황청심원' '까스활명수' '공진단' '경옥고' 정도를 말하지 않을까 싶다.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은 중풍예방약으로 널리 알려진 터라 '열을 받아서 뒷골이 땡기거나,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겋게 되거나, 대학입시나 입사시험 같은 큰일을 앞에 두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전가의 보도'처럼 이곳저곳에서 복용한다. 더구나 요즘 제약회사에서 만든 우황청심원은 금박을 입힌 환약(丸藥)의 형태도 나오지만 마시는 드링크로도 공급이 되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동의보감 잡병 편에 있는 우황청심원 1알은 4g 정도 인데 그 속에는 30종류의 한약재가 들어가 있고 우황(牛黃)이 0.1g정도 미량이 들어있다. 우황(牛黃)은 황소나 물소의 담(膽, 쓸개)이나 담관에 생긴 담석(膽石)이다. 기름 같은 지방을 분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담즙은 간(肝)에서 하루에 약 800ml 정도 만들어서 담(膽, 쓸개)에 저장한다. 쓸개는 담즙을 8배로 진하게 농축시켜 가지고 있다가 지방이 포함된 음식이 '위(胃)'에서 소장(小腸)의 초입부인 '십이지장'위로 내려갈 때 담즙을 뿜어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모든 포유동물은 그 기전이 대동소이해서 사람이나 소에게도 담석(膽石)이 발생되지만 대부분 큰 증상 없이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산 우황을 최고로 치고 요즘은 캐나다, 브라질, 호주, 칠레, 볼리비아, 우루과이 같은 곳에서도 소의 담석인 우황을 많이 수입해서 쓰고 있다. 황소, 물소, 들소 할 것 없이 소에서 나는 모든 담석은 우황으로 쓰이며, 일부에서는 소나 돼지의 쓸개즙을 가지고 인공적으로 가공해서 우황을 만드는데 이를 '인조우황'이라 부른다. 우황은 성질이 서늘하고(凉), 독은 없고 모든 담즙이 그러하듯이 맛은 쓰다(苦). 바람을 잠재우고 바람 때문에 발생한 경기(驚氣)를 진정시킨다. 이를 식풍지경(息風止痙)이라 한다. 바람은 풍(風)이다. 바람도 여러 바람이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바람은 중풍(中風)에서 말하는 바람인 태풍(颱風)이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나무가 뽑히고, 도로가 유실되고, 가옥이 파손되어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 인체에서 이런 태풍에 맞서 왕(王)인 심장(心臟)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곳은 간(肝)이다. 간은 심장의 호위 무장으로, 심장에게 가해지는 모든 타격을 간(肝)이 대신 처리하며 주로 근육을 써서 이 일을 수행한다. 태풍인 중풍으로 인해 전신 근육이 뒤틀려 제대로 작동이 안 되어 못 걷거나 걸어도 절뚝거리고, 혀의 근육이 뻣뻣해져서 말을 못하게 되고, 입의 근육이 굳어 밥알을 흘리고 침도 흘리게 되는데 이를 경풍(驚風)이라하고 우황(牛黃)은 이 부분을 치료해준다. 간도 간이지만 이렇게 되면 심장도 타격을 입어 헛소리를 하거나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우황은 이 부분에도 작용을 한다. 이를 안신정경(安神定痙) 즉 심장(心臟)을 편안하게 해서 정신(精神)을 굳건하게 하고 근육이 뒤틀리는 것 같은 간(肝)의 경풍(驚風)을 없앤다는 뜻이다. 우황은 이런 이유로 심장과 간장에서 작용한다. 인공우황을 사용하면 4배를 사용해야 한다.

한약재들 중에 토(土)천궁, 토(土)당귀, 토(土)황기, 토(土)맥문동같이 한약재에서 앞에 토(土)가 들어간 한약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한약재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려는 한약재에 붙어있는 토(土)는 그런 뜻이 아니고 고유한 한약명칭에 들어가 있는 이름의 일부다. 토복령(土茯笭)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토(土)복령과는 전혀 다른 한약재다. 혹간 한약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앞에 토(土)가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나는 복령(茯笭)이구나' 하고 복령대신 사용하면 안된다. 토복령은 중국의 양쯔강 아래지방이 주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되는 한약재로 매독(梅毒)이나 수은중독(水銀中毒)에 특효약이다. 토복령을 우여량(禹餘糧)이라고도 부르지만 우여량(禹餘糧)이란 광물 한약재도 있으니 처방과 맞게 쓰여졌는지 잘 살펴보아 토복령인지 우여량(禹餘糧)인지 잘 분간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