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말에 회사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으려고 1달간 일본의 여러 지역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흔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해외로 출장 가는 것이 부러움을 살 정도라 가능하면 일본에서 많은 곳을 둘러보고 많은 것들을 보려고 했다. 전 세계 정유공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해결이 안 된 골치 아픈 문제들을 각자 가지고 와서 발표하고 함께 토론하고, 조언을 구하는 자리였다. 가끔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일본 내 정유공장 시설을 견학하고 강의를 듣기도 하고 토론도 하기도 했다. 첫날은 오리엔테이션을 겸해서 일본과 도쿄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를 하고 도쿄 내 몇 군데를 둘러보게 하는데 문부성 산하에서 주관해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파견되어 이 행사를 이끌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일본사람 중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국제적인 심포지엄이나 굵직한 행사가 있으면 국가차원에서 지원한 것으로 보여 진다. 마침 그 중에 필자와 죽이 맞는 또래 녀석들이 있어서 교육이 없는 일요일에 같이 만나서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그 중에 와세다대 영문과를 나온 아가씨는 한국인에게 시집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한국이 외벌이로 생활이 가능한 반면 일본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은 직장생활을 하기 싫고 전업주부가 꿈이라고 했다. 농담으로 내게 시집오라고 했지만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 때 같이 교육 받는 사람들끼리도 친해져서 각자의 방으로 놀러가기도 했는데 내 방으로 온 사람들에게 특별히 내 놓을 것이 없어서 수삼을 썰어 꿀에 재워서 가지고 간 인삼차를 조금씩 맛보라고 내 놨다. 그랬더니 아쉬운 눈빛이 역력해서 인삼차를 한 컵씩 그득 담아서 몇 명에게 줬다. 그 당시 한국 인삼은 외국에서 엄청 인기가 좋은 영험한 불로장생약으로 인식되어 먹기만 하면 힘이 불끈 솟고 정력이 강화되고 만병을 물리치는 건강 부적 수준이었다. 잘 나가던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비싼 고려인삼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캐나다나 미국, 중국에서 재배된 인삼을 선호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작년 인삼 수출은 재작년에 비해 증국이 20% 증가된 것을 제외하고 홍콩, 일본, 대만 등에서는 거의 20%가 감소되었다. 중국에서도 재 구매 의사를 묻는 설문에 중국인 중 70%정도가 중국인삼과 차별성을 못 느끼고,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열이 상승하는 승열 문제 때문에 재 구매를 안 하겠다고 해서 향후 수출이 흐릴 것으로 보인다. 보기약(補氣藥) 중에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한약은 단연 인삼이다. 인삼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며 4-6년 자란 후에 캐서 말려서 한약으로 사용한다. 인삼은 밭에서 나는 밭삼과 논에서 자라는 논삼으로 나뉜다. 밭삼의 대표산지는 강화도이고 논삼의 대표산지는 풍기와 금산이다. 밭삼은 색이 붉고 6년까지 자라는 관계로 몸통이 굵어서 구부릴 수 가 없어 직삼(直蔘)의 형태로 유통된다. 반면 밭삼은 색이 희고 4년 근은 몸통을 완전히 구부려 말려서 곡삼(曲蔘)으로 팔리고, 5년 근은 반만 구부려져서 반곡삼(半曲蔘)으로 유통된다. 중국산 인삼은 껍질을 안 벗겨서 주름이 많고 쭈글쭈글한 표면 형태를 갖는다. 국산은 껍질을 벗겨서 말려서 유통하므로 표면이 매끄럽다. 양질의 인삼은 단면을 잘랐을 때 백색으로 구멍이 없이 단단하고 균일하다. 반면 불량한 것은 단단하지 못하고 푸석푸석하고, 표면을 만져보면 분가루가 묻고, 여기저기 거칠게 구멍이 나 있고 색상도 거무튀튀하다. 줄기 윗부분에 있는 노두(蘆頭)는 인삼의 나이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노두가 4개면 4년 근이다. 옛날에는 노두만 따로 사 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이 없다. 상한 음식을 잘못 먹었을 때 노두를 갈아서 먹여서 일부러 토(吐)하게 해서 빨리 독성물질을 몸 밖으로 빼낼 목적으로 쓴다. 노두는 용토약(涌吐藥)이다. 인삼은 가공정도에 띠라 용량이 달라진다. 갓 수확한 생인삼은 750g을 한 채, 바짝 말려 한약재로 쓰이는 인삼은 300g을 1근, 쪄서 가공한 홍삼은 600g을 1근으로 해서 거래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