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또래보다 키가 작거나, 감기에 잘 걸리거나, 쉬 피로를 느끼는 손주들을 데리고 와서 나이에 맞는 첩 수대로 보약을 달여 가는 할머니들이 많다. 자신도 한약이 필요한데도 꼬깃꼬깃하게 접어 보관했던 쌈짓돈으로 손주들 한약을 먹이고 싶은 것이 할머니의 마음인가 보다. 녹용(鹿茸)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달고 짜다. 간장과 신장으로 들어가서 효능을 발휘한다. 주효능은 장원양(壯元陽), 보기혈(補氣血), 익정수(益精髓), 강근골(强筋骨)이다. 으뜸 되는 양기를 북돋아 건장하게 하고, 기혈을 보하고, 정력과 골수를 보해서 총명하게 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는 뜻이다. 언 듯 보면 녹용을 복용하면 총명해지고 거기다가 스테미너가 뛰어나고 지치지 않는 근육질의 ‘실베스타 스텔론’이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녹용은 한약이다. 그 말은 인체를 균형 있게 맞춰주는 역할을 할 뿐 한쪽을 지나치게 강성하게 하는 역할은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참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해야할 때 어떤 이유에서든 그러지 못해서 총명함이 부족해서 지능이 떨어지거나, 뼈가 무르고 근육도 없어서 왜소해 보이고 그 결과 학교생활이나 직장에서 주눅이 들어 기(氣)를 못 펴고 사는 사람들이나 기력이 많이 부족한 노인들에게 이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줘서 기(氣)를 펴고 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보약을 짓는다고 하지 않고 ‘보신제’를 지으러 왔다고 한다. 보신제는 신장을 보하는 한약이라는 뜻이고 아울러 녹용을 넣어달라는 얘기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은 신장 뿐 아니라 고환, 난소, 자궁, 성기 등의 부속기관을 포함하며 여기에는 인체의 가장 바탕이 되는 정미로운 물질인 정(精)이 저장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기(精氣), 정력(精力), 정액(精液)에도 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신장의 정(精)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아 타고난 것으로 이 정(精)을 물질적 기초를 삼아 신양(腎陽)과 신음(腎陰)이 활동하게 되는 데 이 활동으로 오장육부가 각자 자신의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된다. 신음(腎陰)은 인체의 각 장부를 촉촉하게 적셔주고 윤택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신양(腎陽)은 장부가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하도록 기운을 공급하고 따뜻하게 해 준다. 또한 오장육부에서 만들어진 정(精)은 역시 신장에서 저장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이런 이유로 장원양(壯元陽)에서 원양은 신장(腎臟)의 양기(陽氣)를 말하며 현대의학에서 부신피질호르몬에 해당된다.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받은 정(精)이 부족하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이 지연되어 체격이 왜소하고 자꾸 주눅 들게 된다. 이 때는 한약을 장복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게 되는데 귀룡탕(歸茸湯)이나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이나 팔미원(八味元)에 녹용을 함께 넣어서 쓴다. 특히 이런 꼬마 애들이 소아보약이나 성장한약을 지을 때는 ‘기름분골’을 많이 쓴다. 분골 중에도 가장 위쪽에 있는 것을 기름분골이라 하는데 이 부분은 녹용 하나 당 채 1%도 안 나오며 그래서 가격이 만만치 않다. 녹용(鹿茸)의 따뜻한 성질은 신장의 양기를 북돋우는데 온리약(溫裏藥)인 부자(附子)나 육계(肉桂)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맛이 맵고 열이 많지만 너무 건조해서 양기를 빠르게 끌어올려 찬 기운인 한사(寒邪)를 밖으로 날려버린다. 이런 과정에서 진액이 더욱 졸아들어 문제가 발생하는 수가 있다. 녹용은 이들보다 온기가 적당하고 윤기가 있어 신장의 양기를 완만하게 보하고 아울러 정(精)을 생기게 한다. 녹용은 음허(陰虛)나 양허(陽虛) 모두에 쓸 수 있는 대표적인 한약이다. 타박상이나 수술 등으로 인해 어혈(瘀血)이 생겼을 때는 날 것으로 사용한다. 또한 출산할 때 힘이 빠져서 힘을 못줄 때도 녹용하나로 구성된 단녹용탕(單鹿茸湯)을 복용시켜 출산에 도움을 주게 한다. 허리 무릎이 뼈골이 빠질 듯이 시리고 아플 때나. 정액을 흘리고 다니는 유정(遺精), 체력저하로 감기를 달고 살거나 쉬 피로를 느낄 때 녹용을 사용할 수 있다. 단지 음허(陰虛)해서 열이 위로 치솟아 얼굴이 불콰하고 머리에 땀이 날 때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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