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이란 말은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언어로 영어로 Paradigm으로 표현된다. 1962년에 발간된 ‘토마스 쿤’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용어라 그리 오래된 언어는 아니지만 낯설지가 않을 만큼 익숙하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의 사회 공동체 전체가 어떤 이론이나 법칙을 검증하고 확인해서 그 이론이 가장 진리에 가깝다고 인정하는 이론 혹은 법칙, 사회적 믿음, 관습을 뜻한다. 만약 이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을 경험하면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확장해서 지식이 축적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토마스 쿤’은 후자의 입장이 강하다. 그래서 ‘불연속성’이라는 말을 썼다. 기존의 것에서 출발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기존의 것으로부터 단절되고 새로운 것으로 설명하니 불연속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도 사회에서 정설로 받아들이는 패러다임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검증을 거쳐야 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커버해야하고 여기에 더해서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풀지 못했던 문제까지도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깐깐하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과학자들이 재기하는 모든 의혹을 다 해소해야 해서 좀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물리법칙은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가설과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은 광원과 관측자의 상대속도와 관계없이 어느 관성계에서나 동일하다.’는 가설로 시작되었는데 이 논문은 ‘특수 상대성이론’을 밝혀놓았다. 한참 후에 발표된 ‘일반 상대성 이론’과 함께 이 두 편의 논문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다행히 특수상대성 이론은 고등학교 물리Ⅰ책에 나오고 입시에도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입시에 나오면 아무리 어려운 이론이라도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선생님들이 설명한다. 학교에는 다시 진학할 수 없으니 EBSi에 계정을 만들어서 물리1의 강의를 듣기 바란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우리가 사는 곳은 어떤 곳인지 또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가야 할 것 아닌가.

뉴턴 물리학 전체를 커버하면서 특히 뉴턴의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수성의 세차운동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과학자들이 이론적 검토를 끝내면서 ‘상대성이론’이 이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되었다. 아인슈타인이 아무리 영민해도 뉴턴과 그 이전의 과학적 성취 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개 한 시대에 어떤 나라에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존재하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에는 한의학과 의학이라는 두 개의 패러다임이 나란히 공존한다. 의학계에서는 한의학계를 과학에 맞지 않는 의학이론이라고 하지만 한의학은 의학과 완전히 구별되는 한의학 나름의 이론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인체를 보는 또 다른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의학이나 의학의 필요성은 진료 현장에서 나타나고 단지 기호의 문제가 아닌 치료의 관점에서 대두된다고 할 수 있다.

병의원에서 손쉽게 실손 보험으로 큰 돈 들이지 않고 진료 받을 수 있는 반면 한방병의원에서는 어쩐 일인지 실손 보험의 곁가지도 내주지 않아 병원보다 진료비가 저렴한데도 몇 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게는 언감생심 진료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한방병의원에 자동차보험 쪽이 허용되면서 해마다 한방의 비중이 높아져 2016년 통계에서 진료비 대비 점유율 이 28%까지 올라갔다. 반드시 입원해야 되는 중증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비를 제외하면 아마도 한방병의원의 진료비가 반을 넘어 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일조건에서 한방치료가 느끼는 만족도가 높다는 반증이라고 생각된다. 한 국가를 책임지는 의료 패러다임으로서 한의학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그 가치를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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