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대략 이 천 년 전에 허신(許愼)이 설문해자(說文解字)란 책을 편찬했다. 요즘도 한자를 찾을 때 부수를 이용해서 찾는데 설문해자는 한자를 부수에 따라 분류하여 배열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字典)이다. 설문해자란 뜻은 문자 즉 한자에 대해서 설해(說解) 즉 해설한다는 것을 말한다. 설문해자와 광운(廣韻) 집운(集韻)에 생강에 대한 한자는 초(艹,풀)를 강(彊,굳세다)자의 머리에 올린 글자형태를 썼지만 논어(論語)와 예기(禮記), 여씨춘추(呂氏春秋), 사기(史記)에는 지금의 강(薑)자로 생강을 표현했다. 설문해자는 생강(生薑)을 어습지체(禦濕之菜) 즉 ‘습기를 조절하는 나물’로 설해(說解)하고 있다.

논어(論語) 향당(鄕黨)편은 공자의 제자들이 일상 생활하는 가운데 공자(孔子)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말과 행동(聖人之容色言動)을 하며 예(禮)를 실천했는지를 기록한 부분이다. 식사부분도 있는데 음식은 정갈하지 않으면 안 드셨고 생강은 올리면 물리지는 않았지만 즐겨 드시지는 않았다(不撤薑食 不多食)고 했다. 고추와 생강은 맵고 향이 강해서 사찰음식에는 안 쓰일 거라고 모두 생각한다. 하지만 절에서 금하는 5가지 채소인 오신채(五辛菜)에는 들지 않는다. 오신채는 마늘, 파, 부추, 달래, 양파(흥거)다. 한중일의 불교는 각자 깨달음을 얻는 선종(禪宗)이 주를 이룬 탓에 하루 종일 앉아서 참선(參禪)이나 명상(冥想) 묵언수행으로 나를 찾아가는 비교적 정적(靜的)인 탓에 강한 향을 가진 오신채가 양기를 진작시켜 마음을 흩뜨려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다.

반면 탁발문화가 남아 있는 남방불교에서는 오신채를 금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을 수행의 한 방편으로 여겨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강은 우리가 잘 알고 많이 먹는 그 생강이다.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특히 전라북도 완주(完州)가 유명하다. 옛날에 관비들은 나라에 일정부분 부역을 지는 대신 공물을 바치는데 이를 노비신공(奴婢身貢)이라 한다. 영조 4년의 기록을 보면 전라도에 있는 노비들은 전주(全州)에서 생강으로 환무(換貿)하여 즉 바꿔서 올려 보낼 것을 청하는 대목이 있다. 그 당시에도 완주 생강이 품질이 좋아서 그런 명령을 하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은 없고 맛은 맵다.(溫無毒辛) 모든 강(薑)은 맵다. 우리가 흔히 먹는 카레인 강황(薑黃)이나 양강(良薑)같은 한약재에도 역시 강(薑)이란 단어가 들어가고 역시 맵다는 것도 알 수 있으며 특히 비위(脾胃) 같은 소화기로 들어가서 속을 따뜻하게 데워져서 편안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양강은 고량강(高良薑)이라고도 부르는데 엄청 맵다. 소음인이 찬 것을 많이 섭취해서 비위가 틀어 막혔을 때 사용하는 한약재다. 강(薑)의 약효는 소화기인 비위(脾胃)로 들어가고 폐(肺)로도 흘러들어간다. 추워서 벌벌 떨다가 따뜻한 곳에서 생강차를 한잔 마시면 몸이 풀리듯이 매운 생강의 맛은 피부의 한사(寒邪)를 몰아내고 따뜻하게 한다. 이를 해표산한(解表散寒)이라 한다. 혼자 끼니를 챙겨야 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1-2일 사이로 제공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살짝 저온인 쇼 케이스에 전시해 놓는다. 하지만 이런 찬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속이 덩달아 차게 되고 당연히 소화장애를 가져오고 아랫배도 냉(冷)하게 된다. 이 때 온장고에 있는 따뜻한 생강차와 함께 먹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생강은 속을 데워줘서 속이 울렁거려 생기는 구역질을 멈추게 한다. 이를 온중지구(溫中止嘔)라고 한다. 몸이 차면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수액대사 또한 영향을 받아 한 곳에 모이게 되면 이게 담(痰) 즉 가래가 된다.

특히 인후부에 담(痰)이 모여 있으면 호흡할 때 걸리적거리게 되고 호흡하는 통로를 틀어막아 숨 쉬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침을 하게 된다. 생강은 찬 기운 때문에 뭉쳐서 생긴 한담(寒痰)을 데워 수액으로 배출시켜 인후부를 시원하게 청소해줌으로서 기침을 멎게 한다. 이를 화담지해(化痰止咳)라 한다. 담(痰)을 변화시켜 배출해서 기침을 멎게 한다는 뜻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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