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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발목 골절의 끝판왕 ‘Pilon 골절’

병원으로 앰뷸런스가 급하게 들어온다. 50대 환자가 들것에 실려 병원 안으로 옮겨졌다. 환자는 의식은 또렸했지만 발목과 허리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발목을 진찰하려고 살짝 만지기만 해도 소리를 질러 환자와는 대화 자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호자에게 물었다. 보호자는 이 환자가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발을 헛디뎌 3m 정도 아래로 추락했다고 했다. 발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와 목은 다치지 않았는데 발목과 허리가 많이 다친 것 같다고 했다. 제발 나중에 걷게만 해달라고 보호자가 애처롭게 말했다.

발목이 엄청나게 부어있고 발목 주변에 수포도 생기고 있는 상태였다. 일단서둘러 엑스레이부터 찍었다. 그 결과 발목의 천정 뼈인 경골 관절면이 과자가 부스러지듯 분쇄되어 있었다. 발목 골절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Pilon 골절이었다. 게다가 허리도 문제였다. 요추 2,3,4번에도 압박골절이 있었다. 허리 압박골절의 경우엔 하중이 더 전해져 찌그러지게 되면 하반신 마비가 올 수 있다. 때문에 MRI 정밀검사 후에 허리 신경이 눌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일단 응급으로 허리수술을 해야했다.

보호자는 환자가 발목 통증이 심하니 발목도 바로 수술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허리 압박골절은 응급상황이라 바로 수술하고 발목은 견인 외장치를 달아서 1-2주 정도 골절 함몰 부위를 견인시킨 뒤에 본 수술을 시행하겠노라고 대답했다. 피부 부종이 심하여 지금 발목 수술을 하게 되면 피부 괴사와 감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1주일 뒤 본 수술이 잘 끝난다 하더라도 몇 년 뒤 외상성 관절염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도 보호자에게 전달했다.

몇시간 뒤 허리 수술이 끝났다고 수술실에서 연락이 왔다. 발목에 대해서는 일단 함몰된 뼈를 최대한 잡아당기면서 피부 손상을 막기 위해 외고정 견인 장치를 달아주는 수술을 먼저 시행했다. 약 10일정도 견인장치로 견인을 하니 피부 수포가 가라앉고 주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발목의 본수술을 시행했다. 골결손부위가 심해서 골반뼈와 동종뼈 이식을 시행했다. 발목 주변 내외측 모두 철판으로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약 3개월간 목발 보행을 시행했고 다행히 골절의 골유합은 잘 이루어졌고 3개월 뒤부터 환자가 목발없이 보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수술시행 후 1년이 지났다. 그 환자는 일상에서의 보행은 문제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30분 정도 걸으면 발목이 붓고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도 이렇게 걷기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하지만 이제 곧 외상성 관절염으로 고생할 환자를 생각하니 마음 이 다소 불편했다. 발목 골절의 대부분은 안쪽 및 바깥쪽 복숭아뼈가 부러지는 골절이 대부분. 복숭아뼈 골절은 스포츠 손상이나 발을 접질려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는 발목 주변의 관절 연골과는 무관한 골절이라 수술 후 예후가 매우 좋다. (흔히 알고있는 삼과 골절, 양과 골절, 외측 복숭아뼈 골절이 여기 속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50대 환자처럼 낙상하면서 수직 압박력에 의해 발생한 발목 Pilon 골절은 족근 관절까지 침범하는 원위 경골 골절이다. 보통 발목주변 경골 골절의 7 ~ 10%, 하지 골절의 1% 이하를 차지한다. 수직 압박력의 에너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골절편의 분쇄가 심하고 연부조직 부종이 너무 심해 수술 후 피부괴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술 시기가 제일 중요하다.

수술 시기는 12시간 이내 또는 아예 7일 이후에 시행하길 권장하고 있다. 환자가 다치고 앰뷸런스에 실려와서 수술 전 검사를 마치면 대개는 12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외고정 장치를 달아서 견인을 하고 최소 1주일 뒤 발목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위 환자처럼 허리 골절을 동반하는 경우엔 허리치료가 급하기 때문에 발목은 더더욱 수술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Pilon 골절이 일반 발목 골절과 다른 가장 큰 점은 바로 수술 이후 장기적 예후다. pilon 골절은 강한 압박력으로 인해 발목 관절면의 연골이 모두 손상이 되어 버린 골절이라서 골절면을 최대한 잘 맞추어 놓는다 하더라도 손상된 발목 관절 연골조직을 다시 자라나게 할 방법이 없다. 약해진 연골로 인하여 보행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서서히 수개월에 걸쳐 관절염이 오게 된다.

수술 전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지만, 당장 통증이 너무 심한 상태라 환자와 보호자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발목 관절염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낙담하라는 것은 아니다.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해서는 심한 노동과 서있는 시간 및 걷는 시간을 줄이고 주사치료를 간헐적으로 해주면서 몇 년 간 최대한 버티는 것이 원칙이다.

몇 년 뒤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하여 걷는 것 마저 힘들어 진다면 안타깝게도 발목 인공관절 치환술 혹은 발목 관절 유합수술로 해결 할 수는 있다. 발목 골절이라고 하여 다 같은 골절은 아닌 것이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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