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장게장은 ‘게 삭힘 음식’…현재는 대량 생산의 ‘간장 게 무침’

간장 게장
이 인기다. 외국관광객들도 에 환호한다. 자국에서는 을 먹지 않지만 한국관광을 오면 을 먹고, 또 사서 돌아간다. ‘한국 ’의 매력이다. 게장, 은 전통적인 음식일까? 전통음식이라면 오늘날의 과 예전 은 같은 것일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비슷하지만 다르다.

게장이 아니라 ‘간장 게 무침’

게는 ‘蟹(해)’라고 표기했다. ‘게 蟹(해)’라고 읽는다. 생선젓갈 '해'가 있다. 생선젓갈의 정확한 명칭은 ‘식해’다. 예전 게장은 ‘해해’다. 앞의 ‘해’는 게, 뒤의 ‘해’는 ‘생선 등 해물로 만든 젓갈’을 말한다. 게장은 ‘게 젓갈’이다. 오늘날의 과 닮았다. 역시 게를 간장으로 삭힌 음식이다. 게 젓갈이나 은 차이가 있지만 출발은 같다. 둘 다 ‘게 삭힘 음식’이다.

‘해’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중국 고대 우 임금이 치수를 하고자 했다. 예나 지금이나 물을 관리하는 치수는 국가의 중대사다. 문제는 게다. 게는 사람을 문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게는 제방에 구멍을 낸다. 들락날락하면서 제방에 구멍을 내고 마침내는 제방을 무너뜨린다.

우 임금이 강남의 치수를 맡긴 이가 파해(巴解)다. 그는 게가 드나드는 구멍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게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다. ‘게’는 파해(巴解)의 이름 글자 중 ‘해(解)’와 ‘벌레 충(?)’을 합친 글자다. 파해와 관련이 있는 벌레라는 뜻이다. 우 임금은 중국 고대사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오래 전부터 게의 존재를 알았다는 뜻이다.

게장은 삭힘, 즉 발효를 거친 것이다. 게장의 발효는 ‘게+간장’의 상호작용을 통한 삭힘이다. 게살의 단맛과 단백질이 간장으로 스며들고 간장의 짠맛과 발효균이 게살에 스며들어 발효를 일으킨다.

과 반찬
오늘날의 은 제대로 된 발효를 거친 것이 아니다. 아침나절 냉동 게를 해동시켜 간장에 담그면 간장은 거저 게의 겉껍질에 묻을 뿐이다. 삭힘을 통한 전통 게장이 아니라 대량으로 만드는 ‘간장 게 무침’이다. 간장도 이른바 ‘조선간장’이 아니라 조미료와 감미료 덩어리의 양조간장이다. 발효된 깊은 맛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비 간장의 달짝지근한 맛을 취하는 음식에 불과하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해해’ ‘자해해’ 등의 표현이 자주 나타난다. 게 젓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된 음식이다. 우리의 게 젓갈 문화는 오히려 퇴보했다. 오래 전에는 제대로 삭힌 게 젓갈이 많았지만, 풍요로운 시대에 오히려 게 젓갈은 뒷걸음치고 있다.

알쏭달쏭한 ‘자해’ 이야기

조선시대 기록에는 ‘자해’가 자주 등장한다. 자해로 담근 젓갈 ‘자해해’도 자주 등장한다. 자해의 정체는 알쏭달쏭하다. 자해는 어떤 게일까?

<세종지리지> 등에는 함경도 바닷가를 자해의 주 생산지로 표기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3년(1431년) 5월의 기록에는 “진헌(進獻)할 해채(海菜), 자해 같은 것은 경원부(慶源府)에서 생산되는데”라는 표현이 나온다. 경원부는 함경도 경원을 말한다. 해채는 바다에서 채취하는 해조류다. 경원에서 생산되는 해조류와 자해를 궁중으로 올렸음을 알 수 있다.

수족관의 대게
‘함경도의 자해’는 오늘날의 대게(죽해)일 가능성이 있다. 동해안에서는 꽃게가 잡히지 않는다. 주로 대게다. 대게는 먼 바다에서도 잡지만 가까운 연안에서도 잡힌다. 동해 연안에서 잡은 게라면 대게다. 오늘날에는 게의 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 같이 생겼다고 대게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게의 등딱지 색깔을 보고 게의 이름을 정했을 것이다. ‘자’는 자줏빛인데 때로는 붉은 게로 번역하기도 한다.

꽃게나 대게 모두 등 색깔은 검은 색, 회색, 진한 갈색 등이 뒤섞여 있다. 대게나 꽃게는 물에 넣고 삶거나 쪘을 때 색깔이 붉어진다. 게를 처음 보는 어린 아이들은 게의 색깔이 원래 붉은 줄 안다.

우리는 게를 오래 전부터 먹었다. 송나라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도 “(고려의)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미꾸라지, 전복, 조개, 진주조개, 왕새우, 문합, 붉은 게, 굴, 거북손, 해조, 다시마는 귀천 없이 잘 먹는데”라고 했다.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데 그중 ‘붉은 게’ 등은 귀천 없이 잘 먹는다고 했다. 붉은 게로 번역한 것은 ‘자주 빛이 나는 게’라고 번역하기 번거롭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문은 ‘자해’다.

홍게
자해가 혼란스러운 것은 중국 측 기록 때문이다. 중국 측 기록에 따르면, 서해 최북단인 발해만 연안에서 잡은 게로 젓갈을 담갔으며 곧 자해해라 했다. 서해안에서는 대게가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서해안에 속하는 발해만에서 대게를 잡았다? 왜 이런 표현이 나왔을까?

게에 관한한 한반도는 축복받은 땅이다. 중국의 동해 즉 서해에서는 꽃게만 생산된다. 중국 측 어선들이 서해안에서 게를 잡으려 불법조업을 하는 것은 내수용과 더불어 수출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상당수의 게를 한국 등으로 수출한다. 중국인들은 우리보다 게를 선호하지 않는다. 중국 연안을 기점으로 게의 생산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 측에서는 먼 바다로 나가야 게를 잡을 수 있고 그나마 꽃게뿐이다. 꽃게의 등딱지 색깔도 대게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꽃게를 두고 ‘자해’라고 부른 이유다.

한반도의 ‘자해’는 대게다. 다만 중국 측 표현을 따르거나 혹은 꽃게를 보면서 등딱지가 자줏빛이라고 생각하고 자해라고 기록했을 것이다.

참게장과

지금 우리가 자주 만나는 국내산 게는 예닐곱 종류 정도이다. 꽃게와 대게, 원양에서 잡아오는 , 온몸이 털로 뒤덮인 털게, 제주도의 작은 게인 ‘깅이’, 호남에서 젓갈로 만드는 , 민물 참게 등이다.

돌게
는 일명 ‘벌떡 게’라고도 부른다. 사람이 다가가면 아주 작은 녀석이 벌떡 일어서서 공격자세를 갖추기 때문이다.

동력선도 없고, 그물도 시원찮았다. 조선시대에는 먼 바다에서 바닷게를 구하는 것은 힘들었다. 내륙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민물 게를 귀하게 여긴 이유다. 참게는 민물인 강, 개천, 늪지대에서 구했다. 꽃게보다는 많이 작지만 바닷가에서 흔하게 보는 작은 게보다는 큰 크기. 이 참게로 장을 담근 것이 참게장이다. 이젠 참게가 귀하니 참게장은 더 귀한 음식이 되었다.

꽃게는 ‘곶게’에서 시작된 표현이라는 주장이 다수설이다. ‘곶(串)’은 육지가 바다로 뻗쳐나간 지형이다. 주변의 수심이 비교적 얕다. 바로 곁은 깊은 바다지만 곶은 수심이 얕고 사람이 활동할 공간도 있다. 오늘날 낚시꾼들도 곧잘 ‘곶’에서 낚시를 한다.

곶에 가면 ‘곶게’를 잡기 쉽다. 바닷가보다는 ‘곶게’들이 자주 돌아다닌다. 곶에서 잡은 게가 바로 ‘곶게’다. 곶게가 꽃게가 된다. 삶으면 색깔이 붉은 색으로 마치 꽃같이 변한다고 꽃게라고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곶게, 꽃게’가 다수설이다.

간장게장
을 담그는 게도 바로 꽃게다. 싱싱한 꽃게를 구하기 힘든 시절에는 내륙의 참게로 참게장을 담갔다. 가을철 벼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 논배미나 논 옆 웅덩이에서 참게를 잡는다. 참게를 며칠 동안 독안에 넣어둔다. 참게는 흙이나 오염물질 등을 뱉어낸다.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은 독안에 든 참게에 고기 등 먹이를 주기도 한다.

간장을 달여서 붓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간장을 따라내서 끓인다. 끓인 간장을 식혀서 다시 붓는다. 달인 간장을 독에 부을 때 날 간장을 더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몇 번이고 해낸다. 참게장은 만들기 번거롭다. 품도 많이 들고 구하기 힘든 조선간장의 소모량도 많다. 결국 참게장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섬진강 유역에서 참게장을 볼 수는 있지만 예전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참게장을 대신하여 나온 것이 바로 이다. 은 참게장의 대중적인 버전인 셈이다. 내용은 전혀 다르다. 냉동 꽃게를 채 녹지도 않은 상태에서 간장에 절인다. 불과 몇 시간 후 건져내서 손님상에 내놓는다. 오래 저렸다는 집이 겨우 하루, 이틀 정도다. 태반이 이런 간단한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장과 깅이죽

제주도 깅이조림
동해안의 대게도 귀한 존재가 되었다. 게 한 마리에 20만원을 넘기면 게를 먹는 일이 아주 호사스런 행사가 된다. 다행히 가 흔하게 나온다. 대게와 생긴 것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다. 마침 생산되는 계절도 비슷하다. 겨울이면 대게가 나오고 같은 시기 가 나온다.

‘장’이나 ‘깅이죽’은 게맛을 느끼는 효율적인 음식이다. 는 먹기 힘든, 딱딱한 게를 젓갈로 먹는 방식이다. 로 장을 담근 다음, 곱게 갈아서 내놓는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젓갈인데 게 특유의 맛이 아주 좋다.

‘깅이죽’은 우리 시대에 나타난 음식이다. 깅이는 작은 게의 제주도 방언이다. 깅이를 곱게 갈아서 죽을 쑨다. 게는 보이지 않는데 게 향기는 그릇에 가득하다. 제주도에는 작은 게로 조림을 만들어서 내놓는 집도 있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게 맛집 4곳]

목포자매집

장을 내놓는 집이다. 민어, 낙지탕탕이 등 호남 서남해안의 음식이 좋은 집. 밑반찬으로 곱게 갈아서 만든 장을 내놓는다. 곰삭은 맛이 일품이다.

모메존

제주도의 토속적인 음식을 내놓는 ‘제주음식 전문점’이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작은 게로 죽을 만들었다. ‘깅이’ ‘겡이’는 작은 게를 이르는 제주도 방언.

후포항

후포는 대게와 등으로 유명하다. 겨울철에는 우편배달이 많다. 현지에서도 , 대게 찜을 먹을 수 있다. 특별한 식당보다는 후포항 옆의 해산물 센터를 이용.

청정

여수도 게 관련 음식이 유명하다. 특히 게장은 여수 산을 최고로 친다. ‘청정’은 게장 양이 넉넉하고 밑반찬도 좋다. 가격도 적절하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