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간장게장은 ‘게 삭힘 음식’…현재는 대량 생산의 ‘간장 게 무침’
게장이 아니라 ‘간장 게 무침’
게는 ‘蟹(해)’라고 표기했다. ‘게 蟹(해)’라고 읽는다. 생선젓갈 '해'가 있다. 생선젓갈의 정확한 명칭은 ‘식해’다. 예전 게장은 ‘해해’다. 앞의 ‘해’는 게, 뒤의 ‘해’는 ‘생선 등 해물로 만든 젓갈’을 말한다. 게장은 ‘게 젓갈’이다. 오늘날의 과 닮았다. 역시 게를 간장으로 삭힌 음식이다. 게 젓갈이나 은 차이가 있지만 출발은 같다. 둘 다 ‘게 삭힘 음식’이다.
우 임금이 강남의 치수를 맡긴 이가 파해(巴解)다. 그는 게가 드나드는 구멍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게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다. ‘게’는 파해(巴解)의 이름 글자 중 ‘해(解)’와 ‘벌레 충(?)’을 합친 글자다. 파해와 관련이 있는 벌레라는 뜻이다. 우 임금은 중국 고대사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오래 전부터 게의 존재를 알았다는 뜻이다.
게장은 삭힘, 즉 발효를 거친 것이다. 게장의 발효는 ‘게+간장’의 상호작용을 통한 삭힘이다. 게살의 단맛과 단백질이 간장으로 스며들고 간장의 짠맛과 발효균이 게살에 스며들어 발효를 일으킨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해해’ ‘자해해’ 등의 표현이 자주 나타난다. 게 젓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된 음식이다. 우리의 게 젓갈 문화는 오히려 퇴보했다. 오래 전에는 제대로 삭힌 게 젓갈이 많았지만, 풍요로운 시대에 오히려 게 젓갈은 뒷걸음치고 있다.
알쏭달쏭한 ‘자해’ 이야기
조선시대 기록에는 ‘자해’가 자주 등장한다. 자해로 담근 젓갈 ‘자해해’도 자주 등장한다. 자해의 정체는 알쏭달쏭하다. 자해는 어떤 게일까?
<세종지리지> 등에는 함경도 바닷가를 자해의 주 생산지로 표기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3년(1431년) 5월의 기록에는 “진헌(進獻)할 해채(海菜), 자해 같은 것은 경원부(慶源府)에서 생산되는데”라는 표현이 나온다. 경원부는 함경도 경원을 말한다. 해채는 바다에서 채취하는 해조류다. 경원에서 생산되는 해조류와 자해를 궁중으로 올렸음을 알 수 있다.
꽃게나 대게 모두 등 색깔은 검은 색, 회색, 진한 갈색 등이 뒤섞여 있다. 대게나 꽃게는 물에 넣고 삶거나 쪘을 때 색깔이 붉어진다. 게를 처음 보는 어린 아이들은 게의 색깔이 원래 붉은 줄 안다.
우리는 게를 오래 전부터 먹었다. 송나라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도 “(고려의)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미꾸라지, 전복, 조개, 진주조개, 왕새우, 문합, 붉은 게, 굴, 거북손, 해조, 다시마는 귀천 없이 잘 먹는데”라고 했다.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데 그중 ‘붉은 게’ 등은 귀천 없이 잘 먹는다고 했다. 붉은 게로 번역한 것은 ‘자주 빛이 나는 게’라고 번역하기 번거롭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문은 ‘자해’다.
게에 관한한 한반도는 축복받은 땅이다. 중국의 동해 즉 서해에서는 꽃게만 생산된다. 중국 측 어선들이 서해안에서 게를 잡으려 불법조업을 하는 것은 내수용과 더불어 수출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상당수의 게를 한국 등으로 수출한다. 중국인들은 우리보다 게를 선호하지 않는다. 중국 연안을 기점으로 게의 생산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 측에서는 먼 바다로 나가야 게를 잡을 수 있고 그나마 꽃게뿐이다. 꽃게의 등딱지 색깔도 대게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꽃게를 두고 ‘자해’라고 부른 이유다.
한반도의 ‘자해’는 대게다. 다만 중국 측 표현을 따르거나 혹은 꽃게를 보면서 등딱지가 자줏빛이라고 생각하고 자해라고 기록했을 것이다.
참게장과
지금 우리가 자주 만나는 국내산 게는 예닐곱 종류 정도이다. 꽃게와 대게, 원양에서 잡아오는 , 온몸이 털로 뒤덮인 털게, 제주도의 작은 게인 ‘깅이’, 호남에서 젓갈로 만드는 , 민물 참게 등이다.
동력선도 없고, 그물도 시원찮았다. 조선시대에는 먼 바다에서 바닷게를 구하는 것은 힘들었다. 내륙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민물 게를 귀하게 여긴 이유다. 참게는 민물인 강, 개천, 늪지대에서 구했다. 꽃게보다는 많이 작지만 바닷가에서 흔하게 보는 작은 게보다는 큰 크기. 이 참게로 장을 담근 것이 참게장이다. 이젠 참게가 귀하니 참게장은 더 귀한 음식이 되었다.
꽃게는 ‘곶게’에서 시작된 표현이라는 주장이 다수설이다. ‘곶(串)’은 육지가 바다로 뻗쳐나간 지형이다. 주변의 수심이 비교적 얕다. 바로 곁은 깊은 바다지만 곶은 수심이 얕고 사람이 활동할 공간도 있다. 오늘날 낚시꾼들도 곧잘 ‘곶’에서 낚시를 한다.
곶에 가면 ‘곶게’를 잡기 쉽다. 바닷가보다는 ‘곶게’들이 자주 돌아다닌다. 곶에서 잡은 게가 바로 ‘곶게’다. 곶게가 꽃게가 된다. 삶으면 색깔이 붉은 색으로 마치 꽃같이 변한다고 꽃게라고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곶게, 꽃게’가 다수설이다.
간장을 달여서 붓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간장을 따라내서 끓인다. 끓인 간장을 식혀서 다시 붓는다. 달인 간장을 독에 부을 때 날 간장을 더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몇 번이고 해낸다. 참게장은 만들기 번거롭다. 품도 많이 들고 구하기 힘든 조선간장의 소모량도 많다. 결국 참게장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섬진강 유역에서 참게장을 볼 수는 있지만 예전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참게장을 대신하여 나온 것이 바로 이다. 은 참게장의 대중적인 버전인 셈이다. 내용은 전혀 다르다. 냉동 꽃게를 채 녹지도 않은 상태에서 간장에 절인다. 불과 몇 시간 후 건져내서 손님상에 내놓는다. 오래 저렸다는 집이 겨우 하루, 이틀 정도다. 태반이 이런 간단한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장과 깅이죽
‘장’이나 ‘깅이죽’은 게맛을 느끼는 효율적인 음식이다. 는 먹기 힘든, 딱딱한 게를 젓갈로 먹는 방식이다. 로 장을 담근 다음, 곱게 갈아서 내놓는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젓갈인데 게 특유의 맛이 아주 좋다.
‘깅이죽’은 우리 시대에 나타난 음식이다. 깅이는 작은 게의 제주도 방언이다. 깅이를 곱게 갈아서 죽을 쑨다. 게는 보이지 않는데 게 향기는 그릇에 가득하다. 제주도에는 작은 게로 조림을 만들어서 내놓는 집도 있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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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