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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박준규
속정 깊은 부드러운 '싸나이'
터프한 이미지와 달리 인간미 넘치는 '수다쟁이'남자


사나이. 연기자 박준규한테 맞춤 옷 처럼 꼭 들어 맞는 말이다. 흔히 액션 배우들을 두리뭉실 엮어 부르는 ‘터프가이’니 ‘성격파 배우’니 하는 말보다 왠지 갈바람 냄새 나는 이 말은 묘한 수컷 냄새를 풍기며 파고 든다. 최근 들어 연기 변신을 꾀하며 누구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준규가 토해내는 가슴 속 뜨거운 사나이 열정을 들어보자.

“ 그 씩씩한 기자는 잘 있수?” 아는 동료한테 그가 내 안부를 물었단다. 어쩌자구 내가 그한테 ‘씩씩한 기자’로 불리게 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에게 나는 이름대신 ‘ 씩씩이’로 통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4년 전쯤 그가 영화 <자카르타>에 출연한다고 해 처음 인터뷰 약속을 잡았을 때 난 내심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그의 ‘ 과도한 남성스러움’이 부담(?)스러워 긴장 아닌 긴장을 했던 게 사실이다.



- 그는 절대로 과묵하지 않다



실제로도 <왕초>의 ‘ 쌍칼’처럼 온 몸에 상처 자국이 가득한 건 아닌지, 괜한 말 실수에 면박이나 당하지 않을지 조심스러웠는데 웬 걸, 막상 얼굴을 마주한 박준규는 부드러워도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여자로서 별로 안 좋아하는 말이긴 하지만 흡사 ‘ 수다쟁이 계집애’ 같았다.

오히려 분위기가 ‘쏴~’해지지는 않을까 호프집도 아닌 커피숍에서 병맥주를 잔뜩 시켜 먹고, 걸걸한 목소리로(터프한 그와 대적해야 한다는 생각에) 질문들을 늘어 놓은 내가 그에겐 씩씩해 보였나보다. 아무튼 그는 보기보다 친절하고 예민하고 상냥하고 말이 많다. 절대 과묵하지 않다.

실생활과 달리 극중에서는 야성미로나 액션으로나 ‘ 한 터프’한다. 암흑가의 조직 보스 역은 단골이고 사기꾼, 노숙자, 거지 등 우리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인간들을 껴안고 뒹군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 연기자 박준규’보다는 ‘ 쌍칼 전문배우’로 더 유명하다. “ 쓰레기 더미를 헤치면 어느 순간 향기가 나요. 독설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잘 다듬어진 말끔한 역할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가 더 끌려요. 정신적 장애든, 육체적 장애든.”

꼭 얼굴을 일그러뜨리거나 목과 어깨에 힘을 준다고 카리스마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박준규는 안다. 침중한 표정과 깊이 있는 응시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것, 그 어떤 폭력보다 잔인하고 비정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는 내면 연기에 더 많 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삶과 문화의 조건이 더욱 가혹해지는데도 그의 연기는 점점 낙관적인 밑그림을 진하게 그려가고 있다. 소외와 반항과 좌절의 애상이 짙던 초기 작품들에 비해 많이 밝아진 분위기다. 영화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조폭 마누라2>, 방송중인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까지 한결 코믹하고 여유로워졌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본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박준규를 보면 그의 아버지 박노식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액션스타로 스크린을 누비며 <카인의 후예> <소장수> 등에서 활약한 박노식은 손가락 잘라버린 가죽장갑을 유행시키며 ‘카리스마 연기’의 원조를 펼쳤다. 정감이 넘치는 전라도 사투리에 상대방의 심장을 꿰뚫는 이글거리는 눈, 소박하면서도 복잡한 인생살이를 내포한 질감어린 미소 덕분에 ‘ 전천후 배우’라는 말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스크린 밖에서 아버지는 가장 감성적인 보통사람이셨어요. 주먹을 휘두르는 액션연기를 할 땐 아버지 연기를 많이 참고하죠.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극장에서 연기에 대해 설명해 주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한때는 영화배우 박준규보다 박노식의 아들 박준규로 불려지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내 연기로 인정받으면 별 문제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배우인 허준호와 둘도 없는 사이로 지내는 것도 살아 생전 박노식, 허장강 두 부친이 워낙 친해 어릴적부터 어울렸던 시간이 많아서란다.


- 아버지의 그늘과 박준규식 연기

그는 또한 보기와 달리 꼼꼼한데 자신이 응한 매체 인터뷰 기사는 일일이 챙겨보고, 담당 기자에게 감사 혹은 항의의 전화를 빠트리지 않고 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 할 때는 치밀하지만 촬영이 끝난 뒤엔 뒷풀이 자리를 즐기는 소문난 주당이기도 하다. 박준규는 자신의 술자리에 동료 연예인들을 불러모으고, 또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기분파인데 누구든 먼저 빠져나가는 것은 용납 못한다. “ 술 마시다 옆 사람이 안 보이면 이상하게 불안해요. 술맛도 안 나고요. 마시면서 조는 한이 있어도 함께 시작한 술자리는 함께 끝내자는 주의에요.”

술자리를 리드하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지만, 또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빨리 취하지 않는다. 법보단 주먹이 가깝고, 말보단 행동이 빠를 것 같지만 실상 알고보면 누구보다 속정이 깊고 인간적인 박준규. 이 사람처럼 겉과 속이 같은, 소위 말하는 ‘ 뒤끝없는 성격’의 배우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장길산>에서 장길산(유오성)의 반대파인 당대 제일의 무장 최형기로 나오니 눈여겨 보자.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입력시간 : 2004-06-0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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