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만화의 대가' 박봉성씨 타계


만화 ‘신의 아들’ 작가 박봉성씨가 지난 15일 오후 4시30분께 운명을 달리했다. 향년 56세. 경기 양주의 도봉산 산행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후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 인물의 입지전적인 성장 모습을 그린‘재벌기업 만화’장르를 개척한 사람으로 ‘20세 재벌’(1983), ‘대물’(1984), ‘신의 아들’(1984), ‘아버지와 아들’(1985), ‘캠퍼스 청개구리’(1987), ‘집행인’(1987),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1990) 등 1만여 권에 이르는 400여 편의 만화를 내놓았다.

세인들은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이현세 화백과 함께 80년대 한국 만화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고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화가 오명천씨의 문하를 거쳐 스물 다섯의 나이에 ‘떠벌이 복서’로 데뷔했다. 하지만 ‘신의 아들’로 명성을 떨치기까지 10여년의 무명시절을 아프게 보내야 했다.

‘신의 아들’은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총 53권의 만화책으로 출간돼 공전의 히트를 쳤다. 만화방을 주름잡던 이현세 화백과 쌍벽을 이뤘던 때도 바로 이때다. 이후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등을 내면서 대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데뷔작인 ‘20세 재벌’은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며 야망과 열정으로 정상에 우뚝 서는 ‘최강타’라는 인물을 통해 당대 소시민의 현실과 꿈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 만화는 무협, 순정만화가 주를 이루던 당시 만화에서 재벌만화라는 양식이 추가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고인의 만화는 80년대라는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당시 대학생들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학교 인근의 만화방으로 최루탄 가스와 경찰 곤봉을 피해 들어온 학생들치고 그의 만화를 보지 않은 이는 드물었다.

최근까지 한 스포츠신문에 ‘늑대의 칼’을 연재했던 고인은 생전에 동료 작가들과 함께 만화 컨텐츠 전문 기업 ‘대한민국 만화중심’을 설립, 쇠퇴하는 만화의 부활과 새 활로를 찾는 데 고민했다. 그 밑으로 몰려든 70여 명의 문하생들은 고인의 후덕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유족은 부인과 2남 1녀. 경기 고양시 청아공원에 영면했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10-25 10:46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