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물씬한 뉴스 전하고 싶다"

뉴스 원고처럼 공식적 답변만 할 것 같던 김소원(32) 앵커와의 인터뷰는 친구끼리의 수다처럼 편안했다. 뉴스 진행자로서는 차갑고도 분명한 목소리로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화면 밖에서는 사뭇 달랐다.

“기자들이 무섭다”며 수줍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말 한 마디 한마디에 꾸밈없는 소박함을 담았다. SBS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8시 뉴스’를 진행하는 그는 10월 개편에서 여성 앵커가 교체되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연임됐다. (대신 남성 앵커가 교체됐다.)

-전통적으로 아나운서는 여성들에게 선망의 직종이다. 최근 여대생이 닮고 싶은 여성으로 꼽혔는데.

“나를 닮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직업을 동경하는 게 아닐까. 우리 사회에 수없이 많은 첨단 직종이 생겨나도 여대생이 닮고 싶어하는 여성 1위는 몇 십년째 변함없이 여성 앵커다. 기쁘기보다 씁쓸하다. 다른 나라도 그럴까. 그만큼 젊은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직업이 없다는 서글픈 현실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봄 ‘8시 뉴스’ 메인 앵커 발탁 때부터 유치원생 아들을 둔 ‘아줌마 아나운서’로 화제를 모았는데.

“사내 오디션을 통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결과였다. 사실 발탁 소식을 듣고 나도 놀랐다. 처음 입사 때부터 예쁘지 않기로 유명했고, 애 엄마로는 앵커 1호가 됐다. 여성 방송인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선례가 됐으면 한다.”

-1995년 입사 후 ‘새벽을 여는 사람’ ‘FM 모닝 와이드’ ‘리얼 코리아’ 등에서 많은 현장 경험을 쌓았는데, 스튜디오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리포터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예쁜 옷 입고 따뜻한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싶었다. 새벽에 오들오들 떨며 가스 배달부를 만나고, 검정 고시 준비하는 학생들 인터뷰도 하고, 돼지 똥도 치워봤다. 냄새 나고, 힘들었다. 하지만 교양 프로에서 ‘똑똑한’ 말만 하기보단, 현장을 에너지 넘치게 담아낼 수 있다는 걸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때의 경험을 발판 삼아 보다 사람 냄새 나는 뉴스를 전하고 싶다.”

-방송 활동을 하며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 가정 생활이 궁금하다.

“아침 9시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면, 3시쯤 친정 어머니가 와서 아이를 돌봐준다. 집안은 사실 꾀죄죄하다. 청소도 대충 하고, 설거지도 몰아서 하는 편이다. 애기가 아플 때가 가장 힘들다. 대학 1학년 때 만나 26살에 결혼한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아껴가면서 살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거창한 계획은 없고, 그저 조금 더 신뢰감 있는 뉴스를 전달하고 싶은 게 지향점이다. 아나운서 입사 초기에 일의 소중함을 모르고 많이 시간을 허비했다. 대학 졸업 후 광고 회사에 다니다가 우연히 시험을 봤는데 덜컥 합격한 탓이다. 이제 ‘아줌마 앵커 1호’로서 오랫동안 성실하게 방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