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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문화 마케터 김우정 씨
숨어있는 감성과 정서를 끄집어내는 아트 비즈니스맨
기업·기관 등 대상으로 팀워크·자아계발능력 다지는 문화체험행사 기획·진행





2005년 10월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열린 공무원 혁신 워크숍은 특이했다. 평소라면 저명인사의 초청 강연들로 채워질 만한 시간에 갑자기 아카펠라 팀이 연단에 올랐다.

그렇다고 공연을 보여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정작 공연을 하는 주체는 청중석에 앉아있던 공무원 자신들이었다. 아카펠라 팀 코치들은 공무원들을 소그룹별로 나눠 맡은 뒤, 각 조별로 주어진 노래 한 곡을 아카펠라로 완성하도록 도와주었다.

마침내 각 조원들이 연단에 나와 직접 부르는 아카펠라 공연을 선보였다. 아름다운 화음은 기대 이상이었다. 공무원 연수 실무자와 ‘문화 마케팅’ 전문가들이 손잡고 만든 ‘조직 내 화합’을 이끈 작품이었다.

“모두 끝난 뒤 참석자들로부터 받은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5점을 받았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희들도 놀랐습니다. 평소 상당히 경직된 집단으로 알려진 분들이 아카펠라를 배우고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하모니를 익히게 된 거죠. 저희가 의도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구요.”

이것이 ‘문화 마케터’가 하는 일이다. 문화 마케터는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10년 뒤 가장 임금이 많이 오를 10대 유망 직종’에 들어가 있다.

주로 기업이나 기관 등 각종 단체들을 대상으로 구성원들의 창의력과 커뮤니케이션, 팀워크와 자아개발 능력 등을 다지는 문화체험 행사를 대행하며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진행한다.

문화 마케팅 프로덕션 ‘풍류일가’의 김우정(33) 대표는 올해로 경력 10년째의 전문가. 문화 마케팅은 선진국의 경우 이미 ‘아트 비즈니스(Art Business)’로 불리며 활성화된 문화예술 관련 분야 중 하나다.

국내에서 문화 마케팅을 독자적인 비즈니스 개념으로 정식 도입해 출범시킨 업체로는 풍류일가가 선발주자다.

현재 풍류일가에 소속된 문화 마케터는 모두 4명. 극소수 정예 부대다. 이들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기업이나 단체의 사내 교육프로그램에 접목한다.





예전의 ‘저명 인사 초청 강연회’ 방식에서 탈피해, ‘문화 놀이’에 가까운 입체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목적을 달성한다. ‘놀이만 한 교육이 없다’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

최근엔 입소문을 타고 기업과 단체들로부터 의뢰가 많이 들어온단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부 기관이나 부서, 대기업들이다. 이들 의뢰자의 의도와 비용, 프로그램 내용 등이 서로 맞으면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행사 날짜와 장소, 참석 인원은 물론, 조직의 특성과 참석자들의 남녀 성비까지 세밀히 파악해 프로그램을 짠다.

■ "놀이만한 교육은 없다"

교육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 장르도 달라진다. 문화 마케터들이 가진 ‘카드’는 아카펠라나 마술, 춤, 연극, 마임, 뮤지컬, 무용, 연극 등 다양하다.

그중 가장 적합한 것 한 가지를 택해 준비에서부터 행사 당일의 진행, 사후 관리 등 모든 과정을 문화 마케터들이 직접 관장한다. 프로그램 실시 후의 평가서 분석까지 끝나면 한 건의 일감이 비로소 막내린다.

아카펠라는 악기도 없이 인간이 가진 목소리만으로 화음을 맞추어 부르는 노래. 핵심은 호흡 맞추기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10인10색의 음색과 멜로디를 조화시켜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구성원들의 끈끈한 동료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조직의 화합을 다지는 데 이보다 효과 높은 교육과 놀이는 없다.

반면에, 춤은 자기 표현과 계발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크고, 마술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높이는 데 적합하다. 연극은 자기계발의 동기 부여와 혁신 의지를 돋우는 데 활용된다.

마임과 뮤지컬은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휴식을 준다. 인간 고리 만들기나 강강수월래 등도 구성원들의 하나로 묶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2마술의 경우, 전문 마술사들이 등장해 역시 소그룹별로 참석자들을 나누어 맡은 뒤 눈앞에서 간단한 마술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한 쪽 손바닥에 거머쥐고 있던 동전이 다른 손에서 나타나게 하는 식의 아주 간단한 마술이다.

대신, 참석자들 앞에 바싹 다가앉아 똑같은 마술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보여주기 위한’ 마술이 아니라 ‘비밀을 찾게 하기 위한’ 마술이다.

맨 먼저 마술의 비밀을 알아낸 사람에게 소리를 외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그에게 실제로 직접 같은 마술을 시연해보도록 기회를 준다. 관찰력과 집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김 대표는 마술 프로그램을 지난해 처음으로 교육장에 끌어들였다. 가장 권위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정부 부처의 교육장에서였다. 반응과 참여도가 놀라웠다. 문화 마케팅의 중요성을 충분히 입증한 자리였다. 이처럼 장르마다 흥미로운 요소가 다양하게 구사된다.

■ 창의력과 위기 대처능력 향상에 도움

“연극의 경우에는 싸이코 드라마 기법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공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한 편의 연극을 다 보게 한 뒤, 참석자들과의 즉석 질의·응답을 통해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보고 그들을 연극에 직접 참여시켜 본인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가도록 합니다.”

이는 직장인들의 창의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일깨워주는 도구다. 바로 이 흥미진진한 무대 뒤에 문화 마케터들의 창의력 또한 숨어있다.

김 대표의 회사와 함께 연계하여 움직이는 단골 예술인 팀은 약 12개에 이른다. 아카펠라 팀만 해도 3팀이 상시 대기 중이다. 프로그램 1건 당 문화 마케터 1인이 전담해 일당백으로 처리한다.

창원이든 부산이든,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 예술인 코칭 스태프 관리는 물론, 행사 진행에 필요한 무대 세트와 소품, 관련 영상 자료물도 문화 마케터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매회 결과는 성공적인 편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돌발 상황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대성공을 거두었던 경기도의 한 시청 공무원들의 교육현장만 해도 아카펠라 팀이 들어선 초반에는 참석자들이 한참 어색하고 서먹한 표정으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당시 참석자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는데, 대개 남자들은 술이나 한 잔 마시고 좀 취해야 노래를 부를까, 그렇지 않으면 노래를 잘 안 하잖아요. 그렇게 어색해하던 분들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힘이지요.”

지방 출장 때에는 더욱 변수가 많아진다. 특히 펑크나 지각을 막자면 문화 마케터들이 일일이 모든 예술 코칭 스태프의 동선과 컨디션을 수시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오후 1시에 경주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날이었어요. 최소한 서울에서 오전 6시 반에는 출발을 해야 하는데, 예술 코치가 안 온 거예요.

알고보니 전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바람에 아침 제시간에 못 일어난 거였죠. 결국 약속시간보다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해 겨우 교육을 마쳤는데, 나중에 의뢰단체 측에서 항의를 했습니다. 그럴 땐 정말로 난감해요.”

모 언론사의 혁신대회에서는 바로 앞 순서의 프로그램이 갑자기 2시간 특별 연장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날의 행사를 위해 연극 배우들과 스태프가 전날 밤 11시까지 힘들게 연습하고 행사 당일 아침에도 오전 7시부터 리허설을 하는 등 열심히 준비한 뒤 차례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아침부터 꼬박 9시간을 대기한 셈이니 배우들은 지칠대로 지쳐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 막상 무대에 올랐을 때 평소처럼 공연이 풀리지 않았다.

“너무 오래 기다리느라 진이 다 빠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사정을 알 리는 없고…. 우리들만 안타깝고 속이 탔죠.”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예술 코치들의 열성적인 분위기 주도에도 불구하고 끝내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 일부 참석자들이 프로그램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때다. 드물지만 더러 있다.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키는 교육이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연세대에서 경영학, 임상병리학을 공부하고,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Loyola Marymount University)에서 문화 마케팅·프로듀서 과정을 수료했다. 98년부터 관련 업체에 취업해 근무하다가 2005년에 독립해 현재의 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문화예술원 문화경영학부 주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문화 마케팅> 등 관련 전문서적 3권을 내기도 했다.

■ 5년차부터는 대기업 수준 대우

이 직종의 성수기는 1년의 딱 절반 정도다. 봄에서 초여름으로 가는 4, 5, 6월과 가을에서 초겨울로 가는 9, 10, 11월에 집중적으로 일감이 몰린다. 그러나 열 명도 채 안 되는 문화 마케터들의 손으로 작년 한 해에만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풍류일가의 경우, 3년차 경력자 연봉이 약 2700만원 수준. 외부 자문이나 기고, 강연 활동 등에 따라 상당액의 부가 수입이 생길 수 있다. 주 5일제와 정시 출·퇴근이 보장된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야근이나 밤샘 근무는 없다. 김 대표는 “입사 후 3년차까지의 첫 고비만 잘 넘기고 나면 5년차 때부터는 대기업 사원 못지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를 내다볼 때 특히 잠재력이 높은 첨단 직종입니다. 실제로 지원자들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아직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잡은 ‘선진국형 전문직’이다.

영국의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인을 코치로 기용해 사원들의 비즈니스 레터 작성 등 글쓰기 능력을 높이고, 연극 배우를 동원해 사원들의 의사 전달과 논리 전개 등 프리젠테이션 노하우를 전수한다. 성공담 뒤에는 문화 마케팅 전략인 ‘카탈리스트(Catalyst) 프로그램’이라는 문화 마케터들의 아이디어와 컨설팅이 숨어있다.

'풍류일가' 대표. 문화예술원 주임교수

■ 문화 마케터가 되려면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풍류일가는 올해 하반기에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출신 전공이나 학력, 성별, 경력의 제한없이 지원할 수 있으며, 서류 전형과 면접 순서로 진행된다.

창의력이 풍부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적인 성격의 소지자에 적합한 직업이다. 국내 양성 과정으로는 문화예술원의 ‘문화 마케팅 과정’이 유일하다. 기수별로 2개월간의 교육 과정으로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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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6/04 15:26




정영주 객원기자 pinplu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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