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변신은 무한대… 공포영화 '두 사람이다'서 색깔 다른 스릴러 연기

임재범 기자
모름지기 좋은 배우란 잘 조율된 악기와 같다. 준비된 바이올린은 연주자의 손끝에 따라 다른 울림을 낸다.

데뷔 당시 ‘비밀의 소녀’라는 별명으로 불린 배우 윤진서는 진한 공명을 내는 바이올린과 같다. 미스터리한 소녀, 바람난 유부녀, 그리고 생기발랄한 여고생의 모습까지 그가 변주해내는 캐릭터는 다양하다. 만 24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그가 보여주는 연기의 진폭은 강렬하다.

“뭔가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런 역을 하면 CF가 안 들어오는 거 아냐?’라고 고민하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면 뭐가 대수겠어요?”

윤진서는 외양과 다르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당차다. 자칫 말이라도 잘못 꺼냈다간 큰 코 다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딱 부러지는 말투와 표정에 놀라게 된다. 웅얼거리는 말투에 자신감과 욕심이 오롯이 묻어났다.

윤진서는 최근 영화 <두 사람이다>(감독 오기환ㆍ제작 모가비픽쳐스)로 팬들을 만난다. 영화의 캐릭터는 기존 공포 영화와 다르다. 비명이 아닌 눈물로 가슴 먹먹한 공포를 담아낸다. 자신을 살해하려는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하는 여고생 가인이 그가 맡은 역이다.

“매일 감정을 잡아야 하는 신이 반복된 촬영이었어요. 가끔 편안한 신도 촬영하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영화는 전혀 달랐죠. 감정을 소비하는 장면이 많아서 촬영을 하고 나면 진이 쪽 빠졌어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맡은 영화 속 캐릭터는 하나같이 만만치 않았다. 데뷔작격인 영화 <올드보이>에서 우진(유지태)의 누나 수아 역으로 얼굴을 알리더니 <취화선><바람피기 좋은 날> 등에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연기력을 드러냈다. 그 덕분에 2004년에는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전 스타가 아니에요. 연기자 가운데는 스타를 꿈꾸는 사람과 굳이 스타가 아니더라도 연기만을 원하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건 좋고 나쁜 게 아닌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솔직히 스타가 되면 재미없는 인생이 될 것 같아요.”

말하는 투가 예사롭지 않다. 나이를 감안한다면 짧은 연기 이력이지만 올곧은 심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단단한 성격이냐고 물었더니 “아직 멀었다”고 에두른다.

“나이가 좀 더 들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스물일곱,여덟쯤? 진정한 의미의 여자가 된 나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쓴다면 서른 하나나 둘? 잘 어울리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 때는 아마 여자라기보다는 여성이 되겠죠.”

윤진서는 말하는 모양새는 속된 말로 짧고 굵은 인생보다 가늘지만 긴 인생을 선호하는 듯 했다. 최근 유럽 여행을 떠나 한달 여 동안 휴식을 취할 만큼 여유로움을 즐긴 것도 바투 고삐를 죄는 성격이 아닌 덕이다. 연기를 하는 여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릴 적부터 영화와 함께 살고 싶었죠. 영화와 가장 가깝게 사는 게 영화배우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윤진서는 돌을 하나씩 쌓아 높은 탑을 만들어내듯 차곡차곡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한다. 금전적인 유혹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라면 충분하단다. 그래도 저만치 높은 곳에 있는 꿈을 잊지 않았다.

“전도연 선배님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밀양>이라는 작품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찍었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마치 제가 상을 받은 양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했어요.”

윤진서는 자신의 말투, 표정, 그리고 몸을 연주해줄 또 다른 캐릭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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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연예부 고규대기자 en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