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사진첩] 최성숙 문신미술관 명예관장

한국 현대미술에서 운보 김기창(1913~2000) 선생님은 동양화단의 거목으로, 문신(1923~95) 선생님은 세계적 조각가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나는 운 좋게 두 분으로부터 분에 넘친 예술 세례를 받았는데 운보 선생님은 여고(경기)때와 대학(서울대 미대) 시절 잠시 사사했고, 문신 선생님은 평생의 반려자로 사랑과 예술의 삶을 함께 했다.

그런데 두 분 사이에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지속된 적이 있다. 현대화랑에서 문신조각전을 열기 위해 운보 선생님이 직접 문신 선생님을 만나러 프랑스로 건너 온 1978년 무렵이다.

나는 독일에 머물다 스승인 운보 선생님을 마중하기 위해 프랑스로 왔고 거기서 문신 선생님을 만나 예술에 대해 진지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운보 선생님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문신 선생님과의 만남은 계속됐고 이듬해 5월 결혼하였다.

1983년 우연히 한 호텔에서 운보 선생님을 뵌 적이 있는데 문신 선생님이 반갑게 손을 내밀었지만 운보 선생님은 차갑게 뿌리쳐 당황한 적이 있다. 그 후에도 운보 선생님은 우리 부부에 대해 냉랭하셨다.

그러다 86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한국화 100년’전에 내 작품 <은행>이 초청돼 부부가 함께 참석했다가 운보 선생님을 만났을 때 두 분 선생님이 비로서 악수를 했다. 7년만의 화해인 셈이었다.

나는 지금도 운보 선생님이 그렇게 오랜 기간 문신 선생님을 멀리한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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