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연기자 컴백조건 좋은 애인에게 폭탄선언 불사하는 당돌한 시나리오 작가역 맡아영화서 줄담배 피우며 꼬이는 인생 실감연기

전지현과 김태희의 공통된 고민은 무엇일까. CF스타지만 배우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는 점일 터. 김민희 역시 그런 모델, 아니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그리고 김민희는 오는 17일 개봉되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감독 권칠인ㆍ제작 시네마서비스)의 아미 역으로 이제 당당히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희는 자신의 나이와 똑 같은 스물일곱살 시나리오 작가 아미를 능청스럽게 연기해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줄담배를 피우며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술에 취해 눈물 연기를 실감나게 펼쳐냈다.

김민희는 “배우가 되고 싶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물론 이번 작품이 그의 첫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2004년 SBS 미니시리즈 <형수님은 열아홉> 이후 3년간 휴식을 취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동안 맡았던 강하고 도도하고 차가운 연기와는 다른, 풀어지고 사실적인 역할이라 김민희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공백기를 지났기에 김민희는 오히려 지금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아미의 고민과 비슷한 것들을 고민한 것 같다. 진로에 대한 고민, 어떻게 갈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엔 그런 시간이 있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안 좋은 것이 있기에 기쁨도 크고 성취감도 있고,그래서 그 시간이 소중한 것이 아닐까.”

김민희는 영화 속 아미가 실연을 당하고 술에 취해 혼자 주정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맥주를 몇 모금 마셨다. 하지만 정신은 말짱한 상태로 “난 취한 것이야”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배불러 죽겠다” “소주로 바꿔!” 식의 애드리브도 내놨다. 김민희는 팔을 몸통에 붙이고 어깨를 잔뜩 올린 채 “이렇게 하고 있으면 술 취한 연기가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필름을 교체할 때도 건들건들한 느낌을 연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스물일곱 아미가 청춘을 방황하는 모습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민희는 “20대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캐릭터가 달라도 고민은 비슷하다.

누구나 아미의 느낌이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모습을 아미에게 불어넣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모습은 실제 김민희와 다르다. 하지만 자신에게 있는 아미의 모습을 극대화시켰다.

■ "CF스타 이미지 떨치고 싶다"

“워낙 어려서 시작해 CF적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실제 내가 광고와 같을 것이라고 완전히 포장됐고 그것을 사람들이 믿었다. 더 인간적인 연기와 배역을 원했지만 ‘트렌드세터’라는 식의 이미지가 컸나 보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자리를 얻게 된다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김민희는 CF 모델로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된 점이 무척 안타까웠던 것 같다. 김민희는 “CF는 밝고 톡톡 튀고 짧은 시간에 인상을 심어줘야 하다 보니 강하고 자극적이다. ‘나는 이기적이다’ ‘나는 누구에게나 갈 수 있어. 난 니 게 아니야’ 등의 카피와 가끔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모습들 때문에 고정된 이미지를 가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희를 대중과 먼 배우로 남게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민희는 배우라는 직업이 다양성을 지녀야 하고 폭넓은 경험을 지녀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평소의 김민희는 따뜻한 게 좋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을 좋아한다. 한 때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요즘은 여러 사람이 만나는 것이 좋단다.

김민희는 SBS <야심만만>에서 단답형에 가까운 대화로 ‘4차원’이라는 평을 받았다. “사랑이 뭐에요?”라는 질문에 “좋은 거요”라고 말하는 등 단순하고도 짧은 답으로 명MC 강호동을 당황시켰다. 하지만 김민희는 인터뷰 자리에서는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길게 내놓았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 본 부분에 대해서는 눈을 반짝이며 열을 냈다.

글을 써 봤기에 나올 수 있는 답들을 내놓곤 했다. 김민희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항상 다이어리에 오늘 뭐 했나 쓴다. 일기도 가끔 쓴다”고 했다.

사람들과 대화를 좋아하지만 때로는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김민희는 별 생각없이 친구들과 몰려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또래들과 확연히 달라 보였다. 가끔씩 엉뚱한 답을 내놓는 것은 ‘동영상’에 대한 공포 탓이란다.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말이 튀어 나온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아미는 조건 좋은 남자 김성수에게 가난한 옛 애인 김흥수와 그냥 친구가 아니라는 고백을 한다. 그것도 결혼을 앞두고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아주 괜찮은 시기에 말이다.

“아미는 왕자님을 만났지만, 왕자님을 만났다고 공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한 끝에 고백한 것이기에 이 여자가 용감하고 용기 있다고 생각한다.”

아미와 동갑인 스물일곱 김민희의 고민은 무엇일까. “내 고민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 말 못하는 것이기에 고민이 되는 것일 테니까. 답하지 않아도 되는가.”

분명한 것은, 김민희는 어떤 고민을 하든 아미처럼 자신에게 솔직한 선택을 하리라는 판단이다. 그 고민이 어떤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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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연예부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