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 티끌 아닌 '착한' 조건들 검증

“식재료 대기업 놔두고 작은 식당 흠만 찾나” 항변
기업 식재료 상시 검증… 식당 사용 재료 착한식당’기준
‘물메골’ ‘울산숯불갈비’ ‘두리쌈밥집’등 ‘착한’에 근접

“식재료 만드는 대기업들을 검증하지 왜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먹거리X파일-착한식당”에서 못살게 구는 바람에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문제 삼으려면 식재료를 만드는 대기업을 손대지 왜 시장의 밥집, 자그마한 식당들의 흠을 찾느냐는 항변이다.

“착한식당” 검증위원으로, 대답하기 가장 힘든 질문 중 하나였다. 어려운 게 아니라 설명하기 복잡했다. 깊은 오해가 있는 질문이다. 왜 이런 대형 회사들은 검증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우문이다. 대답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을 했고 지금도 꾸준히 검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 회사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는 이미 여러 차례 검증했고 매번 검증한다는 것이 답이다.

식당에 검증을 가면 마지막(?) 코스는 ‘허락 하의 주방 검증’ 절차다. “착한식당 검증 팀인데 주방을 봐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경우에는 검증 팀도 도리가 없다. ‘예비 착한식당’이라고 생각하고 주방 검증을 제안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주방 검증을 거부하면 제작팀이나 검증 팀은 포기하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 이런 일도 발생한다.

주방 검증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소스, 양념통이다. 대부분 대형 식품회사의 제품들을 사용한다. 불행히도 이 제품들이 짝퉁일 때가 많다. ‘된장’이라고 이름 붙이고 콩이 아닌 다른 곡물, 밀가루 등으로 만든 것도 있고 식초라고 이름 붙였는데 발효 공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흉내만 낸 것들도 많다. 간장은 더 엉망이다. 대부분의 간장이 흉내만 낸 간장이다. 산분해간장을 사용하면서 “이게 맛있다”는 경우도 많이 봤다. 시판 간장 중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음에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이런 간장을 사용한다. 조선간장은 짜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조미료가 듬뿍 든 가짜 간장이 아니면 음식 맛을 못낸다”고 고백해야 한다.

대기업체, 대형 식품회사들을 처음부터 검증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검증 팀이 이미 인공화학조미료, 감미료, 각종 화학 첨가물을 걸려내고 있다. 그런데 대형 식품회사들은 그런 제품들을 만드는 곳이다. 처음부터 검증 대상이 아닌 것이다.

식품회사들은 값싸고, 맛있는, 합법적인 식재료들을 만드는 곳들이다. 칡이 10% 들어간 ‘칡냉면’도 가능하다. 병균이 없어서 안전하면 만들어도 된다. 허가가 난 각종 화학첨가물도 사용 가능하다. ‘바나나 맛 우유’와 ‘바나나 우유’가 전혀 다른 제품이지만 식품회사는 ‘바나나 맛 우유’를 선택한다. ‘밤 막걸리’에 사용하는 밤 페이스트에 밤만 들어갔는지 아니면 밤 냄새가 나는 화학첨가물을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렌지 주스 농축액은 1,000% 형태로 가져온다. 무게가 무거우니 농축액을 가져오는 것이다. 10배로 농축하는 방식은 가열처리다. 오렌지 주스를 끓여서 가져온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국내로 가져와서 물을 섞어서 100%로 희석한다. 주스에 균이 있으면 곤란하다. 상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다시 가열처리한다. 주스를 집에서 끓여 먹어보면 쓰고 시다. 그런데 병에 든 시판 주스는 달고 맛있다. 대형식품회사의 제품 상당수가 바로 이러하다.

“착한식당” 검증 팀은 ‘착한식당’을 찾고 싶어 한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 ‘물메골’을 검증 갔을 때는 불과 5시간 만에 제주도 여행을 마쳤다. 비행기 왕복 2시간, 현지 이동 한 시간, 식당 검증 및 촬영 2시간. 제주도에 머문 시간은 불과 3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검증 팀도 ‘착한식당’으로 정하고 싶었지만 결국 ‘준 착한식당’이 되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착한식당’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다.

‘울산숯불갈비’. 제작진이 마지막까지 어느 집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식당 앞 불과 100미터 거리의 카페에서 검증대상이 되는 집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의 음식에 대한 헌신은 놀라웠다. 얼마나 열심히 닦았는지 식탁의 스테인리스 부분이 반들반들했다. 오래 전에 고향에서 들었던 어머니의 ‘레시피’도 하나하나 재현하고 있었다. 갈비 육수를 만들기 위해서 20여 종류의 천연식재료를 구해서 매번 새로운 음식, 더 나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착한식당’ 지정을 하고 싶었지만 역시 사소한 부분의 ‘티끌’로 ‘준 착한식당’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집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경기도 시흥의 ‘두리쌈밥집’도 마찬가지. 제작진은 몰래카메라로 몇 번씩 촬영을 하고 검증 팀도 2-3회 갔던 집이었다. 보기 드물게 필자도 두 차례 검증을 간 집이다.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이 직접 채소를 유기농 재배하고 안주인이 홀을 담당하고 있었다. 채소 재배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안타깝지만 ‘준 착한식당’이 된 것은 역시 대기업에서 만든 식재료 때문이었다.

제작진이나 검증 팀 모두, 늘 감동적인 ‘착한식당’을 찾고 싶다. 착한식당에 대한 가장 깊은 오해는 제작진이나 검증 팀이 식당의 티끌, 잘못을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착한식당” 제작에 참가하는 제작진, 검증 팀은 누구나 티끌이 아니라 착한식당을 ‘미치도록’ 찾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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