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 지켜주자는 게 소신

김헌(51)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주민모임 대표는 ‘재개발 저지 전문가’ ‘아름다운 마을 전도사’로 불린다.

김 대표는 주민들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뉴타운 정책에 반대하며 안양 만안구를 시작으로 군포 의정부 부천 구리 원당 등지에서 총 400회가 넘는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김 대표가 뉴타운 반대운동을 시작한 것은 서민의 재산권 보호와 함께 재개발 지역 어린이들의 행복을 뉴타운이 빼앗아 가서는 안 된다는 소박한 소망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추운 겨울밤에도 혼자 뉴타운을 반대하는 유인물을 돌리고 다녔다. 안양시민권리찾기 운동본부(대표 임희택)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김 대표를 지난해 시민 권리대상 개인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안양시민권리찾기 운동본부는 김 대표가 수년 동안 만안구 뉴타운 사업 철회 투쟁에 나서 지난해 4월 사업철회를 이끌어 냈으며, 이를 통해 주민생존권과 재산권, 주거이전의 자유를 지켜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좋게 평가해 주시니 감사하지만 죄송한 생각도 든다. 나보다 더 열심히 시민사회에 공헌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나는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그분들은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음지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의 ‘뉴타운 반대운동 성공’의 원동력은 ‘다가가는 주민 설명회’에 있었다. 김 대표는 직접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설명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주민설명회는 대부분 저녁 7시쯤부터 한 시간 이상 진행했는데,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이나 주민설명회를 나간 적도 있다”며 “늦은 시간에도 주민설명회를 들으러 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차별화된 방식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주민설명회와 함께 공청회도 개최했다. 그는 이런 모든 노력들이 합쳐진 게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 반대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어르신들이었다”며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말씀도 잘 안 하셨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한 번은 어떤 분이 ‘우리 영감도 안 주는 건데’라며 장뇌삼까지 주시더라. 말로는 표현 안 하시지만 이분들도 알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감사했다”며 다시 한 번 주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