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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허위문서·짜맞추기 등 적나라

● 박주원 수사로 본 '검찰판 부러진 화살 2탄'
전 안산시장 수사 기록 단독 입수해 살펴보니
제보자 L씨 진술서 내용 주장과 다르고 서명날인 없어… 자백 강요 협박도 여전
  • 박주원 전 안산시장
무죄판결을 받은 박주원 전 안산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애초부터 무리한 '표적수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수사 초기부터 안산 일대에서는 떠돈 여러 추측과 소문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당시 박 전 시장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에 관해 현지에서는 '수사가 정권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검찰 윗선에서 박 전 시장을 보복하기 위해 후배검사를 동원했다' '수사관들은 마지 못해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등의 말이 떠돌았다. <주간한국 2413호 14~15면 참조>

주간한국이 입수한 검찰 문건을 살펴보면 검찰 수사및 기소의 허점이 드러난다.

우선 수사 착수 동기. 검찰문건은 "박 전 시장의 수사는 제보자 L씨의 제보에 의해 착수하게 됐다"며 "<중략> 자신도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대검찰청 범죄정보실에 로비사실을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증인신문조서에는 L씨가 이를 부인한 것으로 나와 있다. L씨는 "수원지검에서 진술하기 전에 대검찰청 범죄정보실에 제보를 하거나 이 사건과 관련해서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없다"고 증언했다. 검사는 또 "대검찰청은 2009년 11월 초순경 이 사건 수사 개시의 단서가 된 대검범죄첩보보고서를 작성했고 <중략> 대검범죄첩보보고서에는 증인의 명의로 된 진술서가 3부 첨부돼 있는데, 이는 증인이 작성한 것이 아닌가"라고 묻자 "진술서를 적은 것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더욱이 L씨는 대검찰청에 투서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받았다는 3장의 진술서는 ▲박 전 시장과 공무원의 뇌물수수 내용과 ▲공무원의 4만 달러 관련, 검은 비닐봉지에 대한 내용 ▲박 전 시장 주변인들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진술서에는 진술인 L씨의 서명 날인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수사 조서 작성의 허위 여부다. 2009년 11월 말쯤 검찰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도 L씨의 진술이 담겨 있다. 이 진술조서에는 담당검사와 수사관 등 여러 사람들이 신문에 참여한 것으로 서명날인 돼 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문건에 서명날인 한 수사관 중 일부는 실제 심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단지 작성된 조서에 담당 검사가 사인하라고 해서 사인만 했을 뿐 심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수사 검사는 수사관 등 다른 사람이 심문에 참여할 경우 수사 관련 비밀이 밖으로 새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해 참여대상을 최소화한 것으로 안다"며 "검사들이 직접 진술조서를 작성한 뒤 수사관들에게 서명날인만 하게 했다는 말이 파다하게 돌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의 '이상한 수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박 전 시장 수사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돌았다. 수사를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인상이 일반적이었다"며 "검찰은 박 전 시장이 건설업체 K사장으로부터 17억 원이 담긴 낚시 가방을 받았다고 주장한 적 있는데, 나중에 17억 원은 물리적으로 낚시 가방에 담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170만 달러를 받은 혐의가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고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수사관들이 낚시가방에 돈을 담아보면서 '짜 맞추는 것도 못할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K사장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강압수사를 폭로하기도 했다. K사장은 "검찰는 내가 박 전 시장에게 17억 원을 줬다는 사실을 자백하라고 강요했다. 내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믿지 않고 심신이 지칠 때까지 계속 압박했다"며 "견디다 못한 내가 8,000만 원을 줬다고 진술하자 액수가 너무 적다고 바른대로 이야기하라고 계속 추궁했고 이에 5,000만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K사장은 또 "검찰은 내가 돈을 분홍색 보자기에 싸서 대낮에 건넸다고 진술하라고 강요했는데, 상식적으로 남들이 다 보는 데서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보자기에 싸서 주겠나. 너무 답답했지만 검찰의 압박을 견딜 수 없어 거짓진술을 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무죄를 판결한 서울고법형사 1부(부장판사 조해현)도 판결문에서 "K씨는 검찰에서 '피고인 박주원에게 현금 5,000만 원을 전달할 당시 1,000만 원(100만 원 10다발)씩 신문지로 싸고 다시 분홍색 보자기로 둘러싼 다음 들고 가 피고인 박주원에게 보자기 채로 주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은밀하게 제공되어야 할 뇌물을 대낮에 거의 공개된 장소에서 전달하는 것도 모자라 위와 같이 허술하게 포장하여 내용물을 다른 사람이 짐작할 수 있음을 물론이고 전달과정에서 보자기가 풀어질 경우 현금다발이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을 감수하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사를 진두지휘한 수원지검의 A검사측은 "원칙에 입각해 원칙대로 수사했을 뿐이다. 소문과 같은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나"고 반문했다. A검사는 박 전시장이 무죄로 풀려나자 검사직을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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