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으로 본 대한민국-명동 땅 1평으로 시골땅 50만평을 살 수 있다

땅도 사람 못지않게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 서울 명동의 땅 1평을 팔면 시골 땅 50만평을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은 서울 명동 상권의 화장품 매장 네이처 리퍼블릭(1㎡당 6,500만원)이고, 가장 싼 곳은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산 67번지(1㎡당 130원)이다. 공시지가로만 비교하자만 땅값 차이가 무려 50만배였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1월 1일 기준)에 따르면 명동 상권은 땅값 1위부터 12위까지를 휩쓸었다. 일본ㆍ중국인이 하루 종일 북적이는 외국인 관광 코스 명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권임을 보여준 셈이다.

가장 비싼 땅 네이처 리퍼블릭(서울시 중구 충무로1가 24-2)은 3.3㎡(1평)당 가격이 무려 2억 1,450만원. 1㎡당 가격은 지난해 6,240만원에서 4.33% 오른 6,500만원을 기록했다. 이곳(명동빌딩)은 2005년부터 8년 연속 가장 비싼 땅으로 기록됐다.

명동빌딩은 '부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와 비교해도 월등히 비쌌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펜트하우스(409㎡) 매매 호가는 64억원. 명동빌딩 공시지가가 타워팰리스의 시세보다도 네 배 정도 비싸니, 명동빌딩을 시세로 따지면 양측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진다. 서울에서 가장 싼 도봉구 도봉동 산36번지(㎡당 5,500원)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무려 1만 1,818배다.

의류판매장 Tabby(서울시 중구 충무로2가 65-7)와 우리은행 명동지점(서울시 중구 명동2가 33-2)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1㎡당 가격은 6,300만원으로 평으로 환산하면 2억 790만원이었다. Tabby는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이 입점한 쇼핑몰인데, 유니클로가 지난해 11월 이 곳에 입점한 첫날 매출로 13억원을 기록했다. 유니클로 유명세를 앞세운 Tabby는 이제 제조유통일괄형 의류 패션(SPA)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우리은행(옛 상업은행) 명동지점은 지가공시제도가 도입된 1989년부터 2004년까진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었다. 커피 열풍이 불어닥친 2005년부터 스타벅스가 입점했던 명동빌딩에 '한국 최고가 땅'이란 명예를 내줬지만, 명동길과 중앙길이 교차하는 곳에 자리를 잡은 터라 우리은행 명동지점은 여전히 명동을 대표하는 건물로 꼽히고 있다.

거제ㆍ평창 땅값 폭등

시ㆍ군ㆍ구로 볼 때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경남 거제(14.56%)였고, 강원 평창(12.744%)과 충남 연기(9.74%), 경북 예천(9.32%), 강원 화천(9.14%)이 2~5위에 올랐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2010년 12월 개통하자 거제는 관광 수입이 급증하면서 땅값도 치솟았다. 거제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거가대표가 개통하면서 장옥면 일대 임야가 3.3㎡당 100만원을 넘어섰다"고 귀띔했다. 부산에서 거제까지 3시간 걸리던 이동 시간이 1시간으로 줄자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펜션 부지에 대한 외지인 투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또 마산까지 연장되는 KTX가 지나간다는 이유로 둔덕면 임야는 10만~15만원이었던 가격이 20만~25만원으로 올랐다.

롯데그룹과 GS그룹 등 재벌 일가가 땅을 대거 사들여 화제가 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도 표준지 공시지가가 무려 12.74%나 올랐다. 국토해양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경기장ㆍ숙박시설ㆍ기반시설 확충 등 직ㆍ간접적인 경제 효과에 힘입어 평창 일대 지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재벌닷컴 조사 결과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 일가족은 2005년부터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근처에 총 1만 4,808㎡를 사들였고, GS칼텍스 허동수 회장 일가와 한미섬유 박신광 회장 아들도 총 7만 2,040㎡를 공동 매입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평창 일대 땅값이 많이 올랐으나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묶여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평창 땅값이 오른다는 소식만 듣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가 건설되고 있는 충남 연기는 아파트 분양 및 단독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땅값이 두자릿수에 가깝게 올랐다. 세종시 진입로가 있는 장기면 봉안리는 지난해 12월 3.3㎡당 150만원이었던 땅값이 3월초엔 350만원까지 치솟았다. 경북 예천은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인 데다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 사업, 녹색문화상생벨트 사업이 예정돼 있어 지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강원 화천도 스키리조트 사업, 산천어축제 등에 힘입어 지가가 상승했다.

울산 뜨고ㆍ광주 내려

전국적으로 3.14%가 오른 표준지 공시지가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울산(5.93%)과 강원(5.46%)의 땅값 상승이 눈에 띄고, 광주(0.72%)와 인천(1.64%)은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다.

울산은 동구 주택재개발 및 도시개발사업으로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울산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남구 삼산동 1526-7번지에 자리잡은 킴스빌딩이었다. 공시지가는 1㎡당 825만원.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제2영동고속도로 사업 등에 힘입어 지가가 높아졌다. 중앙동 크라운베이커리 대지(60-13번지)는 1㎡당 980만원으로 강원도에서 가장 비싼 땅이었다.

광주와 인천은 구도심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감소해 부동산 경기가 약보합세였다. 광주 동구와 남구는 주택가 재개발이 불투명해 땅값이 떨어지는 곳도 눈에 띄었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2가에 있는 의류판매장 컨버스(15-1번지)은 호남에서 가장 비싼 땅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나쁜 인천에선 부평 문화의 거리에 있는 LG U+(1㎡당 1,100만원)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강제화는 부산과 전북, 제주에서 가장 비싼 땅에 매장을 두었다. 금강제화 서면본점(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254-20)은 1㎡당 지가가 2,280만원으로 영남에서 가장 비쌌다. 금강제화 전주본점(완산구 고사동 72-6)은 전북 최고 지가(705만원)를, 금강제화 제주본점(일도일동 1461-2)은 제주 최고 지가(540만원)를 기록했다.

올해 발표된 표준지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신도심 지가는 오르는데 구도심 땅값은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도 보인다. 광주 구도심인 동구 금남로5가 20번지는 1㎡당 땅값이 지난해 173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떨어졌고, 인천 연수구 송도동 29-8번지도 지난해 303만원에서 올해 295만원으로 하락했다. 수치로만 보면 미약하지만 땅값 양극화는 자산가치 불균형으로 빈부 격차를 벌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재산·종부세 10% 안팎 늘어날듯
부동산 시장은 침체했지만 표준지 공시지가는 여전히 올랐다. 표준지 땅값이 오르면 개별 공시지가도 오르기 때문에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많으면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12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는 평균 3.14% 올랐다. 세계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42%가 떨어진 뒤 3년 연속 상승세로 지난해 상승률(1.98%)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실제 땅값도 올랐을까?

그렇지 않은 곳도 꽤 많다. 실거래 가격은 그대로인데 공시지가만 오른 곳이 있다는 의미다. 국토해양부는 "2006년 이후 축적된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지역간 가격 균형성을 제고하고자 실거래가 반영률을 높여 표준지 공시지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땅값이 떨어졌지만 땅값과 반대로 공시지가는 올랐을 수도 있다.

재산세 특성상 누진세율 구조이기 때문에 세금 상승률이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인 토지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이 최대 10% 이상 늘어난다. 종부세는 공시지가 80억원 이상인 별도 합산 토지와 5억원 이상인 종합합산 토지에 부과된다.

공시지가가 1억 800만원대에서 1억 1,700만원대로 8.47% 오른 서울의 한 아파트는 보유세가 31만 8,000원대에서 35만원대로 약 10% 늘어난다. 보유세에는 교육세와 종합부동산세, 농특세 등이 포함된다. 공시지가가 10억 2,145만원에서 3.8%(3,881만원) 오른 아파트 보유세는 5.21% 증가한 630만 4,000원이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