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 성매매 '여관바리' 다시 기승모텔촌 들어서자마자 "놀다 가세요" 호객 행위업소 단속강화 틈새서 성업 주말엔 대기해야 할 정도 CCTV 등 이용 단속 피해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숙박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관바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집창촌이 사라지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이곳으로 대거 이동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제보를 듣고 기자는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서울 모 지역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이른바 모텔촌이었다.

이곳으로 접어들기 무섭게 속칭 '삐끼'라고 불리는 호객꾼이 "예쁜 아가씨 들여보내줄 테니 놀다 가라"며 들러붙었다. 한 걸음만 옮겨도 말을 붙여오는 통에 보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이중 한 삐끼의 안내에 따라 인근의 허름한 모텔로 이동했다.

이상한 건 모텔의 간판이 꺼져 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간판 불이 꺼져 있는 건 방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손님들이 '헛걸음'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은 간판 불이 꺼져 있는데도 여전히 출입 손님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의아해하자 삐끼가 귀띔해줬다. 그에 따르면 성매매를 벌이고 있다는 표시로 일반 숙박 손님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성매매를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만 받기 위한 나름의 방편인 셈이다.

삐끼는 주말 저녁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다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기 시간엔 대중이 없었다. 삐끼는 아가씨가 나오면 바로 들여 보내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곳에 출입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붉은 조명이 낮게 깔린 복도를 따라 배정된 방에 들어섰다. 침구류와 화장대 등은 정돈돼 있었지만 누군가 사용의 흔적이 있었고 샤워실 바닥엔 물기가 흥건했다. 5분쯤 기다리자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문을 열자 짧은 반바지에 후드티를 걸친 여성이 허리에 조그만 가방을 둘러멘 채 서 있었다. 방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이 여성은 화대를 요구해왔다. 개중에는 '볼일'만 보고 화대 요구를 거절하거나 아예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대로 5만원을 지불하니 그녀는 "옷을 벗으세요"라고 했다. 이에 기자는 "말벗이 필요해 온 것이니 대화나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짐짓 경계의 눈빛을 보내오다 "환불은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건 뒤 말문을 열었다.

자신을 '혜정'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단란주점 여종업원으로 화류계에 첫발을 들였다고 한다. 당시 그녀의 월평균 수익은 400만원 정도. 보통 회사원들의 월급을 크게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쉽게 번만큼 쉽게 빠져나갔다. 그야말로 '물 쓰듯 썼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혜정씨는 서른 줄에 들어서면서 단란주점에서 내몰렸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이 없어 이후에도 노래방과 사창가를 전전했다. 그러다 정부가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에 따른 단속이 심해지면서 도망치듯 이곳 모텔촌으로 흘러 들어왔다.

현재 그녀는 노래방 도우미나 여관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도방에 소속돼 있다. 여기엔 그녀 말고도 네댓 명의 여성이 더 있다. 이들의 나이는 30대 중ㆍ후반으로 '과거사'는 혜정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모두 노래방과 여관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벌이는 그리 넉넉지 않다. 이곳의 화대는 5만원. 하루 평균 4명의 남성을 상대한다. 하루에 20만원을 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화대를 여관 주인, 포주, 삐끼와 나누고 나면 정작 돌아오는 몫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혜정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쁘다"며 "그러다가 덜컥 임신이라도 해버리는 날에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30명의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벌이는 적지만 과거에 비해 마음은 편하다. 단속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에 따르면 여관 측에서 CCTV를 통해 항상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다 보도방 업주가 '은밀한 루트'를 통해 경찰의 단속을 사전에 파악한다.

만일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증거를 찾기가 어려워 연인 관계라고 딱 잡아떼면 사실상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한다.

혜정씨는 자신의 생활이 옳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생활을 청산하려고 마음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혜정씨는 "번듯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경력도 없다 보니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직장을 구하더라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 금세 일을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동료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목돈을 모아 화류계를 떠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다. 씀씀이가 커져 돈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달리 할 줄 아는 일이 없다는 게 더욱 큰 이유다.

혜정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이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정부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주장했다. 혜정씨는 "무턱대고 단속한다고 성매매가 사라지겠느냐"며 "일을 알선해 주거나 직업훈련을 시켜주는 등 현실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주어진 시간인 20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모텔을 나서는 동안에도 삐끼들의 호객행위와 이곳을 찾는 남성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단속과 처벌보다 대책이 먼저라는 혜정씨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송호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