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NFC 기반 모바일 결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2011년 11월 10일 '명동 NFC Zone'을 선포하고 응용서비스 시연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시연행사에 나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스마트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애플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도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근거리무선통신시스템(Near Field Communication: NFC)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결제를 차세대 수익모델로 밀고 있는 데다 각자 그 완성이 목전에 와있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 및 카드사들이 통신사와 협력, 모바일 결제 시스템들을 우후죽순 내놓고 있는 데다 구글 또한 '구글월릿'(Google wallet)을 선보인 상태지만 글로벌 1,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애플의 강력한 도전이 모바일 결제 시장 자체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NFC 기반 모바일 결제란

모바일 결제란 온ㆍ오프라인상에서 상품 혹은 서비스를 거래한 대금을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정보기기를 이용해 지급하는 결제방식이다.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온 휴대폰 계좌이체, 소액결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모바일 결제가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급부상한 이유로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NFC 기술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NFC란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의 하나로 저주파수(13.56MHz) 대역에서 약 10cm 이내의 단말기 간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구글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S2', 팬택의 '베가레이서' 등 지난해부터 출시된 상당수의 스마트폰에 NFC칩이 내장된 상태다.

만약 소비자가 NFC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다면 신용카드는 물론 각종 적립카드, 마일리지카드, 할인카드 등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 근처에 가까이 갖다 대기만 하면 온ㆍ오프라인 결제를 편히 할 수 있는 까닭이다.

모바일 결제 시장 급속 성장

NFC를 통한 모바일 결제 시장은 차세대 금융결제 수단이라는 위상답게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은행업무를 보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이미 2,000만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자랑하고 있고 이에 고무된 카드사들도 저마다 모바일 카드를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이 SK텔레콤과 손잡고 설립한 하나SK카드는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한 상태고 KT 또한 비씨카드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모바일 사업팀을 신설, 통신3사 모두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이 2014년까지 2,45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기업들도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대표적인 곳이 글로벌 1위 검색업체인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구글월릿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씨티은행이 구글월릿에 신용카드를 장착했고 결제 단말기는 마스터카드가 제공했다. 그러나 호쾌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구글월릿은 통신사들과의 마찰, NFC 미장착 안드로이드 기기 확산 등의 이유로 당초 예상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애플 모바일 결제 출시 임박

구글월릿의 부진이 지속되자 IT업계관계자들은 출시가 임박한 애플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은 애플이 구글과 비슷한 시기에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애플은 구글월릿이 출시된 지 1년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도 참여 시점을 재고 중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애플이 선보일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구글월릿보다 큰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ㆍ아이패드 시리즈를 기반으로 음악, 영화 등 아이튠즈를 통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등 이미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상태다. 현재 3억명이 넘는 아이폰ㆍ아이패드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2억5,000만명이 넘는 아이튠즈 사용자들의 신용카드 정보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한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NFC 관련 특허를 23개나 획득해왔다. 이들 특허는 NFC를 통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현방식을 총망라하고 있다. 그간 철저히 준비해 온 애플이 방대한 인프라와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는 순간 모바일 결제 시장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 실제로 IT 전문가들은 아이폰5를 비롯, 앞으로 출시될 애플기기들에는 NFC 기능이 우선적으로 탑재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삼성, 차세대 먹거리로 계획

IT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입할 경우 구글은 물론이고 애플을 넘어서는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 제조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데다 그룹 차원에서 카드 사업도 하고 있어 애플과는 또 다른 형태의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 까닭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올 하반기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칭 삼성월릿)를 론칭,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카드 등이 연합해 구성된 전담팀이 구성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NFC 탑재 갤럭시S 시리즈를 통한 월릿 서비스 플랫폼 제공을 삼성SDS는 마케팅 플랫폼 및 솔루션 개발을 삼성카드는 서비스 운영 및 가맹점 제휴 등을 담당,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간 국내 카드업계 빅3업체면서도 유독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던 삼성카드가 삼성월릿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3사의 유심칩을 기존 카드사들과는 다르게 막강한 삼성전자 스마트기기 라인업에 모바일카드를 삽입, 이를 통해 결제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계획 중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비단 소비자와의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만약 삼성이 빠른 시장선점을 위해 기존의 카드 가맹점들이 판매시점관리(Point of sales: POS) 단말기를 들어내고 갤럭시탭을 결제 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면 사업의 영역이 B2B까지 확장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소비자마케팅에도 훌륭히 써먹을 수 있다. 삼성은 이미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2에서 갤럭시넥서스에 장착된 NFC를 통해 POS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바 있다.

또한 삼성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이미 통신사-카드사들에 선점당한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겨냥하고 있다. 우선 삼성월릿 서비스를 국내용과 글로벌용으로 이원화하고 금융인프라가 취약한 동남아 지역을 시작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로 계획됐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공개시점이 미뤄진 것은 글로벌시장 진출 때문"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상정하고 보강작업을 거친 후 글로벌 론칭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현순 비머스앤컴퍼니 수석 컨설턴트는 "삼성은 전자ㆍ솔루션ㆍ금융 등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자사의 독자적인 서비스를 세계표준으로 만들 능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의 진출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크게 키울 촉진제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