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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산악인은 산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데…

봄 맞아 등산 인구 증가, 매너 지키는 것은 기본
최근 따뜻한 봄날씨가 이어지면서 등산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웬만한 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

그러나 문외한이 보기엔 등산은 그저 고된 일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힘든 길을 걸어서 도달한 정상엔 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모 산악동호회의 산행에 동참해 봤다.

지난 12일 오전 9시 서울시 관악구에 자리한 관악산 자락에서 산악동호회 사람들을 만났다. 이날 함께 산행에 나선 이들은 모두 8명. 하나같이 가방과 모자, 등산복, 등산화, 스틱 등 장비를 빠짐없이 갖춘 모습이었다. 헐렁한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의 기자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동호인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이들은 종종 ‘꾸벅’ 목례를 해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면서도 조금은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산에서 사람을 마주칠 경우 상대가 누구든 인사하는 게 산악인들 사이에서의 매너라고 한다.

기세 등등하게 산을 오른 지 20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숨은 어느새 턱까지 차 올랐다. 보다 못한 동호인들은 산행을 멈추고 휴식을 권했다. 동호인 중 한 명이 ‘껄껄’ 웃으며 “젊은 사람이 이정도 가지고 지치면 어떡하느냐”고 말을 붙여왔다.

등산 7년 차라는 정숙영(44ㆍ가명)씨에 따르면 관악산은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대간’ 정도는 종주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간은 지도상 거리 650㎞, 산의 능선을 고려한 실제 거리는 1,200㎞에 이른다. 이 거리를 완주하는 데 줄잡아 한 달 이상은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악인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까닭에 대간 종주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일부 ‘산악 마니아’들의 경우 주말을 이용, 백두대간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오랜 시간에 걸쳐 종주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종주에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년에서 2년 정도. 당연히 고되고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대체 이들이 고생길에 나서는 까닭은 뭘까.

대답은 뻔했다.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김덕훈(39‧가명)씨는 “처음에는 완등했을 때 정복감에 산을 찾지만 나중엔 과정을 즐기게 된다”며 “스쳐 지나가는 경치와 신선한 공기는 아는 사람만 아는 등산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산악인들이 산을 찾는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그러나 주말마다 산행을 나서는 이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어떨까? 김씨는 “저는 아내와 함께 산행을 즐기기 때문에 괜찮다”면서도 “많은 동호회원들이 주말마다 집을 비우거나 장비 구입 등의 문제로 가족과 다투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산행에 나섰다. 등산로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계속해서 증가한 등산인구는 현재 약 1,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생활을 찾아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등산 인구 증가에 따른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은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다. 때문에 등산가들은 야영과 취사가 허용된 산장으로 몰려들게 되고 산장 주변은 금세 북새통을 이루게 된다.

산장을 선점하지 못한 이들은 취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침낭에만 의존한 채 찬 바닥에 몸을 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 등산가들 대부분은 아무런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동호인 최보현(41‧가명)씨는 “자연을 위해서 이 정도는 양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산사람들의 산에 대한 사랑의 표현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환경보호 활동”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등산가들의 필수품’이라며 검은 비닐봉지 꺼내 보여줬다.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들여다본 봉지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가 말한 등산가의 필수품은 다름 아닌 ‘비닐봉지’ 그 자체다. 자신이 산에서 만든 쓰레기를 직접 담아오기 위해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산에서 라면을 먹게 될 경우 국물을 남기지 않고 마신다. 소금기를 많이 내포한 라면국물을 산에 버리면 토양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이따금 국물이 남는 경우에는 빈 병 등의 용기에 담아 가져온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산행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달했다. 의례적으로 ‘야호’를 외치려 양손을 입 주변에 모으는 순간 동호인들이 만류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산에서 ‘야호’를 외치는 등 큰소리를 내는 건 금물이다. 야생동물이 소리에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 야생동물을 위해 도토리를 비롯한 열매류도 채집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등산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등산인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동호인들은 등산인구가 늘어난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부지기수로 생겨난 초보자들 중 일부 의식 없는 등산객들이 산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정씨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산의 환경을 지켜줘야 한다”며 “이런 인식이 하루 빨리 확산‧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호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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