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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가지 특권 누리는 '작은 대통령' 단 하루만 재직해도 평생 연금 혜택

  • 제19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국회의원 당선 축하 리셉션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19대 의원 300명에 연간 1800억원 예산 소요
평균 연봉 1억 4,689만원 철도·항공기등 무료 이용 후원회 통해 자금 마련도
세비 11년간 65% 인상 선진국 비해 엄청난 대우
혜택 비해 의정할동 미흡 각종 현안 밥그릇 싸움에 '양질의 정책' 생산 아쉬워

'국회의원과 전화 통화하려면 돼지꿈을, 직접 만나려면 용꿈을 꿔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많은 국회의원들은 이 말에 은근한 희열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상징은 금배지다. 의원 1명에게 금배지는 2개 지급된다. 금배지라고 하지만 액면가는 2만5,000원밖에 안 된다. 순금이 아니라 은에 금도금만 됐기 때문이다.

금배지의 크기는 지름 16.5㎜, 높이 12.8㎜에 무게는 6g이다. 배지 안에는 나라 국자(國)자가, 뒷면에는 등록 순서대로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다.

2만5,000원이라면 어지간한 식당에서 한우 1등급 등심 1인분 가격도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2만5,000원짜리 배지'를 옷깃에 다는 순간, 일반인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린다. 이른바 '작은 대통령들'이다.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사실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바치고도 단 한 번도 금배지를 달아보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는 '배지 달았으면 됐지, 더 뭘 바라나'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털어놓았다.

1인에게 연간 6억원 소요

19대 국회 국회의원 수는 모두 300명, 연간 국회의원 1명에게 6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총 1,8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국회 사무처 등 국회의원을 지탱하는 제반 운영비를 모두 더하면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일반 수당, 입법 활동비, 상여금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1인당 연봉은 1억4,689만원이다. 의원회관 사무실 유지비, 차량 유지비 등을 포함한 기타 지원금은 연간 5,179만원에 이른다.

의원 정규직 7명과 인턴 2명 등 최대 9명의 직원을 둘 수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수 3억9,513만원 역시 국고에서 지원된다. 또 상임위원장을 맡는 의원의 경우 월 1,0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별도로 챙기며, 전직 의원은 65세 이상이 되면 월 120만원을 받는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국회법 31조는 국회의원이 국유 철도와 선박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전에는 의원들에게 정기 승차권을 발급해줬지만,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뀐 뒤로는 더 이상 공짜 열차를 탈 수 없게 됐다.

때문에 현재는 국회사무처가 공무 수행 출장비 명목으로 경비를 지원해준다. 공무 수행 출장비는 1년을 기준으로 비례대표 135만300원, 수도권 의원 162만원, 제주 지역 의원 1,360만8,000원이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는 모든 게 '프리 패스(Free Pass)'다. 공항에서 일반인과 어울려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출입국 검사장을 거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좌석은 비즈니스석이 기본이고, 필요할 경우 공항 귀빈실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일반 수당(7,494만원) ▲입법 활동비(3,763만2,000원) ▲특별 활동비(1,128만9,600원) ▲관리 업무 수당(698만1,120원) ▲상여금(1,416만원) ▲정액 급식비(156만원) ▲공무 수행 출장비(162만원) ▲차량 유지비(1,320만원) ▲사무실 운영비(600만원) ▲사무실 공공요금(1,092만원) ▲의정활동 지원 매식비(600만원) ▲정책 홍보물 유인비 및 정책자료 발간비(2,000만원) ▲정책 자료 발송료(370만원) ▲4급 보좌관 2명(1억2,800만원) ▲5급 비서관 2명(1억1,600만원) ▲6급 비서관 1명(3,800만원) ▲7급 비서관 1명(3,300만원) ▲9급 비서관 1명(2,500만원) ▲인턴 2명(2,880만원) 등을 모두 더하면 국회의원 1명에게 들어가는 돈은 5억8,109만8,720원에 이른다.

국회 안팎에서 '자유이용권'

국회 내에는 의원 전용 주차장과 이발소 미장원 헬스클럽 목욕탕 병원(한방, 양방) 등 여러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의원들은 이런 시설들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국회의원 금배지=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인 셈이다.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중앙 출입구는 의원 전용으로 다른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 17대 국회 전반기였던 2004년에 잠시 사라졌던 국회의원 전용 승강기도 2010년에 슬그머니 부활했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오랫동안 승강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도서관에도 국회의원만 이용할 수 있는 의원 전용 열람실이 마련돼 있다. 330㎡(약 100평)가 넘는 규모로 국회 직원이 상주하면서 이곳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시설을 이용하는 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국회 내에서만 '자유이용권'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자유롭게 후원회를 조직해서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다. 연 2회 해외 시찰을 국고를 통해 지원받고, 외국 출장 시 해당 공관원이 영접을 나온다.

국경일 등 각종 정부의 공식행사 때 국회의원에게는 늘 상석이 주어지고, 준공식 개관식 발대식 등에 참석하면, 관할 경찰서에서 나서 교통 통제도 해준다.

금전적, 행정적 지원이 특권의 전부는 아니다. 국회의원은 비(非)회기 중이더라도 상임위원회 소관 부처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을 통해 상임위원회에 있는 비밀 회의록과 비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의원들의 정보 관련 상임위원회 배치를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범을 제외하고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주어지는 것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이나 표결과 관련해서 국회 밖에서 면책특권을 부여 받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세비는 매년 상승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거의 매년 상승하고 있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로는 2009년과 2010년에만 동결됐을 뿐 나머지 기간에는 거의 매년 올랐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1년간 인상률은 65%에 이르렀다.

이뿐 아니다. 각종 현안 앞에서는 한치의 양보 없이 싸우는 여야지만 밥그릇 챙기기에는 한 마음 한 뜻이었다. 국회는 2010년 2월에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을 개정해 65세 이상 전직 의원들에게 죽을 때까지 월 120만원을 연금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 연금은 국회의원으로서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금고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도 지급받을 수 있다. 한 하루라도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이라면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특혜들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에게는 관용차 운전기사가 없다. 의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하고, 공무 출장 때는 가장 저렴한 표를 구입해야 나중에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덴마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회의원 181명 전원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세비뿐 아니라 국회의원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48년 제헌국회 때 200명으로 출발한 의회는 1963년 173명으로 잠시 줄긴 했으나 1988년 299명까지 늘었다.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6대 때 273명으로 감소됐던 것을 제외하면 국회의원 숫자는 줄곧 299명이 유지됐다. 299명은 200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과도 같았다. 하지만 국회는 4ㆍ11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27일 정원을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는 데 전격 합의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특권이 과하다는 지적이 우세하지만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특권 자체보다는 국회의원들이 특권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한정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국회의원은 1인당 정규직 기준으로 7명까지 보좌관을 둘 수 있는데 이는 미국보다 적은 숫자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보좌관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보좌관을 늘렸다고 해서 양질의 정책이 생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과 일부 의원들이 보좌관 자리에 가족 친지 지인들을 집어넣어 월급을 받게 하는 등 염치없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이어 국회의원에 대한 금전적 지원도 반드시 과한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본질적인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대우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면서 "각 정당이 총선 때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전략공천이라는 명분하에 정치적으로는 검증이 덜 된 변호사, 교수 등 이른바 전문가들을 많이 영입한다. 이런 전문가 집단이 국회에 들어가서 더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누리는 특권에 비해 하는 일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신분이지만 '주군' 따라 진퇴 결정
●국회의원 보좌관은 누구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직원들은 국가 공무원이다. 이들은 해당 직급의 공무원 중 최고 호봉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정년이 보장돼 있지 않기에 모시는 '주군'의 거취에 따라 자신의 진퇴도 결정된다는 게 가장 큰 핸디캡이다.

국회의원 1명은 별정직 국가공무원 4급과 5급 각각 2명, 6, 7, 9급 각 1명 등 총 7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다. 4급 보좌관은 연간급여가 총 6,737만원에 이른다. 연봉 외 가족수당, 자녀 학비 보조수당 등은 별도다.

보좌직원은 세 가지로 나뉜다. 최근 들어 국회의원들의 정책 경쟁력이 크게 요구되면서 석사 박사 경제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고급인력들이 공채를 통해 국회의원 정책 보좌관이 된다.

정무 분야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국회의원과 동향(同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사정에 밝고 지역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행비서는 직급은 낮지만 '주군'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수행비서들은 의원들의 감추고 싶은 비밀까지 아는 경우가 많다. 이따금 거물들이 스캔들에 휘말린 배경을 살펴보면 수행비서의 '변심'과 무관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한때 보좌관들은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이 되는 지름길로 인식됐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이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이상 국회의원 시절)의 보좌관이었다.

현정권 들어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만사형통'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관을 지냈다. 그 밖에도 현직 정치인 중 상당수가 보좌관 경험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키웠다.

한 야당 중진의원의 보좌관은 "보좌관에게는 모시던 의원이 여의도를 떠나게 될 때가 가장 힘든 시기"라며 "최근에도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로 모실 의원을 찾기 위한 일부 보좌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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