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진 엔씨 대표 8,000억 투자 어디로…인수설 돌던 다음은 13.7%까지 치솟기도김대표, 블레이드&소울 출시후 용처 밝힐듯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넥슨과 빅딜로 가 8,000억원이 넘는 여유 자금을 손에 쥐게 되면서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엄청난 투자금을 가진 김 대표가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관련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다음은 장중 한때 13.71%(10만7,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 대표가 다음을 인수해 모바일 게임사업을 강화하려는 한다는 설(說)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가 나서 엔씨소프트의 피인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주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다음은 결국 전날보다 4.96%(4,700원) 오른 9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NHN도 이날 1.45% 상승했다.

김 대표가 게임업체를 인수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는 전망에 모바일 게임업체를 비롯한 게임주들도 급등세를 보였다. 넥슨의 자회사인 게임하이는 김 대표가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11% 이상 올랐고 컴투스(6.07%)와 게임빌(2.85%), JCE(3.39%)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가 손에 쥔 자금이 워낙 많은 데다 기존에 얘기가 나오던 정계 진출설이나 부동산사업 추진설보다는 게임업계의 큰손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 때문에 관련주들이 요동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대표도 자신의 행보에 따른 게임∙인터넷 업계의 진동폭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오는 21일 발매되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 출시에 맞춰 관련 업계를 달궈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행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김 대표가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의 용도를 어디에 쓸지 밝히는 것이 시장안정에 도움될 것을 알고 있지만 블레이드&소울 출시 전에 투자계획을 밝히면 자사가 공들인 게임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며 "적어도 김 대표는 이번 게임 출시 이후에 지분매각으로 얻은 자금의 사용처를 밝히 것"이라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에 남아 김정주 넥슨 회장과 함께 글로벌 게임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규 게임 출시로 주가 상승을 눈앞에 둔 상황을 포기하고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각할 리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에 자금을 투자해 글로벌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 대표가 지난 11일 엔씨소프트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게임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조금이라도 힘을 합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매각 시점과 가격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라며 "이번 지분매각이 전략적 제휴라고 전제하면 김 대표의 매각대금의 사용처는 넥슨-엔씨소프트의 합작 신규 비즈니스나 신설 법인 투자, 넥슨의 지분매입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김 대표의 의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자금이 다시 넥슨으로 들어가 넥슨과 함께 글로벌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넥슨 천하… PC방 업계와 갈등 예고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엔씨소프트 전격 인수로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양사의 게임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돼 해외시장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슈퍼갑'의 출현으로 중소업체 및 PC방 업계와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방도 이젠 넥슨 천하

10일 게임전문 통계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PC방 게임순위 상위 10개 가운데 넥슨과 엔씨소프트 게임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서든어택(3위), 사이퍼즈(9위), 메이플스토리(10위)등 기존 넥슨 게임 외에 엔씨소프트의 아이온(5위)과 리니지(8위)등도 이제 넥슨게임군에 들어가게 됐다.

11위~13위까지의 게임 순위 또한 각각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리니지2, 카트라이더가 차지하고 있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같은 해외 게임을 제외하곤 적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넥슨의 독과점적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넥슨이 최대주주인 엔씨소프트가 디아블로3의 대항마로 손꼽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블레이드앤소울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일렉트로닉아츠(EA)에서 개발중인 피파온라인3의 국내 서비스 판권 또한 넥슨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블레이드앤소울이 출시되면 10% 이상의 PC방 점유율을 차지하고 피파온라인3 또한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6%대의 점유율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PC방과 갈등 고조 예고

전국 1만9,000여곳 PC방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기준으로 37%정도다. PC방 조합 측은 넥슨·엔씨소프트에 내는 게임이용료만도 한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막강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게임라인업까지 거머쥐게 되면서 PC방업체들은 이용료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전국 PC방 업주 모임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지난달 넥슨이 독과점 지위를 통해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넥슨이 자사의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PC방에는 넥슨 게임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 넥슨은 PC방 이용자가 자사 게임을 즐길 경우 시간당 최대 260원 가량을 PC방 업주로부터 받고 있다. 최승재 인터넷문화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 PC방들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넥슨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해 있다"며 "넥슨이 엔씨소프트 인수를 계기로 또 다른 요금상품을 개발해 PC방 업계를 압박한다면 또 다른 법적 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 측은 인수와 상관없이 서비스및 요금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계속해서 이끌어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서비스 방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넥슨은 PC방 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