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을 맞은 송영길 인천시장은"막상 인천시의 살림을 맡아 보니 재정난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단숨에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 조금씩 부채를 줄여가겠다"고 다짐했다. 송 시장은 또"남은 임기 2년 동안 살기 좋은 인천을 만들어'300만-70조 시대'를 열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천=김지곤기자
2010년 7월 1일 닻을 올린 지방자치 민선 5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4년 임기 중 절반을 마친 단체장들은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남은 2년을 계획하고 있다.

<주간한국>에서는 '반환점 돈 민선 5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코너를 마련해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난 2년과 남은 2년에 대해 들어보기로 한다.

송영길(49) 인천시장은 지난달 30일 '인천시 재정 현황 및 대책 발표'를 통해 인천시의 살림을 시민들에게 상세히 공개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송 시장은 "제가 시장직을 맡고 보니 인천시의 재정 상황은 참으로 부실한 구조였다"며 "2008년과 2009년 1년 사이 시 예산이 1조원이나 늘었고, 시 정부는 2009년에만 8,386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그런데 이 규모는 1년 예산의 30%를 넘는 것으로 어느 지방자치단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2009년 한 해에만 8,386억원의 지방채 발행 등 예산규모가 1조원이나 증가했고, 분식결산 등으로 인한 부족 재원이 8,5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지방세 수입은 감소 추세에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400억원의 세수가 줄었고, 올해 말까지는 3,000억~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여기에 2014년까지 특수 수요 등을 감안하면 약 7,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또 유럽 등 세계경제위기 영향으로 인한 지방세 격감을 고려하면 3,000억원 정도의 부족재원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송 시장은 인천시의 재정난 극복을 위해 ▲공무원 수당 삭감,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1,200억원 절약 ▲인천고속터미널 부지 처분 등을 통해 1조2,000억원 마련 ▲북항 배후부지 등 일부 추가자산 매각 등으로 3,000억~4,500억원 마련 ▲도시철도 2호선 완공 시점을 2016년으로 연장함으로써 4,000억원 확보 등 8가지를 약속했다.

"더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 재정만은 건전한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다짐한 송 시장을 지난 20일 인천광역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취임 2년을 맞았다. 인천시장으로서 지난 2년간 수행했던 직무를 평가해 달라.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송시장은 택시기사를 한적도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시지부 사무국장 때 송 시장. 인천시청 제공
"지방자치단체장 중 전국적으로 일이 가장 많았던 자리가 인천시장이 아니었나 싶다. 아시다시피 천안함 사태도 벌어졌고, 그해 말 연평도 포격 사건도 발생했다. 그런 일들을 수습한 것이 마치 전쟁을 치른 것 같았다. 여기에 재정 문제, 아시안게임까지 겹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인천시의 재정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에는 직원들 복리후생비 지급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고 들었다.(인천시는 자금 흐름이 경직됐던 탓에 지난 4월 2일 지급 예정이었던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중 일부가 하루 늦춰서 지급됐다)

"재정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부채 문제와 유동성 문제다. 2014년 아시안게임, 2016년 도시철도 완공까지는 부채가 불가피하게 늘 수밖에 없다. 아시안게임을 정점으로 그 이후로는 점차 부채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 또 가능한 추가 부채는 최소화하면서 차근차근 변제하겠다. 유동성 문제는 수입과 지출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전임 시장 때 재정을 너무 확대했다. 분식결산을 통해서까지 돈을 끌어다 썼다. 한 번 늘여놓은 것을 단숨에 줄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씩 줄여나가겠다.

-재정난 때문에 무상보육, 복지정책 등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교육 문화 복지 분야만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재정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줄이거나 축소할 수는 없다. 다만 영ㆍ유아 보육사업은 국가에서 부담해야 할 사업이지 전적으로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업은 아니라고 본다."

송 시장이 11세이던 1974년에 찍은 가족사진.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송 시장. 인천시청 제공
인천시의 금년 총예산 규모는 7조5,448억원이며 이중 사회복지비가 1조1,565억원으로 일반회계(4조4,428억원)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지비 중 영ㆍ유아를 위한 보육사업 예산은 3,027억원으로 일반회계 대비 6.8%, 전체 사회복지비 중 26.2%나 된다.

-지역의 세수에 부동산 거래세가 한몫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인천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보니 청라와 영종 신도시가 유령도시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걱정이 나온다.

"청라국제도시 사업 준공 기한은 2012년 12월로 토목 조경 전기 등 기반시설은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투자 유치 사업인 국제업무타운, 국제금융단지, 로봇랜드 조성 사업 등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다른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송도 바이오 산업 중심축, 영종 MRO(전자조달, 전자상거래를 통한 산업용 자재 통합ㆍ유통사업) 산업 핵심 거점화, 청라 자동차 부품산업 벨트화를 통한 지구별 차별화된 컨셉트로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시의 재정이 어렵다 보니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반납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통령부터 아시안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을 3번째 치르다 보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못지않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능가하는 규모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인천대회는 광저우 바로 다음이다. 세계가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고 더불어 아시안게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86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단계에서 치러졌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개최됐다. 그렇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아시아를 선도하는 입장에서 중국과 일종의 경쟁 속에서 치러진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 5년째 남북관계가 경직돼 있는데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아시안게임이 남북화해에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모른다. 아시안게임의 성공 개최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송 시장은 취임 일성에서도 밝혔듯이 남북교류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가.

"시장직을 2년간 수행하면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이, 가장 선도적으로 남북관계사업을 추진했다고 본다. 남북경제협력 아카데미, 남북한 인도적 지원 사업, 남북 스포츠 교류 등의 성과가 있었다. 남은 임기에도 남북교류사업에 힘을 쏟겠다."

-최근 들어 송도국제도시에 국내외 투자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 때문에 송도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웅비하는 데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다.

"2년 전 시장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송도의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좋아졌다. 지속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또 한편으로는 대학을 유치하려고 한다. 송도를 맨해튼이나 두바이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시키겠다."

-신도시에 성장동력이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구도심은 소외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구도심 대신 원(原)도심이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 원주민과 같은 개념이다.(웃음) 월미도 공원과 문화의 거리 활성화, 일제 시대 화물창고를 아트플랫폼으로 바꿨다. 또 청년 벤처타운도 조성하고 있다. 원도심에 사는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송 시장 취임 후 인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내가 취임한 이후 인구가 9만 명 정도 늘어 288만 명이 됐다. 다른 단체장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 인구 증가 이유는 인천이 나름대로 비전을 갖고 있는데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도 싸기 때문일 것이다. 임기 말쯤 되면 인구가 300만 명을 돌파할 것 같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취임 때 47조였는데 70조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올해 이미 62조원을 넘었으니까 임기 말에는 70조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300만-70조 시대'를 열겠다."

-이제 남은 임기는 2년이다. 어떤 각오와 목표를 갖고 있나.

"지방자체단체장을 해보니 순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세가 총 세금총액의 25%밖에 안 되는데 실제 지출은 지자체에서 60%, 국가에서 40%를 감당한다. 그것은 그만큼 중앙정부가 돈줄은 쥐고 있다는 얘기다. 지자체는 예산집행대행기관이나 위탁기관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걷은 25%를 갖고 여러가지를 하려 하니 쉽지 않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정치가 아니라 재정인데 이 부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어렵지만 어떻게 하든 재정난을 잘 극복하고 아시안게임도 성공적으로 개최하도록 하겠다. 또 교육 때문에 인천을 떠나는 게 아니고 교육 때문에 인천을 찾아오도록 만들겠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소신과 뚝심의 '황소'
연세대 직선 총학생회장 민주화 운동… 용접공·택시기사 등 7년간 노동현장
노동인권변호사 활동… 정풍운동 주도… 안상수 전 시장과는 '1패 후 2연승'


최경호기자


송영길 인천시장의 이미지는 황소다. 후덕하고 듬직한 외모의 송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황소가 연상된다고 지인들은 입을 모은다. 그의 저서 중에는 <그래 황소처럼 이 길을 가는 거야>라는 제목의 책도 있다.

전남 고흥에서 6남매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난 송 시장은 광주 대동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4년 연세대 재학시절에는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에 선출돼 민주화 운동을 했고, 이듬해에는 집시법 위반으로 옥고도 치렀다.

송 시장은 인천 대우자동차 공장 건설 현장 배관용접공과 택시기사 등 노동현장에서 7년간 몸으로 부대꼈다. 이후 서른의 나이에 사법시험에 도전해서 합격했고 이후로는 노동인권변호사로 살았다.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 송 시장은 새정치국민회의 인천 계양ㆍ강화 갑 지구당위원장으로 재ㆍ보궐선거에 출마해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게 석패했다.

하지만 송 시장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안 전 시장과 다시 맞붙어 승리했고, 17대와 18대 때도 같은 지역구에서 승전가를 불렀다. 송 시장은 2010년 6ㆍ2 지방선거 때는 3선을 노리던 안 전 시장을 격침시키고 시장에 당선됐다. 안 전 시장과의 전적은 1패 후 2연승이다.

송 시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소신과 뚝심이다. 초선의원이었던 2001년에는 당내에서 정풍운동을 주도해 눈길을 끌었다. 또 대북송금 특별검사제 도입 반대로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송 시장은 2년 전 취임사에서 "인천은 새로운 저력으로 남북화해와 협력 그리고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교두보로서 소명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라며 "재정 교육 복지 환경 4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심장을 만들어가야 할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며 인천을 '대한민국의 심장, 경제 수도'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