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해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속집행되고 있다. 최흥수기자
이상득(77ㆍ구속)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대선을 전후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불법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돈이 대선에 사용된 대선자금이라는 설과 개인적으로 착복한 불법 자금이라는 설이 맞서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 자금'설에 더 비중을 두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신한은행측이 이 전 의원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백순(60)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74)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조성한 3억원을 17대 대선 직후인 2008년 2월 이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라 전회장과 신한금융 경영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던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의 측근으로부터 나온 폭로가 그 시작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2010년 라 전회장-신 전 사장의 횡령ㆍ배임 사건 수사 당시, 드러난 비자금 15억원 가운데 3억원의 사용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칼끝 어디로 향하나

이 전 의원 수사와 관련, 신한은행에서 발화된 불길은 현재 어디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검찰은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대선자금과 대선 이후의 정치자금과 연결된 모든 부분을 살피고 있으나 자백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
신한은행의 경우, 검찰은 신한은행 직원 박모씨와 송모씨 등으로부터 "2008년 2월 중순 이 전 행장의 지시로 1억원이 담긴 가방 3개를 마련해 서울 남산자유센터에 간 뒤 한 차량 트렁크에 돈 가방을 실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증거다. 2010년 신한은행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이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어 덮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 전 행장이 스스로 입을 열 가능성이 낮아 이에 대한 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대신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또다른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현 정권의 고위인사였던 S씨에게 거액의 자금을 건넨 의혹을 사고 있는 기업이다.

검찰은 이 기업의 정치자금 전달 정황을 이미 2년 전쯤 포착하고 있었지만,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당사자들도 자백할 가능성이 낮아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현 정권의 권력이 '살아 있을' 때여서 수사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들 기업이 S씨에 건넨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보면 이 전 의원을 비롯한 현 정권 실세에 전달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석연치 않은 것은 이들 기업이 현 정권에서 세무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S씨의 위치를 감안하면, 새로운 혐의가 나올 수도 있다. S씨는 과거 몇 개의 비리사건 때 핵심인물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검찰은 그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특히 A사의 경우 S씨에 거액을 전달한 정황이 뚜렷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경우, 회사 오너가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수사 산 넘어 산

검찰 주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기업 수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정 캠프에서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말이 분분한 상황이어서 검찰이 '정치수사'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모 기업은 정권이 바뀌면 검찰 조사가 바로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이 기업 역시 현 정권의 정치 자금과 관련,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몇몇 기업에 대해 이미 정치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조사를 상당부분 진행했고 이들 기업의 오너에 대해서는 대선 직후 구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중 B기업의 경우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비자금이 이 전 의원과 연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B기업은 현 정권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기업의 수도권및 영남지역 사업 관련, 내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과 S씨의 관계를 감안하면 S씨에게 넘어간 자금 중 일부가 이 전 의원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전 의원의 코오롱 고문료에 대한 조사와 함께, 기업이 정치권에 전달한 여러 형태의 자금을 파악하고 있는 검찰은 이르면 9, 10월쯤 관련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