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후보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지상파 방송3사 합동토론회를 앞두고 대기석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가을의 문턱에서 화려하게 막이 오른 민주통합당 대선 레이스. 내달 16일까지 민주당 경선은 전국 13개 지역에서 차례로 치러진다. 16일까지 진행되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3일 결선투표가 열린다.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는 민주당의 심장이라 할 광주 전남(9월 6일), 부산(9월 4일), 서울(9월 16일) 경기(9월 15일)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은 강한 상징성을 띨 뿐 아니라 선거인단 규모도 크다.

하지만 개막 첫주에 경선이 열리는 제주(25일) 울산(26일)과 함께 2주째 레이스가 펼쳐지는 강원(28일) 충북(30일) 전북(9월1일) 인천(9월2일)이 전체 판도를 읽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각 후보 진영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적어도 1, 2주째 레이스에서는 고전하고 상승기류를 탄 손학규 후보의 선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배수의 진을 친 김두관 정세균 후보의 추격전도 볼만할 것 같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 2주째 레이스가 치러지는 지역들은 대체로 선거인단 숫자는 적지만 '시작'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경선이 역동적일 수도, 김이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선투표는 열릴 것"이라는 게 여러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내달 16일 막을 내리는 1차 투표에서는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선투표가 열린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관건은 이변 연출 여부다.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극적인 경선으로 기억되는 2002년에는 노무현 후보가 초반 제주 울산 경선에서 '대세론'으로 무장한 이인제 후보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한 끝에 최종 승자가 됐다.

이와 관련, 손 후보 측은 "2002년과 2007년에도 그랬듯이 지지율이나 선거인단 숫자와 상관 없이 초반 레이스를 주도한 진영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강원과 충북에서는 손 후보, 전북에서는 정 후보가 앞설 것"이라며 "인천은 손 후보가 앞설 거라는 예상도 있지만 워낙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원은 누가 승자가 되든 1,000표 안팎의 근소한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고, 충북은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오제세 의원 등이 있는 손 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때 충북의 터줏대감을 자처했던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은 문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강원 출신인 민병두 의원은 김 후보를 밀고 있다. 승패를 떠나 강원과 충북에서 후보들 간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전북은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에서 4선을 한 뒤 지난 4ㆍ11 총선을 통해 서울 종로에서 5선에 성공한 정 후보의 텃밭이다. 다른 주자들의 추격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정 후보가 1위에 오를 거라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한 캠프 관계자는 "2위만 해도 좋겠다"고 귀띔했다.

당초 완주할 것으로 보였던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난 21일 전격 후보에서 사퇴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게 사퇴의 변이었다. 일각에서는 '사표 방지' 차원에서 박 지사가 물러났다고 보고 있다.

박 지사는 지난달 출마 선언 후 여러 진영의 물밑 구애를 받았다. 같은 호남 주자인 정 후보는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했고 문 후보, 손 후보, 김 후보도 박 지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희망했다.

박 지사가 사퇴하자 각 진영의 주판알은 바빠졌다. 후보들은 저마다 "박 지사의 표가 내게 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박 지사는 "지역적인 연대보다는 가치와 정책을 공유할 필요가 있고, 그런 부분을 고민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하지만 그간 박 지사의 발언들을 곱씹어보면 그가 광주 전남 경선(9월6일)에 맞춰 누구를 지지할지 대략 윤곽은 드러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때가 되면 박 지사가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정치적 수사(修辭)임을 감안하더라도 박 지사는 일단 친노(친 노무현) 진영과는 거리를 두는 듯하다. 그간 박 지사는 '참여정부 인사 필패론'을 거듭 주장해왔다. 박 지사는 2003년 새천년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분당될 때도 민주당을 지켰던 대표적 인물이다.

그렇게 보면 박 지사가 지지할 수 있는 후보는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로 압축된다. 손 후보 측은 "박 지사의 지지층이 친노 세력에 반감이 깊은 호남 토박이 세력"이라며 "결국 비노(非盧) 주자 중 가장 앞서는 우리에게 지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후보 측은 "박 지사가 출마 선언 직전까지 김 후보를 지지하기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정 후보 측은 "단일화 직전까지 갔는데 박 지사 지지층이 우리에게 모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반면 박 지사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려워진 문 후보 측은 "(박 지사가) 누구를 지지해도 상징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호남은 정권교체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지지할 것"이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A후보가 B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수많은 선거인단이 한꺼번에 A후보를 따라 움직이기는 어렵지 않겠냐"면서 "광주 전남의 경선 날짜가 전체 경선의 중ㆍ후반부인 데다 이후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경선이 열린다는 점은 분명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