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측 공동 대변인에 임명된 진성준(오른쪽), 진선미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그렇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냐"고 했다. "조만간 안철수 캠프로 당내 인사들의 연쇄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답변한 인물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통합당 한 의원이다.

문재인(59)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50) 무소속 후보 간 '사람 전쟁'이 시작됐다. 양측은 '사람 전쟁'에서 승리가 야권 최종 단일후보 경쟁, 나아가 본선 승리의 첫 관문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에 앞서 지난 16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문 후보는 지난 24일 삼고초려 끝에 의원을 선거대책위원회 기획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안 후보 측의 인재 영입에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 측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박선숙 전 의원, 김경록 전 민주당 부대변인 등 이른바 비노(비 노무현) 진영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주류인 친노가 당내에서 외연을 확대한다는 것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손학규계 공략 아니겠냐"면서 "안 후보 측도 민주당에서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김근태계와 손학규계로 압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 박선숙(오른쪽) 총괄본부장과 유민영 대변인이 24일 국민대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文 "더는 못 내줘"

문 후보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손학규 전 대표와 1시간30분 동안 배석자 없이 회동했다. 지난 16일 대선 경선 폐막 후 첫만남이었다.

문 후보 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진선미 의원은 "손 전 대표께서 '축하한다. 민주당 후보로서 자부심을 갖고 꼭 이겨달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돕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이날 저녁에는 정세균 전 대표와 만났다. 회동 직후 정 전 대표는 "당내 인사들을 설득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에게도 협조를 요청했고, 김 전 지사 역시 지지를 약속했다.

문 후보가 이처럼 경선 라이벌들과 잇달아 만난 것은 "당내 인재들을 안철수 캠프에 더 내주면 곤란하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경선 직후 비노 진영의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영입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의원도 선거대책위원회 기획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인영
이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이 주도했던 민평련(회장 최규성 의원)의 주축 멤버이자, '김근태의 분신'으로 불린다. 이 의원은 비노 진영을 대표하는 의원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이 의원은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격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민주당 소식통은 "문 후보가 당내 인사들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손 전 대표 등을 만난 것은 마땅한 일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문 후보가 안 후보 출마 선언 전에 손 전 대표 등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전했다.

安 "이미 올 만큼 왔어"

지난 20일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말은 아꼈지만 한동안 '멘붕'(멘털 붕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참여정부에서 환경부 차관을 지낸 박선숙 전 의원이 탈당과 함께 안철수 캠프로 둥지를 옮겼다.

선거 전략가인 박 전 의원뿐 아니라 유민영 대변인(전 청와대 춘추관장), 김형민 정책팀장, 허영 전 김근태 의원 비서관(전 강원지사 비서실장) 등 GT(김근태)계 사람이 여러 명이 안철수 캠프에 몸담고 있다. 이미 올 만큼 온 것이다.

여기에다 손학규 전 대표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김경록 전 부대변인도 지난 24일부터 안철수 캠프에 출근하고 있다. 김 전 부대변인은 정무팀장을 맡아 안 후보를 보좌하고 있다.

김 전 부대변인과 함께 '손학규 사람' 몇 명이 추가로 안철수 캠프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손 전 대표가 지난 22일 문 후보를 돕겠다고 하면서 일단 이탈 러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 등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 측은 의연한 자세다. 문재인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우상호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 "박선숙 전 의원은 사심을 갖고 친정을 버리고 도망간 게 아니고 좀더 큰 판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라며 추가 탈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안 후보 측 일부 인사는 문 후보의 캠프 구성에 대해 '도로 친노'로 규정하고 있다. 문 후보의 캠프는 외견상 ▦민주캠프(정당 중심) ▦시민캠프(일반 지지자 중심) ▦미래캠프(정책 개발 중심)의 삼두마차 형태이지만 핵심은 친노 단체 출신들이 주를 이룰 시민캠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 측은 "시민캠프를 주목해달라"면서도 3개 캠프가 수평선상의 네트워크에서 움직일 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민캠프는 문성근 전 대표권한대행이 이끌 예정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 후보 측은 어떻게 해서든지 친노 색채를 빼야 하고, 안 후보 측은 정당과 선거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필요하다"며 "양측 간에 단일화가 성사되든, 각자 완주를 하든 앞으로도 양측의 '사람 전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