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제2롯데월드' 조사 착수MB정부 출범 후 고공행진각종 사업 일사천리 진행16년간 불허하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대통령 입김 작용 의혹

제2롯데월드 조감도
이명박(MB) 정부의 최대 특혜로 꼽히는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에 대해 감사원이 조사를 착수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올해 들어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던 롯데그룹인지라 이번 감사원의 조사는 더욱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MB 정부 출범 이후 성장가도를 내달린 롯데그룹이 대선을 전후해 더욱 큰 규모의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MB 정부 수혜로 고공행진

롯데그룹은 2008년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ㆍ친기업)'를 내세우며 등장한 MB 정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는 지난 5년간 그룹의 규모부터 달라졌다. MB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 계열사 수는 지난해 말 79개사로 크게 늘어났다.

또 49조2,000억원이었던 자산총액은 95조8,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매출액 또한 31조8,000억원에서 55조2,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재계순위도 5위로 못박았다.

외형적인 수치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행정부처의 승인이 필요한 각종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MB 정부 출범 이후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 ▦맥주사업 진출 ▦면세점 AK글로벌 인수 승인 ▦제2경인고속도로 연결 민자고속도로 허가 등 굵직한 사업현안들을 착착 해결해나갔다.

MB 정부 들어 이어진 롯데그룹의 고공행진은 많은 구설을 낳았다. 대표적인 것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인 장경작 전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현 현대아산 사장)을 영입하며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야권에서 '친구 게이트'의 주역으로 지목된 장 전 사장은 2008년 롯데 사장에 앉았다가 이듬해 고문으로 물러났다.

'제2롯데월드' 최대 특혜

제2롯데월드는 롯데그룹이 받은 특혜의혹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MB와 장경작 전 총괄사장의 '친구 게이트'가 촉발된 것도 제2롯데월드 때문이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착공 중인 제2롯데월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는 국내 최고 높이(555m)의 마천루가 될 전망이다.

당초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그룹 내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온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신 총괄회장이 1994년 서울시에 초고층 건축물 건립 가능성을 질의하면서 진행된 제2롯데월드는 16년 만인 2010년 최종 건축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문제는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잇따른 사업타진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는 ▦성남 공군기지(구 서울공항)의 비행안정성 미확보로 인한 국방부의 반대 ▦고도제한에 따른 성남시와의 형평성 문제 ▦용적률과 건폐율 상향 조정 논란 등에 밀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동안 허가를 받지 못했다.

MB 정부 들어서도 군 내부에서는 반대론이 팽팽했지만 결국 정권 출범 2년여 만에 성남 공군기지의 활주로까지 바꿔가며 롯데에 전격 허가를 내줬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28일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기존의 군 입장을 대변하던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에게 "그런 식이니깐 14년 동안 결정이 안 난 것 아니냐"며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그해 9월에는 제2롯데월드를 반대하던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을 경질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조사 시작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특혜로 꼽히는 제2롯데월드 문제는 대선을 전후해 큰 이슈로 자리할 전망이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은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과정에서 나타난 롯데그룹의 특혜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앞서 상당수 재계 관계자들은 현정권의 대표적 수혜기업인 롯데그룹이 MB 정부 말기를 무사히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공정위와 국세청으로부터 연달아 철퇴를 맞은 것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했다.

공정위, 국세청에 이어 감사원까지 칼을 빼든 이상 롯데그룹으로서는 대기업 옥죄기의 마지막 수순인 검찰의 개입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 측은 "감사원으로부터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며 "(제2롯데월드) 공사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